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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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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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끝까지 민심 등지고 자멸의 길로 가는 ‘친박 무리’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 후보인 정우택 의원(충북 청주상당)이 16일 당선됐다. 정 의원은 비박계 대표로 나선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을 7표 차로 눌렀다. 정 의원이 얻은 표(62표)는 친박계가 결성한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회원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민심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집권여당에도 해체에 준하는 환골탈태를 하라고 주문했는데, 새누리당은 오히려 똘똘 뭉친 친박계에 의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총선이 3년 넘게 남았기로서니 이렇게 대놓고 민심에 역행하는 친박계 의원들은 과연 제정신이 있는 사람들인지 묻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 순장조를 자처하며 역사의 낙오자가 되기로 작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우택 새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어려운 시국일수록 분열 없이 화합과 혁신으로 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지해준 친박계의 뜻이 ‘당의 화합과 안정’에 있다는 얘기인데, 국민 뜻에 반하는 정치세력이 어떻게 화합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16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율은 15%까지 떨어졌다. 1998년 아이엠에프(IMF) 사태로 정권을 잃은 직후의 지지율과 비슷한 역대 최저 수준이다. 2015년 이후 당 지지율이 평균 40% 안팎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국민의 ‘사형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가와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주범인 친박계가 뒤로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당권을 부여잡고 주인 노릇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런 기막힌 상황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원내대표 경선 직후 이정현 대표 등 친박계 당 지도부는 전원 사퇴를 선언했다. 새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는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술수이다. ‘친박’ 원내대표를 세워놓고 또 다른 ‘친박’ 지도부가 뒤로 물러나는 것은 비난의 시선을 가리려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기 위해 국회 추천 총리를 제안하는 등의 정치적 꼼수를 부린 것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정운영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듯이, 친박계가 당을 장악하는 한 새누리당은 한 걸음도 새로운 출발을 할 수가 없다. 새누리당은 자멸의 낭떠러지로 질주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 민심을 등진 정당의 말로를 보고 싶다면, 끝까지 달리도록 내버려두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은가.
[중앙일보 사설] 친박당 재확인한 새누리당…앞이 안 보인다
어제 새누리당이 친박계인 정우택(4선·청주상당)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뽑았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친박과 비박 간 내전이라고 불릴 만큼 양 세력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승부였다.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축하 분위기는커녕 바로 집단 탈당론이 분출하고 분당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게 이 당의 현실이다. 말이 집권당이지 국민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야당한테 왕따 당하고, 정부한테 영향력 없는 못난 여당의 신세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의원 119명이 투표에 참여해 정우택 의원이 62표, 나경원 의원이 55표를 얻었는데 정 신임 원내대표가 얻은 62표는 친박 핵심들이 자기들 구명운동을 위해 급조한 이른바 ‘혁신과 통합 보수연대’에 가담한 의원 62명의 수와 정확히 일치한다. ‘도로 친박당’이라고 비웃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개인적으로 계파색이 엷고 비박 포용의 자세를 갖춘 합리적 캐릭터의 소유자다. 하지만 친박 파벌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당선했기에 그들의 요구와 이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게다가 친박 핵심들은 4·13총선 때부터 지금까지 자기들만 아는 패권·폐쇄·패거리 정치행태를 보여 ‘국민 밉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오죽하면 갈라파고스 새누리당이라는 얘기까지 나왔겠나. 이런 친박 핵심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치를 한다면 어떤 근사한 포장이나 수식어에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으리라는 점을 정 원내대표는 깨닫기 바란다.
그나마 경선 직후 친박 핵심인 이정현 당 대표,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총사퇴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이들은 닷새 뒤에 퇴진하겠다고 고집하다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당 사무처 직원들의 분노 파업에 떼밀려 할 수 없이 물러났다. 이로써 정우택 의원은 신임 원내대표직에 당 대표 권한대행 역할까지 떠맡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됐다. 불신과 절망, 앞이 안 보이는 혼미한 새누리당 상황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가 취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이정현 지도부 시절의 마지막 분탕질이었던 ‘당 윤리위원 8인 임명’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 이 괴상하고 몰염치한 꼼수로 기존 윤리위원 7명이 사퇴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출당 권고’ 심리가 중단돼 버렸다. 정 원내대표는 당 윤리위를 원상 회복시켜 박 대통령에 대한 당 징계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 친박 핵심들의 해당 행위를 찾아내 이들을 정치적으로 청산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정 원내대표는 취임 소감에서 밝혔듯이 차기 당 대표 역할을 할 비대위원장에 비박 인사를 세워 당이 쪼개지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 셋째, 당 해체까지 포함한 강력한 개혁 수행으로 ‘권력 사유화’로 대표되는 박근혜 정치를 뿌리 뽑고 제대로 된 보수정당을 재건하라. 넷째, 황교안 권한대행의 행정부와 친박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야당들과의 관계를 한시바삐 정상화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그 자신 친박의 올무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우택 체제도 금세 끝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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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친박과 박근혜 대통령 친박이라는 용어는 2004년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2012년 새누리당으로 개칭) 대표로 활동하면서 등장했다. 2007년부터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정치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친박계는 한나라당의 계파로 부상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한나라당 후보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서청원·홍사덕 의원 등이 한나라당을 탈당하여 미래한국당에 입당했고, 이후 총선에서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당명을 ‘친박연대'로 변경했다. 총선 이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탈당자의 복당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후 입장을 선회하여 복당을 허용했다. 친박연대는 당명을 ‘2010년 미래희망연대'로 바꾸었고, 같은 해 한나라당과 합당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 친이계의 쇠퇴로 친박계는 분화하기 시작하였으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분화가 가속화되었다. 원박(원조친박), 범박(범친박), 구박(舊朴), 신박(신친박), 복박(돌아온 친박), 홀박(홀대받는 친박), 종박(從朴), 월박(越朴),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잘린 친박), 옹박(박근혜 옹위) 부대 등 분화된 친박을 칭하는 다양한 파생 용어가 등장했다. 원박은 2007년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를 지지한 정치인을 가르키는 말이며, 복박은 박근혜 후보가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배한 이후, 박근혜와 정치적으로 멀어졌다가 다시 친박으로 복귀한 자를 말한다. 애초 월박은 친이계(친이명박계)였으나 친박계로 넘어온 자를 뜻한다. 구박이란 2007년부터 박근혜를 보좌한 자를 말하며, 이에 대응되는 신박은 2010년 이후부터 친박에 편입한 자를 말한다. 멀박은 원박이었다가 정치적으로 멀어진 자를 말하며, 이후 이들이 새누리당 비박계의 핵심 세력을 형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11월10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겨냥하여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 이후에는 진박(진실한 친박)과 가박(가짜 친박)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최순실 등의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했다는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비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찬동하였으며, 2016년 12월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되었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35명은 12월27일 새누리당을 탈당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는 한국 정치사에서 보스정치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이런 형태의 정치 세력이 얼마나 큰 국가적 불행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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