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올여름은 지난해 여름보다는 덜 더웠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는 어느 여름보다 더 뜨거웠다. 그로 인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지소미아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일본의 수출규제도 모두 뒷전으로 사라졌다.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그는 한여름 밤 국민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 인사청문회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한 축인 국회의 기능 상실과 공론장의 왜곡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야당이 국회의 검증 제도인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면서, 인사청문회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법으로 정해진 인사청문회를 국회의원이 거부하고 국회 밖에서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국회가 유명무실한 기관이 됐다. 인사청문회법을 어기면서, 뒤늦게 열린 인사청문회도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 7명의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았어야 함에도, 조국 후보자 외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인사청문회는 조국 후보자에서 시작해 조국 후보자로 끝났다. 시장경제의 근본 질서를 책임지는 공정거래위원회,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영역으로 떠오른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절반의 인구인 여성 문제를 다루는 여성가족부, 공론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업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자본주의 시대 금융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처가 없다. 이번 개각에서 이들 부처를 책임지는 공직자들의 능력과 자질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부처를 책임질 장관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조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에만 집중하면서, 국민의 관심도 그렇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는 권력기관이라 볼 수 있지만, 전에는 그다지 중요한 부서로 인식되지 않았다. 조국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치적 공세가 시작됐고 의혹 제기와 폭로가 증폭된 경우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야당 의원들이 앞다퉈 제기하고 매체들이 퍼 나르면서, 7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는 사라지고, 오직 조국 후보자 청문회만 남게 됐다. 여기에 뒤늦게 검찰이 등장하면서 ‘조국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더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6월에 도입됐다. 고위 공직자의 업무 수행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가 업무 수행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로 도입됐다. 행정 권력에 대한 의회의 견제라는 차원에서 3권 분립을 강화하는 제도의 의미도 있다. 그러나 정쟁으로 인사청문회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장외 여론 정치가 대두됐다. 국회가 주인공이 아니라 미디어가 주인공이 됐다. 공론장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세계가 새롭게 펼쳐졌다. 8월9일부터 임명동의안 제출, 9월9일 임명이 이루어지기까지 한달간 조국 후보자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2만5272건에 달했다.(‘빅카인즈’ 분석) 이는 지난해 9월9일부터 올 9월9일까지 1년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장자연 사건’ 보도 4496건과 ‘김학의 사건’ 보도 7518건에 견주면,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이는 다른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 대한 보도와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보도 건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1142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1065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1051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1035건, 이정옥 여가부 장관 후보자 746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16건에 불과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정치와 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더 깊어질 것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를 통해 사회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미디어가 정치화되면서, 사실 확인보다는 여론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정치권과 언론이 의혹 제기에 앞서, 사실 확인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사실 확인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치도 미디어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관심은 ‘권력’이 아니라 ‘민생과 삶’이라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칼럼 |
[시민편집인 칼럼] 정치 혐오와 미디어 혐오를 넘어서려면 / 신광영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올여름은 지난해 여름보다는 덜 더웠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는 어느 여름보다 더 뜨거웠다. 그로 인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지소미아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일본의 수출규제도 모두 뒷전으로 사라졌다.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되면서, 그는 한여름 밤 국민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 인사청문회는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의 한 축인 국회의 기능 상실과 공론장의 왜곡을 한꺼번에 보여줬다. 야당이 국회의 검증 제도인 인사청문회를 거부하면서, 인사청문회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됐다. 법으로 정해진 인사청문회를 국회의원이 거부하고 국회 밖에서 의혹을 계속 제기하면서, 국회가 유명무실한 기관이 됐다. 인사청문회법을 어기면서, 뒤늦게 열린 인사청문회도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 7명의 공직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았어야 함에도, 조국 후보자 외에는 관심을 끌지 못했고 인사청문회는 조국 후보자에서 시작해 조국 후보자로 끝났다. 시장경제의 근본 질서를 책임지는 공정거래위원회,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영역으로 떠오른 과학기술을 책임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절반의 인구인 여성 문제를 다루는 여성가족부, 공론장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업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자본주의 시대 금융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부처가 없다. 이번 개각에서 이들 부처를 책임지는 공직자들의 능력과 자질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들 부처를 책임질 장관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검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조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에만 집중하면서, 국민의 관심도 그렇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는 권력기관이라 볼 수 있지만, 전에는 그다지 중요한 부서로 인식되지 않았다. 조국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치적 공세가 시작됐고 의혹 제기와 폭로가 증폭된 경우다.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야당 의원들이 앞다퉈 제기하고 매체들이 퍼 나르면서, 7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문회는 사라지고, 오직 조국 후보자 청문회만 남게 됐다. 여기에 뒤늦게 검찰이 등장하면서 ‘조국 드라마’의 극적 요소를 더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2000년 6월에 도입됐다. 고위 공직자의 업무 수행이 국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가 업무 수행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로 도입됐다. 행정 권력에 대한 의회의 견제라는 차원에서 3권 분립을 강화하는 제도의 의미도 있다. 그러나 정쟁으로 인사청문회의 기능이 사라지면서, 장외 여론 정치가 대두됐다. 국회가 주인공이 아니라 미디어가 주인공이 됐다. 공론장을 지배하는 미디어의 세계가 새롭게 펼쳐졌다. 8월9일부터 임명동의안 제출, 9월9일 임명이 이루어지기까지 한달간 조국 후보자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2만5272건에 달했다.(‘빅카인즈’ 분석) 이는 지난해 9월9일부터 올 9월9일까지 1년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장자연 사건’ 보도 4496건과 ‘김학의 사건’ 보도 7518건에 견주면, 비교가 불가할 정도다. 이는 다른 인사청문회 대상자들에 대한 보도와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보도 건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 1142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 1065건,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1051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1035건, 이정옥 여가부 장관 후보자 746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16건에 불과했다.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정치와 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더 깊어질 것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치를 통해 사회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사회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또한 미디어가 정치화되면서, 사실 확인보다는 여론 정치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정치권과 언론이 의혹 제기에 앞서, 사실 확인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사실 확인이 사라진 곳에서는 정치도 미디어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관심은 ‘권력’이 아니라 ‘민생과 삶’이라는 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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