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3.29 20:58 수정 : 2011.04.11 11:20

독자와 함께 신문 만들어야 살아남는다

시민편집인 블로그 댓글: “교회가 싫으면 신도가 떠나면 그만이지만…”

“<한겨레>를 위한 품위 있는 지적에 동감하면서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실례를 무릅쓰고 여쭈어봅니다. 지금 <한겨레> 필통 블로그 마을에서는 많은 블로거들의 심기가 불편하고 분노에 차 있는 블로거들도 있습니다. 저는 아직 분노까지는 아니지만, 정나미가 떨어져가는 중입니다. 교회가 싫으면 신도가 떠나면 그만이지만(하도 절만 가지고 비유하는지라) 자꾸 떠나는 교회도 문제는 있겠지요. 시민편집인이니 한번 필통 블로그 마을을 유람해보시고, 특히 [필통에 바란다]에 들어가셔서 관리 부재의 불성실함을 직접 목도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시민편집인이라면 <한겨레>에 ‘기대한다’는 식의 소극적 표현보다는 적극적이고 확실한 시정요구와 그에 대한 확인 책임까지 독자들에게 보여주시는 게 신뢰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저 구색 맞추기 옴부즈맨이라면 이 역시 불신만 조장하는 악순환이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사회에 만연한 소통부재를 지적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소통을 무시하는 <한겨레>의 모순을 그냥 내버려둘 수만은 없는 문제라 댓글을 남깁니다.”(무달구름 2011/02/23)

독자전화에 무성의…소통부재 심각

시민편집인 블로그에 이런 댓글이 달린 것을 계기로 시민편집인실은 <한겨레> 필통과 한토마, 그리고 일반기사 댓글 등에 내부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고객센터로 접수되는 독자 의견과 제보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추적해보았다.

예상한 것 이상으로 소통부재는 심각한 지경이었다. 온라인상에서 성의 있는 답변은 드물었고, 소통은커녕 그냥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깊은 밤시간대에는 음란사이트 광고로 도배된 곳도 많았는데, 아르바이트생을 쓰더라도 지워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광고는 잡초와 같아서 자주 뽑아내는 곳에는 뿌리내릴 수 없다.

고객센터를 통해 편집국원들과 통화하려던 독자들의 불만은 더욱 컸다. 답변이 무성의하거나 ‘바쁘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고, 담당부서로 전화를 돌려준다는데 막상 그 부서에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 등 불쾌한 경험을 한 독자들이 너무나 많았다.


한창희 독자는 평소 제보를 해오던 기자에게 또 제보할 일이 있어 사회부에 휴대전화 번호를 물었더니 무조건 ‘안 된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증언했다. “전화 받는 분 성함이라도 알고 싶다”고 했더니 “그런 거까지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요즘 기업은 물론 관공서에서도 걸려온 전화에 먼저 소속과 이름을 밝히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다른 독자는 “딴 신문사는 24시간 전화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겨레>는 아침저녁에도 전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선진 매체들은 트위트 등으로 아이템 발굴, 팩트 체크

실제로 세계 일류 매체들은 독자의 전화와 제보를 ‘황송하게’ 받고 그것을 토대로 기사와 프로그램을 만든다. 영국 <비비시>(BBC)는 2005년 런던에 테러가 나던 날 시민들이 보내온 휴대전화 영상으로 종일 뉴스를 제작했다. 당시 뉴스 책임자 헬렌 보든은 “우리 기자들은 현장에 접근도 못하는데 한 시간 안에 50개 영상이 뉴스룸에 쇄도했다”고 말했다. 지금 <비비시>는 20명의 소셜미디어 전담팀을 보도국 한가운데 배치하고 24시간 독자와 소통한다. 이들은 트위트 등을 통해 방송 아이템을 발굴해 취재팀에 넘기는가 하면 이미 내보낸 방송의 팩트를 체크 받아 후속 방송의 정확성을 높이는 구실까지 한다.

<뉴욕 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권위지들도 소셜에디터와 전담요원을 많이 두고 독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국(NPR)은 거대 방송사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은 예산을 쓰지만 소셜미디어 커뮤니티 구축에는 발빠르게 대처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는 가장 많이 중계되는 매체가 됐다.

독자와 소통하는 목적은 단순한 독자확보 차원에 머물지 않고 제보와 피드백을 받아 보도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국내에서는 <경향신문>이 23일 공익 제보 사이트인 <위키리크스>를 본떠 ‘경향리크스’를 개설했고, 그에 앞서 <중앙일보>는 세금낭비와 관련한 제보를 받아 남다른 지면을 꾸리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 섹션 ‘통하니’와 열린 책세상 ‘북하니’, 소셜댓글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지


이봉수 시민편집인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독자와 진정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다.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탄생한 <한겨레>는 댓글 서비스뿐 아니라 기사 서비스조차 제대로 안 해줘 안타까운 때가 많다. 메뉴바에서 ‘사설·칼럼’을 클릭하면, 29일 현재 ‘강재형의 우리말 칼럼’은 1월7일치, ‘백승종의 역설’은 1월22일치, ‘시민편집인 칼럼’은 지난해 12월29일치가 노출돼 있다.

<가디언> 편집국장인 앨런 러스브리저는 이미 2006년에 “우리는 디지털 회사이니 웹이 종이신문보다 중요하다”고 선언한 뒤 “웹에서 독자와 함께 신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2009년 100여명을 감원했는데, 디지털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포함됐다고 한다. 찰스 다윈은 강한 종이 살아남는다고 하지 않았다, 변화와 환경에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했지.

이봉수 시민편집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

이 칼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이 지원됩니다.

알밴 주꾸미를 꼭 잡아먹어야 하나

반생태적 보도와 언어 공공성 훼손 빈발

봄은 이른바 ‘제철음식’에 끌려 입맛이 돋기 시작한다는 계절이다. 그러나 생태계의 수난이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수난은 언론보도에 의해 가중된다. 보도와 신문언어의 공공성 문제는 이 난에서 몇 차례 제기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반생태적 보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생선이나 게를 예로 들면, ‘제철’은 곧 산란기를 말한다. 산란기에는 잡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일 만도 한데, 평소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겨레>조차 맛집이나 지역축제 안내 기사 등에서 알 밴 놈을 먹어야 제대로 먹는 거라고 쓴다.

“꽃게장은 살이 많고 알이 꽉 찬 산란기 직전의 암게로 담가야 제맛이다.”(3월8일 ‘예종석의 오늘 점심’) “주꾸미는 산란기인 4~5월을 앞둔 3월에 알이 가득 차고 부드러워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3월22일 ‘서해 주꾸미는 추워 집 나갔나’)

‘꿩 먹고 알 먹기’ 식으로 모두 먹어버리면 우선은 좋겠지만, 후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게 생태계 균형이다. 선진국에서는 특히 연안 어종에 대해 산란기를 금어기간으로 정하고 엄중단속하는데, 우리는 정부가 방관하고 언론이 앞장서서 ‘제철 생선을 즐기라’고 부추긴다. 선진국들은 새끼도 못 잡게 하는데 우리는 새끼에 알까지 싹쓸이해 왔으니 어족자원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동물뿐 아니라 식물도 ‘뭐가 뭐에 좋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속설을 그대로 지면에 옮겨 특히 희귀 동식물들이 온통 수난을 당하고 있다. ‘몇억원을 호가하는 몇년짜리 산삼을 캤다’는 기사가 언론에 가끔 실리는데, 과연 그만한 약효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토록 과장되지 않았더라면 산삼도 멸종위기에 처하기는커녕 도라지나 더덕처럼 흔히 캐먹을 수 있는 산나물이 됐을지도 모른다.

언어생활에서 동물 학대와 비하는 흔한 일이지만, 적어도 언론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살배기 아들을 상습폭행해 죽게 만든 아버지를 비난하면서 “짐승보다 못한 아빠”(3월18일)라고 비유할 것까지는 없지 않았을까? 악독한 짓은 인간이 했는데, ‘인면수심’이라는 말을 갖다 붙여 동물을 모독하는 것도 언론이다. ‘쇠귀에 경 읽기’(3월9일, 12일), ‘마이동풍’(1월20일)…, 모두가 인간 기준의 조어일 뿐이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라는 말도 있지만 일정 부분 의식구조를 지배하게 된다. 언론보도에서부터 ‘인간도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자각이 모자라니, 4대강을 마구 파헤치는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지난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창덕궁을 관람하던 정상 부인들 중에서도 우리 대통령 부인과 남아공 대통령 약혼녀가 모피 숄을 걸친 게 눈에 띄었다. 이봉수 시민편집인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민편집인의 눈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