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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21일 달에 착륙한 미국의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 먼저 착륙한 닐 암스트롱이 촬영했다. 올드린의 안면덮개에 비친 우주비행사가 암스트롱이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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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끝난 아폴로의 영광과 환호
나사, 반세기만에 달 착륙 다시 도전
"이번엔 발자국 아닌 머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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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달에서 걷다(MEN WALK ON MOON)."(뉴욕타임스), “인간 달을 딛고 서다”(경향신문), “인간 달에 섰다”(동아일보),“억겁의 침묵 깨고-달은 숨쉬기 시작했다.”(조선일보)”
50년 전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소식을 전하는 신문들의 표제다. 인간이 최초로 달에 착륙한 1969년 7월21일(세계표준시 기준). 세계 각국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인류가 맞이하는 장엄한 순간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가 발표한 임시 공휴일 지정 이유는 “우주의 새로운 역사가 창조되는 이날을 경축하고 달세계 개척에의 전 인류참여에 호응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달 착륙선 이름 '아폴로'는 당시 최고 유행어가 됐다. 그해 여름 유행한 눈병에 ‘아폴로눈병’이란 이름이 붙여질 정도였다. 전 세계 인구 36억명 가운데 무려 6억명 이상이 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다. 당시 전 세계 텔레비전 보급률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시청률이다. 수천년의 신화와 전설, 100년의 공상과학 무대에서만 놀던 달이 현실의 무대로 내려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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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곽노필, 곽노필의 미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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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 착륙의 영광과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목표를 달성한 미국은 3년 후 달 여행을 접었다. 천문학적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성과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아폴로 프로그램에 쓴 돈은 모두 250억달러. 지금 가치로 1500억달러(175조원)에 이른다. 미국에 선수를 빼앗긴 소련도 마찬가지 이유로 더는 달에 미련을 갖지 않았다.
한동안 무대 뒤에 있던 달이 반세기만에 다시 우주 탐사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새로 펼쳐지는 달 탐사의 주역은 아폴로 우주선을 보며 우주 탐험의 꿈을 키워온 '아폴로 키즈'들이다. 이들이 이끄는 21세기 달 탐사의 성격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제임스 브라이든스틴 나사(미 항공우주국) 국장은 이를 "이번엔 단지 발자국과 깃발을 남기려 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머물기 위해 가는 것"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더 먼 우주, 즉 화성으로 가는 전초기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한 달에서는 우주선을 더 쉽게 발사할 수 있다. 달에서 우주로 물건을 보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지구의 24분의1에 불과하다.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 가운데 하나인 버즈 올드린은 6월30일 스티븐 호킹 메달 수상 기념 연설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달에 먼저 정착하는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생전 육성을 전했다.
탐사 추진 주체들도 다양해졌다. 21세기 우주굴기를 도모하는 다른 나라들과 자금력이 풍부하고 기술력이 좋은 민간기업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파리에어쇼에 참석한 브라이든스틴은 우주탐사업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뽐내기 위해 나사보다 앞서 달 착륙선을 띄워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나사가 달 착륙선을 직접 제작하는 대신 민간업체 착륙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여기엔 예산 부족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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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에 앞서 우주선이 도착할 달 궤도 정거장. 록히드마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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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칭은 아르테미스...첫여성 보내기로
2024년 착륙, 2028년 기지 건설 목표
나사의 새로운 달 착륙 목표 시기는 2024년이다. 애초 2028년을 목표로 삼았으나 지난 3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앞당겼다. 2024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두번째 임기의 마지막해다. 나사가 정한 이번 달 착륙 프로그램의 명칭은 ‘아르테미스’(Artemis)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의 12신 중 아폴로(또는 아폴론)의 쌍둥이 남매로, 달의 여신이다. 나사는 이름에 걸맞게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여성 우주비행사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아폴로 프로그램에서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 12명은 모두 남자였다.
아폴로는 지구에서 달 표면으로 직행했다. 아르테미스는 정거장을 한 번 거친다. 우주비행사들은 우선 게이트웨이(달궤도 정거장)에 도착한 뒤, 여기서 착륙선으로 갈아타고 달 표면으로 내려간다. 지구에서 40만km 떨어져 있는 달 궤도에 설치될 게이트웨이는 화성을 비롯한 먼 우주 여행을 떠나는 우주선의 중간기착지이자 우주비행사들의 임시거처, 우주 실험실 역할을 한다. 국제우주정거장보다는 훨씬 작은 시설로, 우주비행사가 상주하지는 않는다. 한 번에 최대 3개월 동안 머물 수 있다. 나사는 우주비행사 없이도 각종 과학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해 지구에 전송해 주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국제우주정거장을 완성하기까지는 35차례의 모듈 발사가 있었다. 게이트웨이는 5~6차례만 발사하면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나사는 내다본다. 조립 작업도 자동화할 계획이다. 게이트웨이는 국제 및 민간 협력을 통해 짓게 된다. 나사는 2022년 하반기 첫 모듈(동력과 추진력 장치)을 민간업체 로켓에 실어 발사할 계획이다. 모듈 제작사로는 막사 테크놀로지스(Maxar Technologies)가 선정됐다. 핵심은 50킬로와트 태양광 전지 시스템을 갖춘 태양광발전모듈이다. 게이트웨이엔 두개의 도킹 포인트를 만든다. 하나는 오리온 우주선, 다른 하나는 달 착륙선용이다.
게이트웨이엔 두 개의 방(거주용과 과학실험용)을 만들 예정이다. 우선은 2인을 수용할 수 있는 방을 구축한다. 애초 목표는 4인 수용시설이었지만 달 착륙 계획을 4년 앞당기면서 축소했다. 그 이후엔 매년 우주비행사들이 새 부품을 갖고 가는 방식으로 2026년까지 조립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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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 우주선 오리온을 기반으로 설계한 록히드마틴의 달 착륙선 상상도. 록히드 마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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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기업인들도 달 여행 도전
나사는 아르테미스 착륙지를 탐색하기 위해 내년부터 차례로 달 탐사장비를 실은 소형 무인 착륙선을 보낼 예정이다. 이 일을 맡길 기업으로 오비트 비욘드 등 기업 3곳을 선정했다. 이어 달 착륙선을 발사하기 이전에 현재 제작중인 차세대 로켓 SLS와 우주선 오리온을 두 차례 테스트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쓸 대형로켓 차세대발사시스템(SLS)은 보잉이, 우주선 오리온은 록히드마틴이 개발 작업을 맡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이 이끄는 우주개발업체들은 아예 독자적인 달 탐사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로켓 발사-재활용 등 기술 실용화에서는 나사를 훨씬 앞서가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35차례나 재활용 팰컨 로켓을 발사했다.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도 개발해 올해 안에 실제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아폴로 이후 나사도 하지 못한 일을 민간기업이 해내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스페이스X는 함께 개발중인 심우주용 우주선 스타십도 개발중이다. 스타십은 로켓과 우주선이 일체인 콤보형 우주선이다. 2023년 첫 달 궤도 여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일찌감치 1호 달 여행객으로 일본 기업가 마에자와 유사쿠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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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최고경영자 제프 베이조스가 공개한 실물 크기의 달 착륙선 블루문 모형. 블루오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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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창업자이자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는 만 다섯살 때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을 보고 우주의 꿈을 키운 `아폴로 키즈' 출신이다. 그가 2000년에 사비를 들여 세운 우주개발업체 '블루 오리진'은 지난 5월 달 착륙선 '블루문' 모형을 공개했다. 우주비행사와 4대의 소형 달 탐사차량을 합쳐 15톤까지 실을 수 있게 제작할 계획이다. 베이조스는 자체 개발한 로켓과 우주선으로 2020년대 초반 우주여행 사업에도 나선다. 그는 매년 자신의 사재에서 10억달러어치 주식을 팔아 우주사업에 쓰기로 약속했다.
기업들엔 이제 우주가 거대한 비즈니스 시장이다. 우주는 이제 고요한 미지의 세계가 아닌 로켓과 위성이 분주히 오가는 시끌벅적한 '뉴스페이스'로 변모했다. 지구 저궤도 너머의 달도 뉴스페이스의 새로운 일원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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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가 추진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일정.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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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선 예산 증액에 시큰둥...일정도 촉박한 편
그렇다고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앞으로 남은 5년은 준비 기간으로선 너무 짧다. 일종의 벼락치기 공부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나사는 앞으로 5년간 200억~3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지금보다 연간 40~60억달러가 더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의회가 예산을 더 지원하는 데 부정적이다. 특히 민주당은 트럼프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고 의심한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6월25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빼놓고 나사 예산을 승인했다. 사실 달 복귀 프로그램을 둘러싼 미국 행정부와 의회의 갈등은 해묵은 사안이다. 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달 재착륙 제안은 의회로부터 여지없이 거부당했다. 그 아들 부시가 2004년 다시 달 프로그램을 재개했지만 후임자인 민주당 대통령 오바마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사정이 안 좋자 2010년 이를 취소했다. 2017년 트럼프가 이 문제를 다시 꺼낼 때까지 달 재도전 프로그램은 장롱 속에 묻혀 있었다.
나사는 게다가 아직 달에 갈 로켓과 우주선도 없다. 차세대 로켓과 우주선 개발 일정이 계획보다 진행속도가 더딘 탓이다. 원래 2005년 개발이 시작된 오리온은 2010년대 초반 우주로 가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까지 160억달러를 들였다. 하지만 아직도 제작중이다. 2020년까지는 시험비행을 마쳐야 아르테미스 일정을 맞출 수 있다. 2006년 시작돼 그동안 110억달러가 투입된 차세대 로켓 SLS도 마찬가지다. 애초 2017년 12월 첫 발사가 목표였지만, 지금은 2020년 11월 이후로 늦춰진 상태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민간업체 로켓과 우주선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업체들도 계획보다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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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17호(13호 제외)가 착륙한 지점들.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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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풍부한 달 남극에 내려...일조량도 많아
아폴로 우주선들이 착륙한 곳은 달 앞면 적도 부근에 몰려 있다. 아르테미스의 달 착륙 지역은 훨씬 아래쪽에 있는 달 남극 부근이다. 왜 이곳으로 정했을까? 나사는 달 도착 뒤 몇년 안에 사람이 상주할 수 있는 시설을 달 표면에 건설할 계획이다. 달 기지가 완성되면 달은 사실상 지구의 일원이 된다. 인류는 게이트웨이를 교두보로, 지금의 남극기지처럼 달을 오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호주 플린더스대 우주고고학자 앨리스 고먼은 "달은 우리가 `멀지만 이 세상의 일부'인 남극을 대하는 것과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달 기지의 현재 목표 시기는 2028년이다. 그런데 기지 건설과 상주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지구에서 조달하려면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든다. 대안은 달에 있는 자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다행히 달에는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 있다. 물이다. 달에 물이 있다는 것은 2009년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1호가 처음 확인했다. 물이 풍부하게 있는 곳이 바로 달의 남극 지역이다. 이곳에 대략 4억5천만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달에서 가장 큰 분지인 남극-에이킨 분지(South Pole-Aitken basin)가 이곳에 있다. 길이가 1600마일(2754km), 깊이가 8마일(13km)에 이른다. 이 안에 아폴로, 쉬뢰딩거, 섀클턴, 폰카르만 등 많은 분지들 있는데 섀클턴 분화구에 특히 물이 풍부하다. 얼음 형태로 쌓여 있는 물이 지름 20㎞, 깊이 5㎞에 이른다. 물은 식수나 농업용수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소와 수소로 분리해 로켓 연료의 재료나 호흡용 산소로 쓸 수도 있다.
남극은 또 달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일부 지역은 무려 200달일(달 하루는 29.5일)간 해가 계속해서 비친다. 이는 태양광 발전에 유리하다. 태양과 에너지의 힘으로 달 토양과 암석, 먼지 등을 3D 프린터에 넣어 건축재료로 쓸 수 있다. 맑음의 바다, 고요의 바다 등 일부 지역엔 지구보다 함유량 10배(10%) 많은 티타늄 광물이 있는 것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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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추진중인 2030년 무인 달 착륙선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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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도 달 탐사에 합류
한국은 2030년 무인 착륙선 보내는 게 목표
새로운 달 탐사의 또다른 특징은 경쟁구도가 복잡해진 점이다. 과거 미국-소련 양자 구도에서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일본까지 가세한 다자 구도로 학대됐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창어4호는 2019년 1월 벽두에 달 뒷면에 안착했다. 창어4호의 달 탐사차량 위투(옥토끼)는 현재 미국도 가보지 못한 이 지역을 세계 처음으로 훑고 있다. 중국은 2019년 말에는 달 표면의 표본을 수집해올 창어5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중국 국가항천국은 10년 안에 달 남극에 과학연구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2008년 달 궤도 위성 찬드라얀 1호를 쏜 인도도 11년만에 달 착륙에 나선다. 7월15일로 예정이었던 달 착륙선 찬드라얀 2호는 일단 발사 시기를 연기한 상태다. 현재 9월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찬드라얀2호의 목적지 역시 달 남극이다. 찬드라얀2호 발사에 들어간 비용은 1억4400만달러(약 1700억원)에 불과하다. 성공할 경우 인도는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4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 인도의 달 탐사 최대 목적은 미래의 핵융합발전 원료인 헬륨3를 찾는 것이다. 달에 헬륨3가 있다는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가 가져온 달 표본에서 확인됐다. 헬륨3은 t당 50억달러(5조9천억원)나 되는 아주 값비싼 광물자원이다. 과학자들은 약 100만t이 달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은 2021년 무인 달 탐사에 이어 2029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요타가 우주비행사 2명이 타고 1만km를 달릴 수 있는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이 차엔 가압 장치를 설치해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복을 입지 않고도 활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사실 1966년 미국보다 앞서 무인 달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유인 착륙에서 미국에 추월당한 뒤로는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1976년 루나 24호를 끝으로 그동안 달 탐사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5월 발표한 새 달 탐사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달 탐사용 초대형 로켓을 제작한 뒤 2029년 달 궤도 비행, 2030년 유인 달 착륙에 도전한다는 것이 목표다. 유럽우주국은 '문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2020년대 달 기지 건설을 시작해 2040년대에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이들 나라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몇차례 수정 끝에 2018년 2월 발표한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스페이스엑스 로켓으로 달 탐사 궤도선을, 2030년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구상이다. 2021년을 목표로 개발중인 한국형 발사체는 2018년 11월 75톤급 엔진 4개를 묶은 1단로켓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작을 맡은 달 궤도선(KPLO)은 무게 550kg으로 6개의 탑재체를 실을 예정이다. 달 궤도 선회 임무 기간은 1년. 애초 계획했던 3단계 목표 '달 착륙-샘플귀환선'은 '소행성 샘플 귀환'으로 방향을 바꿔 2035년까지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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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우주국이 구상중인 문빌리지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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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 건설, 자원 채굴 현실화땐 국가간 갈등 소지
각국이 달 기지 건설과 자원 채굴을 새로운 달 탐사의 목표로 세움에 따라 자칫 국가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달 탐사를 둘러싼 규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생겼다. 물론 우주개발과 관련한 국제규범이 없는 건 아니다. 1967년 체결한 우주조약은 외계 우주는 어떤 국가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우주 탐사와 이용은 모든 나라의 이익을 위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현재 100여개국이 이 조약에 서명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2015년 우주에서 추출한 자원의 소유와 판매를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는 우주조약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이 이 법을 고수할 경우 향후 달 자원과 영토 점유를 둘러싸고 다른 나라들과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크다.
현재 360조원대로 추정되는 세계 우주산업 시장은 로켓과 위성 수요가 급증하면서 2040년대엔 2.7조달러(3000조원)까지 커질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비해 후발 국가들도 속속 우주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독립적인 우주정책개발기구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은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이 엄청난 우주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2018년 7월 호주우주국(ASA)을 신설했다. 사실 오스트레일리아는 러시아,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위성을 발사한 나라다. 인구 60만의 유럽 소국 룩셈부르크도 2018년 9월 소행성 광물 탐사를 최우선 과제로 우주국(LSA)을 신설했다. 터키도 지난해 우주국 신설 흐름에 합류해다. 올들어선 포르투갈이 2021년 독자 위성 발사를 목표로 지난 3월 우주국을 신설했다. 스리랑카,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들도 우주국 설립을 위한 기초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내실있는 우주개발전략을 만들고 실행하기 위해선 개발자나 해당 부처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시각을 벗어나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독립적 정책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우주정책을 수립하는 일은 과기정통부의 2개 과(거대공공연구정책과, 우주기술과)가 맡고 있다. 그러나 순환근무가 잦은 부처 특성상 정책 개발에서 전문성이나 지속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켓과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은 한국천문연구원 등 관련 부문의 연구개발 기능도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 정부도 단순한 연구개발을 넘어 외교, 안보, 산업 등 여러 분야와 관련 있는 우주정책 체계 개편에 공감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편 논의가 독립적인 우주청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부처내 조직 확대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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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올드린이 달에 남긴 발자국. 2020년대엔 어떤 발자국을 남길까?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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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새로운 블루오션 부상...과감한 도전 필요
극한의 조건을 견뎌내야 하는 우주탐사를 위해선 IT, 항공, 엔지니어링,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따라서 우주개발은 관련 부문에 끼치는 기술 파급 효과가 크다. 정보화, 자동화에 이은 새로운 산업의 물결을 주도할 수도 있다. 달 재도전을 계기로 더 큰 도약의 기회를 맞는 우주산업에 적극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우주산업이 의미있는 건 이런 거대한 경제적 잠재력 때문만은 아니다. 우주산업의 가장 큰 힘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인간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과 꿈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이는 세상을 대하는 시야를 틔워주고 도전욕을 자극할 것이다. ‘아폴로 키즈’들이 사재를 털어가며 우주사업에 뛰어드는 원동력도 여기에서 나온 건 아닐까? 50년 전 달을 과학의 품에 끌어안은 인류가 앞으로 펼쳐갈 21세기 ‘달 2.0' 시대는 인류에게 어떤 길을 열어줄까?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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