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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0 17:22 수정 : 2018.11.20 19:28

김영배
논설위원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지명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눈앞의 빅이슈(사회적 파급이 큰 현안)’로 ‘공유경제’를 먼저 꼽았다고 한다. 여기에 곁들인 말은 현안으로 떠오른 다음카카오의 카풀(차량 공유)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 주체들을 반색하게 할 만했다. “선진국에서 보편적인 서비스라면 한국에서 못할 바가 없다. 신산업 분야에서 과감하고 전진적으로(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나.”

다음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앱 소개 이미지
홍 후보자도 당시에 짚었듯 새 산업(카풀)은 으레 기존 산업(택시업계)의 반발을 산다. 택시업계는 지난달에 이어 22일 다시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해놓은 상태다. 카카오가 지난달부터 카풀 운전자를 모집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이다.

돌이켜보면 내 어린 시절 산골 동네는 맷돌·디딜방아 공유경제 체제였다. 10가구 안팎의 마을에 맷돌은 셋, 디딜방아는 둘뿐이었다. 맷돌 하나를 빼곤 모두 특정 집안에 있었지만, 사용은 모두에게 열려 있었다. 현행 디지털 공유경제와는 달리 매개자(플랫폼 기업)가 없고, 곧바로 대가를 주고받지는 않는 일종의 ‘선물경제’ 체제였다.

20세기 중후반 산골 마을의 공유경제와, 산업화 단계를 지나 인터넷 바탕의 초연결사회로 접어든 21세기의 공유경제에서 이 분야 전문가들은 공통점을 뽑아낸다. 공유 체제를 받치는 두 축은 결국 물건의 희소성과 신뢰의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숟가락, 젓가락처럼 흔한 물건을 공유하려 하지는 않는다는 게 희소성 조건이다. 작은 공동체일수록 형성되기 쉬운 신뢰관계는 공유의 물건을 내 것처럼 귀하게 쓰리라는 믿음과, 지속성의 바탕이다.

디지털 기반의 현행 경제 시스템에서도 이런 조건이 드러난다. 다품종소량생산·경제난·양극화가 희소성 조건을, 인터넷이나 에스엔에스(SNS)에서 비롯된 관계망 형성이 신뢰성 조건을 채워준다.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와 익명의 인간관계에 일부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국내외 분위기나 그 바탕으로 보아 공유경제 흐름은 일시 유행으로 그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중자본주의(공유경제)가 유발한 혁신적 변화를 가장 먼저 경험한 분야는 숙박, 운송 그리고 인력 서비스 업계였지만, 머지않아 이런 변화는 상업용 부동산, 보건 의료, 에너지 생산 및 유통 부문으로도 이어질 것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유경제>, 아룬 순다라라잔 뉴욕대 교수)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 산업 종사자들이 10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아껴 쓰고 나눠 쓰자는 취지의 공유경제가 달콤하지만은 않다. 기존 산업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제쳐두고라도 새 산업 자체에 쓴맛의 싹이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택시 기사들의 열악한 실상에서 드러나듯 공유경제가 계약직을 늘리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건 전망을 넘어 현실이다.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공유경제의 실익은 플랫폼 기업들이 챙기고 노동자와 이용자에게는 찌꺼기만 남는다”고 일갈한 까닭이다.

외면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쓴맛을 줄이기 위한 ‘논란의 격상’이 필요할 것 같다. 새 사업을 ‘하겠다’는 것에 ‘안 된다’는 식으로 버티며 제자리만 지키는 것에서 한발 나아가는 일이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카카오에 길을 열어주되 택시업계의 숙원인 감차(공급 감소) 해법을 찾는 데 지혜와 자원을 모으는 쪽으로 논란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두 영역의 실질적인 요구를 한데 묶어 처리하는 패키지 해법을 성사시킨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규제 손질’과 ‘안전망 확충’을 맞교환하는 시도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법하다.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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