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22 18:25
수정 : 2019.11.14 17:36
국제면에서도 민주주의, 평화와 사회정의의 신장을 위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구적 수준에서의 정치 상황을 체계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후퇴 양상, 그러한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응을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해한다. 신문이나 티브이가 제공하는 보도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이해한다. 그러므로 대중매체는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한다.
<한겨레>에서 더 넓은 세계에 대한 뉴스는 주로 국제면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국제면 기사를 읽으면, 당연히 국제적으로 일어난 여러 사건과 세계의 변화를 이해할 수 있다. 국제면은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독자들로 하여금 국제적인 감각과 지구적 시각에서 한국을 포함한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게 한다. 그러므로 국제면은 국내 기사를 주로 다루는 정치면이나 사회면이 할 수 없는 독특한 구실을 담당한다. 또한 다른 매체와 마찬가지로 <한겨레>의 국제면도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한겨레> 국제면에 실리는 기사들이 다루는 대상 지역과 내용이 상당히 제한적이어서 지구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오늘의 세계는 과거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환경오염이나 미세먼지와 같은 산업화의 후유증이 아니라, 1980년대부터 그렇게 강조되었던 세계화의 후유증으로 나타난 정치적 변화이다. 1989~1991년 동구권 국가 사회주의 해체와 더불어 프랜시스 후쿠야마와 같은 정치평론가는 더 이상 역사의 변화는 없다는 ‘역사의 종언’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속화된 세계화에 이어서 벌어진 일은 ‘역사의 종언’이 아니라 ‘극우 포퓰리즘’과 ‘권위주의’의 부활에 따른 ‘역사의 후퇴’였다.
최근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가장 먼저 경험한 유럽에서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극우정당들이 대두되었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통해서 극우 포퓰리즘의 실체가 알려졌지만, 이미 유럽연합 31개국 가운데 11개국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연정의 형태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극우정당이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는 제1당으로, 덴마크·핀란드·오스트리아·네덜란드에서는 제2당으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극우주의가 약했던 스웨덴과 독일에서도 최근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제3당으로 급부상하였다. 그리고 1989~1991년 민주화를 경험한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에서 다시 권위주의적인 극우 포퓰리스트 정권이 등장하였다. 그리하여 헝가리의 철권통치자인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하여 2018년 10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중앙유럽대학(CEU)을 폐교시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조지 소로스가 1991년에 설립한 중앙유럽대학은 부다페스트에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시아에서도 터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필리핀(로드리고 두테르테)과 타이(쁘라윳 짠오차)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권위주의가 부활했다. 남미와 북미에서 가장 큰 나라인 미국(도널드 트럼프)과 브라질(자이르 보우소나루)에서도 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극우 포퓰리즘이 대두하면서,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촛불시위에 힘입어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한겨레>는 국내 정치를 다루는 정치면처럼 국제면에서도 민주주의, 평화와 사회정의의 신장을 위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구적 수준에서의 정치 상황을 체계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 후퇴 양상, 그러한 원인에 대한 진단과 대응을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극우 포퓰리즘에 대응하는 기존 정당들의 전략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비영리 조직의 대응을 보도함으로써, 여러 나라의 정치 집단이나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구적 수준에서 ‘민주주의와 평화’를 도모하는 활동을 한국에서 모색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세계 정치 상황에 대한 지식과 현실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수준에서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한겨레>가 보다 적극적으로 현재 지구적인 수준에서 일어나는 정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겨레> 국제면 기사가 더 적극적으로 세계를 읽어내고, 지구적 수준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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