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슈츠: 두 변호사>(Suits, 2011~, 미국 유에스에이(USA)네트워크)<폭스 채널>, 매주 일요일 밤 10시 2회 연속 방영 “말하자면 이런 거야. 내가 조기축구를 열심히 하고 볼도 좀 찬다 쳐.” “너 개발이잖아.” “그러니까 예를 들면! 아무튼 그러고 있는데, 어느 날 다른 팀에서 나를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해 간 거야. 좋다고 갔는데, 알고 보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였던 거지. 남들은 루니나 앙리 급으로 볼을 차는데, 난 언제쯤 내가 조기축구 레벨이란 걸 들키나 가슴 졸이고 있는 거야.” 이씨의 푸념에 박하씨가 지겹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너부터가 네 글에 자신이 없으면 네 글로 누굴 설득시킬 건데?” “야, 업계에 나와보니 나보다 더 잘 쓰는 사람들이 이열 종대로 연병장 세바퀴는 되는데 어쩌냐? 그렇다고 내가 쌓아둔 밑천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언제 바닥을 드러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잠이 다 안 온다.” 커피잔을 손아귀 안에서 굴리며, 동교동 이씨가 투덜거렸다. 박하씨는 한숨을 내쉬고 말을 받았다. “너 혹시 <슈츠>라는 미드(미국 드라마) 본 적 있냐?” “처음 들어 보는데?” “주인공 마이클은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지만, 사정 때문에 법대를 중퇴했어. 다른 사람 대리시험이나 봐주면서 되는대로 살던 이 친구는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잘나가는 변호사 하비를 만나게 되지. 마이클의 재능을 알아본 하비가 마이클을 하버드 로스쿨 졸업생으로 둔갑시켜서 자기 로펌에 취직시키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법정 드라마야.” “그게 안 걸려?” “혹시 걸리지 않을까 내내 불안해하는 마이클을 보는 게 작품의 재미 중 하나지. 꼭 누구 닮지 않았어?” 이씨는 아랫입술을 비죽거리며 대꾸했다. “그래. 언제 이 얕은 밑천이 들통날까 불안에 떠는 누군가랑 비슷하네.” 이씨의 말에 박하씨는 씩 웃어 보였다. “너 말고도, 마이클에게서 자기 모습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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