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28 18:21
수정 : 2018.06.28 19:03
안재승
논설위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가 지난주에 ‘보유세 개편안’을 공개하자, 집값이 이미 하락세에 들어선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 시장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온다. 특히 서울 강남은 재건축 규제까지 겹쳐 타격이 클 것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과장된 주장이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서울의 집값 급등세가 멈춘 건 사실이지만 내리지도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지방 아파트값은 평균 1.4% 내린 반면 서울은 8.0% 올랐다. 특히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는 12.9% 급등했고, 그중에서도 송파구는 상승률이 16.4%에 이른다. 서울은 월간 단위로 지난 1년 동안 아파트값이 내린 적이 한번도 없고 강남은 5월에 들어서야 겨우 0.17% 떨어졌다. 평균이 그렇다는 거고 개별적으로는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적지 않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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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장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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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의 근거로 최근 강남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값이 1억~2억원 떨어진 것이 제시되는데 이 또한 ‘착시 현상’이다. 그동안 가격이 오를 대로 오른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값을 내려 판 것일 뿐 전반적인 하락세로 보기는 어렵다. 한 예로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76.5㎡는 지난해 5월 14억4000만원에서 올해 1월 19억원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18억원으로 내렸다. 1월에 비해서는 1억원이 빠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3억6000만원이 오른 상태다. 재정개혁특위의 보유세 개편안이 아파트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는데 세금이 수십만~수백만원 늘어난다고 집을 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보유세 강화로 집값이 떨어지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내 집 마련의 부담 때문에 중산층조차 소비를 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조사를 보면, 지난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가 8.8배다.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안 쓰고 안 먹고 9년치 소득을 고스란히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서초구는 20.8배, 강남구는 18.3배에 이른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모든 것을 던져야만 하는 비정상적 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절약하면서 성실히 살면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1주택자는 평수를 넓혀갈 수 있어야 한다. 투기세력이 아니라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되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늘고 내수도 살아날 수 있다.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 이유다.
집값이 하락해 담보 가치가 떨어지면 은행 등 금융권이 대출을 줄여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권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대처해야 한다.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영업으로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을 부추긴 금융권도 책임을 분담하는 게 마땅하다.
마침 전세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보유세가 늘어나도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기 어렵게 된 것이다. 보유세를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이 떨어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보유세 개편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난주에 공개된 개편안으로는 역부족이다. 다음달 3일 최종안을 확정하는 재정개혁특위의 책임이 무겁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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