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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5 16:55 수정 : 2019.01.15 19:33

김영배
논설위원

‘신재민 폭로’ 때 궁금하다 했지? 공직사회 동료로서 어떻게 보는지, 어떤 심정인지.

속마음을 다 내보일 수는 없고, 대략 두가지 생각 들더군. 하나는 폭로 내용에서 아귀가 딱 맞지는 않고 틈이 보여 의아했다는 점. 국채 발행 시도와, 청와대 쪽 지시의 배경으로 지목된 ‘이전 정부 경제성적 끌어내리기’ 사이의 시기상 어긋남 말이야. 한편으로는 잘된 일 아닐까 하는 기대감도 들었고. 청와대 쪽의 개입이 제한되고 관료사회의 자율 공간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첫 갈래는 조사와 해명 과정에서 어쩌면 드러날 실상으로 가름되리라 기대하지만, 둘째 부분은 좀 다르겠지.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나 같은 ‘늘공’(늘 공무원)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숙명적 긴장감 탓에 자율의 폭이 줄었다 늘었다 할 테니.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공무원들.
2월에 개각이 이뤄질 모양이지? 시민단체, 교수 출신보다는 관료를 중용하리란 예상을 많이 하는 모양이데. 공직에 있는 처지에선 환영할 일이지만, 걱정도 살짝 들어. 현 정부가 ‘관료에게 포획됐다’거나 ‘개혁의 적은 관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한데 관료사회의 처지가 묘해. 개혁의 대상이란 속성을 지닌 동시에 개혁 과제를 이루는 데 필요한 실행조직이란 말이지. 청와대는 방향을 ‘결정’할 뿐 정책의 ‘집행’은 물론이고 ‘입안’ 또한 대개 관료사회에 맡기고 있는 현실 아닌가. 정책의 복잡성 탓에 개별 사안에 얽힌 전문적 식견은 각 부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이명박 정부에서 높은 ‘어공’ 자리에 오를 뻔한 이가 “(관료에게) 휘둘려서도 (관료를) 백안시해서도 안 된다”고 한 게 그 때문 아니었을까?

관료들이 조직의 이익을 앞세우고, 전관예우에 몰두하고, 개혁에 저항한다며 목청을 높이는 일이 능사는 아니라고 봐. 알다시피 민주화 이후 정치권력이 번갈아 교체됨에 따라 관료사회는 ‘현재 권력’에 무조건 복종하지는 않게 돼 있으니. 주기적인 권력교체 흐름에선 ‘미래 보장’을 누구한테서도 받을 수 없고 차기 권력의 향배에 눈길을 돌려야 하는 절실함이 커졌단 말이야. 여기에 관료가 앞장서 고도성장을 이끌던 시절과는 달리 민간부문의 위상이 한껏 올라가 있어 사적 네트워크에 얽히기 쉬워진 환경이잖아.

그러니 관료도 그저 보통 사람이라는 전제 아래 바람직한 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심사숙고하는 편이 낫겠지. 승진과 보직을 바라보는 관료사회의 욕망을 개혁 쪽으로 돌리는 일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거야. 굵직한 인사권은 정치권력에 쥐여져 있으니, 개혁 과제에 대한 태도에 따라 갈라치기(디바이드 앤 룰)를 할 수도 있을 테고.

급한 마음에 관료사회를 긁는 거친 언동은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명확하고 절제된 메시지 발신이 관료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데 효과적인 지렛대 아닐까 싶어. 그런 점에서 새해 기자회견 때 ‘신재민 건’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좋은 본보기였다고 봐. 할 말을 거의 담아내면서도 자극적 언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 신재민 건에 청와대는 물론 여당 쪽에서도 분기탱천할 일은 아니라 생각해. 그쪽 해명에도 말끔하지 못한 대목 있었으니. 큰 사고를 막도록 경계하게 만든 ‘예방주사’였다 여기면 되지 않을까?

관료사회를 움직여 개혁을 이뤄내는 힘은 주문 내용을 명확히 다듬어 제시하고, 사후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과정에서 정권 재창출의 역량을 엿보게 하는 믿음직한 모습에서 나온다 생각해. 관료가 전하는 말이니 가려서 들어야 함은 알 테고.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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