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8.28 17:43 수정 : 2018.08.28 20:25

김영배
논설위원

‘경제부총리’ 자리가 처음 생긴 것은 1963년 12월 박정희 정부 출범 때였다. 청와대와 행정부에 흩어져 있는 경제 기능들을 모아 총괄하자는 목적이었다. 경제기획원이 재무부와 합쳐져 재정경제원으로 커졌다가 재정경제부로 쪼그라드는 중에도 부총리 겸직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경부를 기획재정부로 바꾸면서 경제부총리제를 없앴지만, 박근혜 정부가 되살려 지금에 이르고 있다. 경제부총리를 두지 않았던 게 예외적이었음에 비춰 경제부문 총괄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어느 때 부총리라도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지휘자 자리가 만만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문재인 정부 첫 경제부총리인 김동연 기재부 장관에게 닥친 어려움은 두가지 점에서 특별해 보인다. 하나는 대외 여건으로, 국제경제 질서가 크게 바뀌는 흐름 속에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그 상징이다. 미국 주도로 국제무역을 촉진해 전체 과실을 키워 나눠갖는 자유무역 질서가 변곡점에 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난제다. 다른 하나는 경제운용의 틀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국내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도해온 ‘소득주도 성장론’은 ‘낙수효과’를 겨냥한 이전 정부의 경제운용 방식과 많이 다르다. 이해관계가 얽힌 운용의 틀과 경제 교리를 바꾸는 일 자체도 어렵거니와 나쁜 대외 여건과 맞물리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경제 지표를 놓고 당장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중에 바꾼 틀을 지켜내는 일은 버거운 짐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2019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대외 여건을 헤쳐나갈 대비책의 여지는 좁다. 면밀히 관찰하면서 대응해야 할 상수로 여겨야 할 뿐이다. 대내 여건은 이와 달라 대응할 여지가 있다. 이 지점에서 지금 경제사령탑에게 필요한 건 온갖 비판을 견뎌내며 정책의 방향성을 의연하게 지켜나가는 ‘정치적 맷집’이다. 경제 사정이 나빠진 게 전부터 쌓여온 결과라 하더라도 당장의 책임을 맡은 이들에게 비판이 쏟아지기 일쑤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 부총리에게 맷집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여느 경제 관료와 김 부총리를 구별 짓는 게 상고·야간대를 나온 ‘흙수저’ 출신이라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에서다. 경제관이 여느 관료들과 다르고, 더욱이 바뀐 정권에 색깔을 맞춘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장직을 물러나던 2014년 7월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사무관 신규 임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지난해 6월 부총리 취임 때 내세운 ‘공정경제’는 잘 어울려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사람 중심 투자나 공정경제라는 깃발에 닿는 인식을 본래 갖고 있었던 셈이다. 김 부총리가 아주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실무자를 통해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주강좌’에 개혁 성향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를 강사로 초청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는 일화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대개의 경제 관료들은 부총리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여긴다고 한다. 앞선 사례들이 실제 그랬다. 재무부 장관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거쳐 국무총리까지 지낸 남덕우씨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김 부총리는 앞선 관료들과 달리 지금 자리를 넘어서는 꿈을 갖고 있다는 얘기를 여러번 들었다. 실제로 그런 것인지, 그 꿈이 뭔지는 알지 못하지만 더 큰 꿈을 갖고 있는 걸 탓할 일은 아닐 것이다. 김 부총리가 여러 강연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기여’를 자신의 꿈이라고 했음에 비춰 권장해야 마땅한 일이다. 김 부총리가 뚝심 있게 사람 중심 경제관을 지키고 성과를 거둬 더 큰 꿈을 이루길 빈다.

kimyb@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아침햇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