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
[한겨레 사설] ‘최저임금 논쟁’보다 ‘사각지대 보완책’이 중요하다
청와대의 거듭된 설명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둘러싼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언론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면서 자칫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한 격차 해소’라는 핵심 목표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걱정마저 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와 관련해 “통계를 보면 근로자 임금이 다 늘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늘었다”며 “긍정적 효과가 90%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인용한 통계의 근거를 두고 논란이 일자,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3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원시자료(로 데이터)를 가지고 국책연구기관이 면밀한 분석을 한 결과”라며 “소득 하위 10%만 올해 1분기 증가율이 8.9%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보다 낮았을 뿐, 나머지 90%는 모두 올해 증가폭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 다시 “자영업자에게 끼친 영향은 빠진 통계로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4일 “문 대통령은 처음부터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를 분명히 나눠서 말했다”며 “사각지대에 있는 비근로자 가구나 영세자영업자, 노령층 등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해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고 단정짓는 것은 과도한 비판이다. 하지만 정책 수립과 집행의 책임을 진 정부로서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둘러싼 논란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김 대변인 말처럼 사각지대의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인지 통계적으로 확인하기는 아직까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직원을 줄이거나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고 있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4일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4월까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내년과 내년 이후에도 최저임금을 15% 이상 올리면 고용 감소 규모가 각각 9만6천명과 14만4천명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실상 ‘속도 조절론’을 제안한 것이다.
모든 정책엔 기대했던 효과 외에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100% 완벽한 정책이란 없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옳은 방향이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지금은 최저임금 인상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는 계층에 초점을 맞추는 게 긴요하다. 저소득층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근로소득세제(EITC) 확대나 기초연금 인상 등 최저임금을 넘어 정책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청와대의 통계 꿰맞추기에 KDI마저 최저임금 우려
지난달 31일 “소득 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끝없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가 통계 분석의 원칙을 뒤엎고 자의적 해석을 계속 내놓으면서다. 어제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를 분명히 나눠서, 근로 가구에 대해 90%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는 점을 다시 설명해 드린다”며 청와대가 잘못된 통계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또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김 대변인의 이날 설명은 전날 홍장표 경제수석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사실상 되풀이했다. 홍 수석이 “대통령 발언의 근거는 ‘가구별’ 근로소득이 아닌 ‘개인별’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해명했는데, 부정적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통계에는 오류가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주장은 ‘견강부회’ ‘아전인수’ ‘꿰맞추기 통계 해석’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은 1분기 가계소득 동향에서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8% 감소했다는 통계와 부합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고 소득까지 감소했는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하니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자들인 실업자와 683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는 쏙 빼놓고 임금근로자들의 소득만 선택적으로 분석해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제라도 청와대는 장밋빛 해석을 멈춰야 한다. 아무리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이라 해도 경제 통계를 왜곡시켜선 안 된다. 그리고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 사실상 최저임금 실험에 ‘파산선고’를 내렸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KDI는 어제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감소가 최대 8만4000명에 달할 것”이라며 “내년과 후년에도 15%씩 인상된다면 내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의 고용이 감소한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최저임금이 계속 인상되면 서비스업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들어 단순기능 근로자의 취업이 어려워지고, 하위 30%의 근로자가 동일한 임금을 받아 근로자의 지위 상승 욕구가 약화하며, 정부 지원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의 임금질서가 교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이 최저임금 실험의 민낯이다. 청와대 경제팀은 국민을 볼모로 한 정책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이다.
[추천 도서]
|
[키워드로 보는 사설] 통계의 해석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올렸는데도 양극화는 오히려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된 근로자들의 90%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며 소득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왜 이런 불일치가 생겨났을까. 통계청 조사는 ‘근로자 가구’와 ‘비근로자 가구’를 합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 반면 문 대통령은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다. 근로자 가구는 가구주가 월급을 받는 가구다. 비근로자 가구는 가구주가 자영업자거나 은퇴·실직 등으로 무직이 된 가구다. 통계청 조사와 문 대통령 설명에서 불일치가 일어나는 지점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