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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11 19:26 수정 : 2013.07.15 16:29

샘과 레이먼의 올리브 쿠킹타임 듀엣 (2011~2012, 올리브)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샘과 레이먼의 올리브 쿠킹타임 듀엣 (2011~2012, 올리브)
<올리브> 평일 오전 6시, 주말 오전 5시

반석씨가 요리를 취미 삼은 건 8년 전이다. 처음엔 볶음밥 정도였던 메뉴는 어느 순간 티본스테이크처럼 집에서 간단히 하기엔 어려운 요리로 넘어갔다. 원래 뭐든 시작하면 깊게 파고드는 반석씨지만, 요리만큼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군에서 한식과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반석씨는, 전역하자마자 요리의 기본인 소금을 탐구하겠다며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을 염전에서 보냈다.

요리라고 해봐야 기껏 땅콩 쿠키나 굽는 게 고작인 양평동 이씨로선 그런 반석씨가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다. 생선이나 생닭처럼 생전 모습을 유지한 식재료는 다듬기는커녕 가까이 가는 것조차 무서워하는 자신과 비교하면, 주방에 선 반석씨는 얼마나 든든해 보이는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씨는 요리 채널을 보았다. 자신에겐 없는 재능을 지닌 셰프들의 손놀림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오이를 국수 가늘기로 채를 썰고, 손목 스냅만으로 프라이팬 위의 식재료를 뒤섞어주는 그 현란한 솜씨 앞에서 이씨는 늘 넋을 잃었다. 특히 새벽까지 글을 쓰고 티브이를 켜면 어김없이 나오는 <샘과 레이먼의 올리브 쿠킹타임 듀엣>은 최고의 볼거리였다.

각자의 식당에선 최고의 셰프지만, 녹화장에 오면 서로 번갈아 가며 상대의 요리를 보조해줘야 하는 미묘한 관계의 콤비는 티격태격하면서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요리 과정 자체만큼이나 이씨가 좋아하는 대목은 요리가 끝나고 함께 맛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이었는데, 그 대목은 짧지만 늘 이씨를 매료시켰다. 요리가 그 의미를 온전히 지니려면 완성된 음식을 맛있게 먹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걸 이씨도 알기 때문이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같은 <한겨레> 토요판에 글을 쓰는 신소윤 기자는 <한겨레21>에 쓴 기사에서 이 프로그램을 ‘푸드 포르노’라고 일컬은 바 있다. 섹스가 아니라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어, 보는 순간 입맛이 돌고 허기가 지는 사진이나 영상을 뜻하는 단어다. 아마 이씨 또한 ‘푸드 포르노’로 그 프로그램을 소비했으리라. 다만 이씨가 욕망한 건 음식뿐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누군가가 자신의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걸 보는 요리라는 행위 자체라는 게 차이겠지만.

최근 반석씨는 문자를 한 통 보냈다. “얼마 전에 밥 얻어먹고 갔잖아. 나도 어머니께 뭔가 해드리고 싶어. 어머니 어떤 음식 좋아하시니?” 문자로 간략하게 어머니의 식성을 적어 보내주고 나니, 반석씨가 요리를 한 음식을 이씨 모자가 맛있게 먹는 광경이 눈앞에 그려졌다. 벌써 입안에 맑은 침이 고이는, 행복으로 충만한 상상이었다.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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