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을 위해 못할 일이 있을까? 셰익스피어가 그린 리처드 3세는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면서도 거리낌이 없다. 수양대군의 악마 버전 같다.
속사정은 복잡하다. 당시 영국은 리처드 3세를 죽이고 왕관을 빼앗은 튜더 왕조가 다스렸다. 그래서 리처드가 실제보다 나쁘게 묘사되었단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 했던가.
그렇다고 셰익스피어가 한갓된 용비어천가를 쓰지는 않았다. 작품 속, 재치 넘치는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가장 매력적인 악역으로 꼽힌다. 예술의 힘이 놀랍다, 시시한 폭군이 불멸의 악한으로 거듭나다니.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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