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06 05:59
수정 : 2019.09.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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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온도는 신체 반응뿐 아니라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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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력, 어휘력 등 3가지 테스트 결과
실내온도 높을수록 여성 점수 높아져
생산성 높이려면 냉방 세지 않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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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온도는 신체 반응뿐 아니라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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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업무용 빌딩의 냉방 시스템은 정장을 입고 일하는 체중 70kg의 40세 남성 직장인의 열 쾌적감을 기준으로 설계됐다고 한다. 열 쾌적감은 신체 대사율에 따라 달라진다. 신체 대사율은 남이 높으니 여성들은 같은 온도에서도 남성보다 훨씬 더 한기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사무실 온도에 대한 신체 반응을 넘어 인지 실행능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름을 앞둔 기업들이 냉방 시스템을 가동하는 데 참고할 만한 자료로 보인다.
지난달 공개 과학저널 <플로스원>에 발표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온도가 낮은 사무실에서는 여성들의 인지 실행능력이 떨어진다. 이번 연구는 독일 베를린의 대학생 54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기반으로 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계산력, 어휘력, 인지반응력을 테스트하는 문제를 주고 16.2~32.6도 범위에서 서로 다른 온도 조건을 갖춘 실험실에서 문제들을 풀도록 했다. 직장에서는 업무 성과급을 주는 점을 모방해 정답자에겐 현금을 보상으로 지급했다.
먼저 계산력 테스트에선 계산기를 쓰지 않고 다섯개의 두자리 숫자를 더하는 문제를 냈다. 5분 안에 50 문제를 풀도록 했다. 어휘력 테스트에선 10개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문자 세트(ADEHINRSTU)를 주고 5분 안에 가능한 한 많은 독일어 단어를 만들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인지반응력 시험(CRT)에선 5분 안에 세 가지 질문에 답변하도록 했다. 그 가운데 첫번째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배트 한 개와 볼 한 개의 가격을 합치면 모두 1.10유로다. 배트는 볼보다 1.0유로 비싸다. 볼의 값은 얼마인가?” 인지반응력 시험에서 제시되는 질문은 직관적 답변을 할 경우 오답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문제의 경우 직관적 답변은 볼 값이 10센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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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테스트에서 나타난 남녀 성별 점수 변화. 논리력을 측정하는 CRT를 제외하곤 온도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점수(빨간색)는 올라가고, 남성의 점수(파란색)는 내려갔다. 플로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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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결과, 논리력을 측정하는 CRT 점수는 상대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반면 여학생들은 실내 온도가 높은 방에서 실시한 계산력과 어휘력 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연구진은 특히 그 차이가 크다는 점에 놀랐다고 밝혔다. 예컨대 실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여학생의 계산력 점수는 거의 2% 올랐다. 남학생들은 정반대였다.
연구진은 또 온도가 높은 방에서 보여준 여학생들의 점수 상승 폭이 남학생들의 점수 하락 폭보다 훨씬 더 컸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내 온도에 대한 민감도가 남성보다 여성이 크다는 걸 시사한다. 연구진은 "따라서 기업들이 직장에서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실내 냉방온도를 조금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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