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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11 18:50 수정 : 2015.10.23 14:30

가수 god.

[토요판]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지오디(god)가 돌아왔다. 단순히 신보 기준으로만 따지면 9년, 팀을 떠났던 윤계상이 돌아온 것으로 치면 12년 만의 신보다. 5월8일 선공개된 싱글 ‘미운 오리 새끼’는 발표되기 무섭게 각종 음원 차트의 ‘천장을 뚫고’ 압도적인 1위를 석권했고, 2개월 뒤인 지난 8일 공개된 8집 앨범 <챕터 8>의 수록곡들 또한 음원 차트 상위권을 도배하는 중이다. 멤버들과 함께 나이 먹은 팬들은 “으리(의리)로 (음원을 결제해) 상위권을 찍었다”는 농담을 던질 만큼 편안해졌지만, 굳이 골수 팬이 아니더라도 이번 앨범에 반가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1999년에 데뷔해 2000년대 초반 세대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국민 그룹’의 지위를 누린 지오디의 컴백이니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앨범에 대한 평가는 성적과 무관하게 다소 갈리는 편이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지오디풍의 음악을 거의 고스란히 재현하다시피 한 이번 앨범에 대해, 반갑지만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쳤을 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데엔 이르지 못했다며 한계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팬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견 일리 있는 지적이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가수들에겐 곧잘 자기복제 내지는 자기반복의 혐의가 씌워지는 법이고, 지오디의 이번 앨범은 그 혐의가 짙은 편이니까. 그런데 이런 지적이 과연 큰 의미가 있을까? 글쎄, 나는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 없다 생각한다.

멤버 만나고 헤어지고
오해 쌓았다가 풀고
9년만에 돌아왔음을
앨범 전체의 서사로 얘기

윤계상 탈퇴 후 나온 ‘보통날’
솔로 파트 넣어 재편곡
아이유와 함께 부른 곡에선
아저씨 된 자신들 웃으며 인정

어제 만난 듯 손 흔들며
음원 차트 상위권 휩쓸어

첫째, 지오디는 언제나 무난하게 듣기 좋은 이지 리스닝 계열의 발라드를 하는 팀이었지, 꾸준히 음악적 진보를 시도하거나 작가로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손수 구축해왔던 팀은 아니었다.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돌아온 그들의 신보는 분명 그들이 이미 선보인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렇다고 트렌드를 아주 놓친 것도 아니다. 앨범 전체에 걸쳐 크레딧을 올린 작곡팀 이단옆차기는 지오디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적당히 가미하는 데 성공했다. 지오디에게 엄청나게 새로운 것을 기대했다면 몰라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신보가 아닌가.

둘째, 앨범 전체의 구성으로 읽어 보면 이번 앨범은 더 재미있어진다. 지오디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거나 음악적 성장을 증명하는 데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 싱글 위주로 재편된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이돌 팀으로는 드물게, 앨범 전체의 흐름을 통해 하나의 큰 서사를 그려낸다. 멤버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오해를 쌓았다가 풀고, 누군가는 가슴 아픈 개인사를 겪고 주저앉았다가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은 그들은, 자신들의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앨범 전체를 할애해 천천히 자신들이 돌아왔음을 설득한다.

앨범의 서곡 ‘5+4+1+5=15’는 지오디의 데뷔 15주년을 상징하는 동시에, 5인조에서 4인조가 되었다가 다시 5인조가 되어 돌아오는 과정을 함축한 트랙이다. 윤계상이 참여했던 1집부터 5집에서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길’, ‘ 편지’, ‘하늘색 풍선’에 이르는 6곡을 골라 메들리로 엮은 이 곡은, 턱도 없이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과 체코 국립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팬들의 추억을 자극한다. 곡의 말미, 맏형 박준형으로 시작해 이번 재결성을 주도한 김태우를 거쳐 데니안과 손호영을 지난 뒤, 탈퇴 후 10년 만에 돌아온 윤계상의 뒤를 이어 다섯명이 입을 모으는 내레이션은 선명한 하나의 흐름을 지닌다.

서곡의 뒤를 잇는 곡은 윤계상이 팀을 탈퇴한 직후 발매된 6집의 타이틀곡 ‘보통날’을 편곡한 ‘보통날 (오리지널 버전)’이다. 마치 오랜만에 다섯명이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기에 앞서 가벼운 마음으로 몸풀기를 하듯, 원곡보다 가볍고 느긋한 느낌으로 편곡된 ‘보통날 (오리지널 버전)’엔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윤계상을 위한 솔로 파트가 새롭게 작곡되어 삽입된 것이다. 물론 10년 만에 추가된 새 파트는 곡 전체의 모양새를 다소 어색하게 만들었지만, 윤계상이 탈퇴하기 전의 대표곡들을 메들리로 연결한 서곡에서 바로 ‘보통날 (오리지널 버전)’로 이어지는 앨범의 흐름은 그 어색함을 수긍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마치 ‘이 곡은 원래 다섯명이 불러야 하는 곡이었고, 이제야 잠시 자리를 비웠던 윤계상의 파트를 공개해 곡을 완성할 수 있다’는 듯한 지오디의 태도는, 굳이 ‘보통날’이라는 제목 뒤에 괄호를 달아 (오리지널 버전)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과거의 기억들을 호출하고 중단된 역사를 복원한 뒤에야, 지오디는 자신들의 익숙한 트랙들을 변주하는 방식으로 2014년의 현재 안에 천천히 녹아든다. ‘하늘색 풍선’과 ‘촛불 하나’의 구성과 정서를 고스란히 가져온 스핀오프를 표방한 곡 ‘하늘색 약속’은 팬들에게 오래 기다려주어 고맙다는 윙크를 보내는 곡이고, 2집 수록곡 ‘프라이데이 나잇’의 2014년 버전을 표방한 댄스곡 ‘새터데이 나잇’ 또한 비슷한 역할을 한다. 스무살의 메건 리와 함께 부른 ‘우리가 사는 이야기’나 아이유와 함께 부른 ‘노래 불러줘요’와 같은 트랙들은 데뷔한 지 15주년이 되어 이젠 ‘아저씨’ 반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웃으며 긍정하는 곡들이고, ‘스마일’과 ‘난 좋아’와 같은 미드 템포 발라드, ‘스탠드 업’과 같은 댄스 트랙은 과거 지오디의 앨범을 채우던 수록곡들의 정서를 2014년 스타일로 재현한 곡들이다. 김태우가 작곡과 작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신사의 품격’ 정도가 새로운 스타일의 트랙이지만, 여전히 김태우가 솔로 시절 발표한 곡들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낯설지 않다. 천천히, 익숙하게 지오디는 자신들이 선보였던 스타일들을 복기한다.

이렇게 서브타이틀 곡이나 평범한 수록곡들의 정서로 촘촘히 트랙을 채운 뒤에야 지오디는 비로소 앨범의 마지막 곡이자 선공개곡으로 공개했던 ‘미운 오리 새끼’를 들려준다. ‘보통날 (오리지널 버전)’은 일부러 가볍고 느긋하게 편곡해 무게감을 덜었고, 공식 타이틀곡 ‘우리가 사는 이야기’는 다분히 따뜻함을 강조해 전형적인 지오디풍 발라드를 피해갔다. 하지만 ‘미운 오리 새끼’만큼은 영락없이 우리가 기억하던 지오디풍 발라드의 전형을 재현한다. 특히나 윤계상의 목소리로 곡이 시작되는 것은 무척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대중문화평론가 윤이나가 날카롭게 지적한 것처럼, 3집부터 시작해 모든 타이틀곡에서 “노래를 시작하는 윤계상의 역할은 말 그대로 ‘얼굴’ (…) 노래의 첫인상이자 그 노래를 부르고 있을 한 남자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곡은 우리가 알고 있던 지오디로의 복원을 완성하는 곡인 셈이다.

이렇게 사람들이 기억하는 지오디의 모습을 고스란히 품은 발라드곡이자 12년 만에 돌아온 윤계상의 목소리로 문을 여는 ‘미운 오리 새끼’를 들려주며 8집은 끝을 맺는다.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한 호흡으로 들어야 비로소 그들이 5명의 완전체로 돌아왔음을 온전히 실감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니 개별 트랙들이 자기복제와 자기반복에 가깝다는 지적은, 어쩌면 지오디가 의도한 앨범 단위의 시도를 싱글 단위로 끊어서 분석하면서 생기는 오류일지도 모른다.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마지막 이유는 지오디라는 팀의 정체성이다. 지오디는 단 한번도 자신들이 젊은이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팀이라거나, 넘치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팀이라 어필해본 적이 없다. 그 시절을 기준으로 삼아도 데니 안이나 박준형의 랩이 수준급이었던 것은 아니었고, 윤계상의 보컬 또한 평범하고 선량한 남자라는 인상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점이 지오디의 매력이었다. 지오디는 에이치오티(H.O.T.)처럼 10대들을 대변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신화처럼 당대로선 전위적인 무대를 선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이웃집에 살면서 함께 나이 먹어 갈 법한 또래 남자들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다 다시 살아가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던 지오디는, 공감하기 쉬운 ‘우리’의 일부로 사랑받았다. 그러니 대단한 발전 대신 언제나 그랬던 듯 평범하고 모나지 않은 남자가 부를 법한 노래로 돌아온 게 오히려 당연한 일인 셈이다. 이만하면 근 10년을 기다려온 팬들에게 마치 어제 만났던 사람처럼 손을 흔들며 건네는 재회 인사로는 충분하다.

이승한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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