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 에디터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혁신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서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에 따라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22개 중앙행정기관의 1만4002명, 20개 소속기관의 1596명이 세종시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153개 공공기관의 5만1천명도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또다른 지방 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 195개의 공공기관, 6만6천명이 지방으로 갔다.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 결과로 혁신도시에선 매해 2천억~4천억원의 지방세가 걷힌다. 지방정부당 매해 100억~700억원의 세금수입이 늘어났다. 2012년 2.8%에 불과했던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지난 6월 12.6%까지 높아졌다. 매해 1천명 이상의 지역 인재가 이 혜택을 보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이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혁신도시에 입주한 기업도 지난 6월까지 639개에 이르렀다. 눈부신 성과였다. 이 정책의 효과는 수도권-지방 사이 인구 이동에서도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엔 13만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떠난 2008년엔 그 규모가 5만명으로 줄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입주를 앞둔 2011년엔 6·25전쟁 뒤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8450명이 순이동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입주가 활발하던 2013~2016년 사이엔 모두 5만8722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이동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거대한 변화였다. 그러나 성공은 짧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1만6006명이 순유출됐다. 올해는 8월까지 4만5816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올해 말까지는 순유출 규모가 6만5천~7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비슷한 규모다. 꼭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멈춘 결과다. 온갖 고난 속에서 추진된 노무현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문제는 ‘노무현의 친구’인 문 대통령이 균형 발전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공약이나 취임 뒤 ‘국정 운영 계획’에서 이렇다 할 균형 발전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의 지역 정책은 ‘분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균형 발전’ 없이 ‘분권’만 추진하면 가난한 지방정부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지방정부별로 재정 자립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균형 발전의 방아쇠인 제2청와대의 세종시 설치도 방치돼 있다. 이것은 헌법 개정 없이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오히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들고나와 혼선을 일으켰다. 제2국회는 현재 국회에서 검토되고 있는데, 제2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122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것도 씁쓸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동안 청와대나 민주당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관심이 없으니 이해찬 의원이 대표가 되자마자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대외 정책의 근본이 남북관계라면, 대내 정책의 근본은 지역 간, 계층 간 균형 발전이다. 친구이자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명을 걸고 시작한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부디 문 대통령이 더욱 발전시켜주길 바란다. 균형 발전은 집값과 인구 문제의 근본 대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che@hani.co.kr
칼럼 |
[편집국에서] 노무현은 했고, 문재인은 하지 않는 일 / 김규원 |
사회2 에디터 2002년 9월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혁신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서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에 따라 2012년부터 지난 8월까지 22개 중앙행정기관의 1만4002명, 20개 소속기관의 1596명이 세종시로 옮겨갔다. 이와 함께 153개 공공기관의 5만1천명도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 또다른 지방 도시로 자리를 옮겼다. 모두 195개의 공공기관, 6만6천명이 지방으로 갔다.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 결과로 혁신도시에선 매해 2천억~4천억원의 지방세가 걷힌다. 지방정부당 매해 100억~700억원의 세금수입이 늘어났다. 2012년 2.8%에 불과했던 이전 공공기관들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지난 6월 12.6%까지 높아졌다. 매해 1천명 이상의 지역 인재가 이 혜택을 보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이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혁신도시에 입주한 기업도 지난 6월까지 639개에 이르렀다. 눈부신 성과였다. 이 정책의 효과는 수도권-지방 사이 인구 이동에서도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엔 13만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떠난 2008년엔 그 규모가 5만명으로 줄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입주를 앞둔 2011년엔 6·25전쟁 뒤 처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8450명이 순이동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의 입주가 활발하던 2013~2016년 사이엔 모두 5만8722명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순이동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거대한 변화였다. 그러나 성공은 짧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다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1만6006명이 순유출됐다. 올해는 8월까지 4만5816명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다. 올해 말까지는 순유출 규모가 6만5천~7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것은 노무현 정부 말기와 비슷한 규모다. 꼭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멈춘 결과다. 온갖 고난 속에서 추진된 노무현의 꿈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문제는 ‘노무현의 친구’인 문 대통령이 균형 발전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공약이나 취임 뒤 ‘국정 운영 계획’에서 이렇다 할 균형 발전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그의 지역 정책은 ‘분권’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런데 ‘균형 발전’ 없이 ‘분권’만 추진하면 가난한 지방정부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지방정부별로 재정 자립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균형 발전의 방아쇠인 제2청와대의 세종시 설치도 방치돼 있다. 이것은 헌법 개정 없이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오히려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들고나와 혼선을 일으켰다. 제2국회는 현재 국회에서 검토되고 있는데, 제2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122개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것도 씁쓸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동안 청와대나 민주당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관심이 없으니 이해찬 의원이 대표가 되자마자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대외 정책의 근본이 남북관계라면, 대내 정책의 근본은 지역 간, 계층 간 균형 발전이다. 친구이자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운명을 걸고 시작한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부디 문 대통령이 더욱 발전시켜주길 바란다. 균형 발전은 집값과 인구 문제의 근본 대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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