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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2 18:55 수정 : 2020.01.03 10:04

신승근

논설위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안 전 대표는 2일 “이념에 찌든 낡은 정치에 대한 고강도 청산”을 주장하며 4월 총선을 겨냥한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이념에 찌든 낡은 정치에 대한 고강도 청산”을 내세웠다. 정치는 타이밍이고 퍼포먼스다. 그에겐 지금이 딱 맞춤하다. 석 달 뒤 총선. 이미 좌판은 깔렸고, 러브콜도 넘쳐난다.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간판 주자 없는 군소정당은 반색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조차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우자”며 “모든 분이 함께하는 대통합”을 외치며 환영했다. 기득권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도 많다. <한겨레>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한 새해맞이 여론조사에선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 22.9%에 이른다. ‘제3세력을 키워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응답자의 51.6%가 동의했다.

문제는 ‘안철수 자신’이다. 그의 정치인생 8년은 ‘작은 성공, 큰 실패’의 연속이었다. ‘철수가 주특기’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진퇴를 반복했다. 새정치, 첫 깃발은 신선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마다 밀리고, 포기했다. 박원순과 서울시장 단일화, 문재인과 대통령 후보 단일화, 국민의당 창당과 대선 출마, 바른미래당 창당에 이은 서울시장 출마…. 통 큰 양보, 기득권 정치에 의한 새정치의 좌절이라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인내가 부족했고, 때론 승복하지 못했고, 통 크게 결단하지 못했고, 결국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데 실패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 신화’는 무작정 서울시장 출마를 강행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불출마하겠다고 물러서자 김종인·윤여준 전 의원 등이 구상한 ‘퇴각 이벤트’에 가까웠다. 문재인 대통령과 단일화는 모두 알듯 흔쾌하지 않았다. 의자를 박차는 피 말리는 협상으로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대선 투표일에 외국으로 떠났다. 불복의 메시지로 읽혔고, 그의 거듭된 부인에도 여전히 비난받고 있다. 2016년 총선에서 38석의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도 풍비박산 났다. 독자출마를 강행한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에 밀려 3위로 내려앉자 새누리당 탈당파와 바른미래당을 만들었다. 하지만 노선 갈등으로 날을 지새우다 갈라섰다.

해외 체류 1년4개월, 다시 나선 그의 명분은 언제나처럼 미래와 새정치였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해 싸우는 동안 우리 미래와 미래세대는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고강도의 청산이 필요하다.”

낡은 기득권 정치세력으로 지목받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도 미래와 혁신을 외친다. 명분과 세력의 두 축으로 버텨가는 정치에서 대의명분을 현실화하는 건 세력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외침보다 누구와 어떻게 할 것이냐가 본질이다. 그는 “돌아가서 상의드리겠다”고 했다. 그와 가까운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아직 정보가 없다”고 했다.

임박한 4월 총선, 길게는 다음 대선까지 내다봐야 하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선 당장 패를 다 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우의 수는 많지 않다. 먼저 바른미래당에 얹혀 가는 것이다. 가장 쉬운 해법이다. 하지만 그 나물에 그 밥도 아니다. 국민의당 돌풍 재현은 고사하고 남루한 현실에 조롱당할 수 있다.

좀 더 판을 키워 중도를 묶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내세울 간판 없는 군소정당은 그가 필요하다. 새로운보수당을 만든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도 다시 합류할 수 있다. ‘도로 바른미래당’이라는 비난이 일겠지만 대박은 힘들어도 정치적 생존을 보장할 안정적 성과는 기대할 수 있다.

아주 통 큰 승부수도 가능하다. ‘반문 연대’로 자유한국당까지 아우르는 방안이다. 그러나 수구보수와 야합이라는 비난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중도·보수혁신’의 깃발을 들고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야권통합을 주도하는 방법도 있다. 이미 황교안 대표의 지도력에 의문이 큰 만큼 자유한국당 이탈 세력까지 모으면 덩치가 제법 커질 것이다. 총선에서 약진하면 중도·보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미 기성 정치인이 된 그가 새정치를 주도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강하다. “뭘 기대할 게 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인 지난 8년, 특히 나라 밖에 머문 지난 1년4개월 무엇을 구상했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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