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10 18:32
수정 : 2018.05.11 13:16
안재승
논설위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논란이 본질을 비껴간 채 곁가지로 흐르고 있다. 분식회계냐 아니냐가 아니라 ‘왜 삼성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경제 문제가 지극히 비경제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2014년 4년 연속 적자를 내다가 돌연 2015년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년 동안 특별감리를 벌여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킨 분식회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대해 삼성은 회계처리 방식 변경은 국내 3대 회계법인의 권고를 따른 것이고 공인회계사협회의 검토를 거친 결정이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한다. 분식회계 여부는 17일 금융감독위원회 산하 감리위원회와 23일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가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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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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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이 서둘러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단정 짓고 금감원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금감원이 정권 코드에 맞춰 삼성 때리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다” “정부 부처들이 삼성을 털겠다고 작정한 듯 일제히 공격한다” “전방위 먼지떨이식 압박에 기업만 멍든다” “새 정부 요직을 장악한 참여연대의 삼성을 겨냥한 조처다” 등등. 삼성은 ‘억울한 피해자’, 금감원은 ‘파렴치한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다.
금감원의 입장이 달라졌다는 주장도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 금감원에 분식회계 의혹 관련 질의서를 보냈고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 대한 공인회계사협회 감리 결과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회신했다. 비상장기업의 경우 금융위는 금감원이 아닌 공인회계사협회에 감리를 맡기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6년 11월 상장됐다. 금감원의 특별감리는 2017년 3월 시작됐다. 금감원이 입장을 바꿨다고 보기 어렵다.
또 설령 입장을 바꿨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무리다. 이전 정부의 잘못을 새 정부가 계속 눈감아준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비록 뒤늦었지만 바로잡는 게 정부의 올바른 자세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뭉개버린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 의혹’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재조사하는 것이나 금융위가 입장을 바꿔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 등이 그런 사례다.
금감원의 혐의 유출 논란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1일 언론에 알린 내용은 “감리를 완료하고 조치사전통지서를 회사와 감사인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조치사전통지는 증선위에 안건을 상정하기에 앞서 당사자들에게 미리 알려주는 절차다. 조치사전통지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이례적인 일은 맞지만, 금감원이 판단할 사항이다. 금감원은 “다수와 연관된 사안이라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할 방법을 찾던 끝에 내린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혐의의 구체적 내용은 이미 2016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과 참여연대의 질의서를 통해 세세하게 공개된 바 있다.
대다수 언론이 삼성 문제만 나오면 객관적 시각을 잃는 모습을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안인 경우 특히 더 그렇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도 끝에 이르면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삼성 문제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일방적인 편들기는 삼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사건이나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사건에서 거듭 확인된 사실이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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