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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6 17:21 수정 : 2018.12.06 19:09

백기철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이 겪었던 고질적인 ‘하방 경직성 사이클’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임기 5년 대통령 중 3년 차를 맞으며 지지율 50%를 넘긴 이는 여태껏 없었다. 문 대통령은 그 주술 같은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 정부의 3년 차 문턱에서 오스트리아 ‘현대화의 아버지’ 브루노 크라이스키 총리를 다시 생각한다. 크라이스키는 1970년부터 13년간 집권하면서 오스트리아를 현대 복지국가, 대표적 강소국으로 탈바꿈시켰다.

크라이스키의 리더십은 첫째, 실용주의다. 당이나 계파에 관계없이 인물을 발탁했다. 적자재정을 가장 격렬하게 비판했던 야당의 전직 재무장관을 국립은행 총재로 앉혔다. 야당 외교장관이던 발트하임의 유엔 사무총장행을 강력 지원했다. 자신보다 훨씬 왼쪽인 ‘진성 좌파’를 법무장관에 기용해 사회개혁을 도맡겼다. 1967년 ‘경제개혁, 성과, 향상, 안전’이란 개혁 프로그램을 선보였는데, 우파 구호를 대거 채택했다.

둘째, 포용적 리더십이다. 사회당 단독정부를 이끌면서도 노사정협의체인 사회적 파트너십을 굳건히 유지했다. 합의 민주주의를 체제의 토대로 삼았다. 어떤 세력도 악으로 단정하지 않았다. 보수 가톨릭과 역사적 화해를 이뤄냈다. 소통과 교감의 정치를 했다. 전화로 수많은 사람과 대화했고 국민과 직접 소통했다. 텔레비전 좌담이나 토론에 수시로 나와 친절하고 쉽게 현안을 설명했다.(안병영,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3년 차를 앞둔 현 정부가 포용성과 실용주의의 관점에서 국정을 새롭게 점검했으면 한다. 실패로 끝난 노무현의 비현실적 대연정이 아니라, 작동 가능한 문재인식 ‘대타협’ 구조를 고민했으면 한다. 집권세력 내의 ‘대협력’, ‘탈제왕적’ 여야 협치, 정책의 ‘빅딜 정신’ 등이 그 목록이다.

첫째, 당과 내각에 책임과 역할을 대폭 나눠줘야 한다. 당적, 계파에 관계없이 ‘용광로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없다거나, 일을 맡겨도 못 한다는 건 제대로 안 해본 탓이다. 집권 후반엔 대통령과 청와대가 움켜쥐려 할수록 원심력은 더 커진다. 임종석·조국으로 대표되는 참신성 위주의 1기 청와대는 상당 부분 역할이 소진했다. 내년 당정개편 땐 좀 더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청와대 콘셉트를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은 다 떼어주고 아무것도 하지 말란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은 이미 벌여놓은 주요 과제에 집중하기도 여전히 벅차다. 대통령이 당과 내각, 청와대에 역할과 책임을 나눠주고 전체를 통할함으로써 국정의 원심력과 구심력을 적절히 균형 잡아 유지하는 것, 어렵지만 시도해볼 만한 구상 아닌가.

둘째,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등 ‘미래 권력’ 문제는 여야 정치권에 일임하는 게 낫다. 대통령은 감시자·촉진자로 남으면 된다. 정치권은 스스로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모든 게 대통령 탓이라고 다그쳐선 될 일이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대통령 혼자 ‘제왕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모두가 힘을 합쳐 ‘탈제왕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왕적 리더십의 폐해는 계속된다.

셋째, 남북관계와 경제를 ‘빅딜’한다는 자세로 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와 남북관계에 관한 한 일관되고 명확한 방향성에서 문 대통령을 따라갈 사람은 없다. 경제에 관해서도 그런지는 의문이다. 경제에선 문 대통령이 야당 얘기를 더 경청하고, 남북관계에선 야당이 문 대통령 얘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남북관계와 경제 활성화,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등은 각각 별개로 해결할 문제들이지만 큰 틀에서 대타협과 상생 기조 안에 녹아들게 해야 한다.

kcbae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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