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제 디지털에디터
‘홍카콜라’를 봤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새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이다.
부러움과 자괴감, 약간의 실망감을 느꼈다. 한겨레도 ‘한겨레티브이(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상+’라는 꼭지를 새로 선보였다. 그러니까 이건 정치인 홍준표가 아니라 유튜버 홍준표와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대한 경쟁자로서의 느낌이다.
먼저 솔직히 부러웠다. 홍카콜라는 18일 문을 열었다. 첫날 구독자가 2만명을 넘었고, 30일 낮엔 16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티브이는 6년 전 유튜브에 개설됐다. 지금 종합일간지로는 가장 구독자가 많은 편인데도 24만명대다. 조회수는 더 부럽다. 한겨레티브이는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영입해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내보내며 대박을 친 적이 있다. 회차마다 조회수가 100만 안팎을 넘나들 정도였다. 다만 그걸 빼면 통상적으로 내보내는 프로그램 조회수는 대부분 수천~수만대다. 시작한 지 두달 된 ‘영상+’ 꼭지는 가장 많이 본 게 6만9천대다. 그런데 홍카콜라는 최저 조회수가 5만대, 대개는 10만을 훌쩍 넘기고 있다. 신규 채널치고는 대단한 수준이다.
유튜버의 길을 택한 홍 전 대표의 감각도 인정할 대목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주력은 1세대인 홈페이지와 포털, 2세대인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를 거쳐 3세대라 할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다. 홍 전 대표의 페이스북 팔로어는 1만6천명 수준이다. 그런 그가 가장 많은 수용자가 머무는 플랫폼인 유튜브에 집중하기로 한 건 사회 전체로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다. 유튜브는 이미 ‘태극기 부대’를 비롯해 기존 매체 보도에 불만을 품은 보수층이 대거 유입돼 떠도는 곳이다. 이들의 확증 편향에 제대로 불을 지펴줄 수만 있다면 성공은 어느 정도 보장된 터였다. 홍 전 대표야말로 누구보다도 막말, 독설과 음모론 등으로 뜨고 단련된 정치인 아닌가.
앞으로 홍카콜라가 챙길 광고 수익을 생각하면 사촌이 땅을 샀을 때와 비슷한 생리 현상이 생길 지경이다. 유튜브는 일정 규모 이상 채널에 광고 수익 일부를 나눠준다. 홍카콜라는 아직 광고가 붙고 있지는 않지만, 벌써 27개 동영상에 조회수가 총 200만을 넘는다. 물론 홍 전 대표가 고작 월 수백만원의 광고 수익을 탐내 이 일을 시작한 건 아닐 것이다. 그는 과거 ‘국회 운영비(특활비)를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며 대범하게도 공금 유용 사실을 고백했다가 ‘특활비는 다 쓰고 월급을 생활비로 줬다’고 말을 바꾸는 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어쨌든 수천만원 특활비를 주무르던 분 아닌가? 다만 그가 앞으로 홍카콜라를 주식회사로 키우겠다고 한 건 마음에 걸린다. 주식회사를 운영하자면 꽤 큰 돈이 들 텐데, 그걸 충당하려면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광고 수익 늘려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는 건 아닐까.
자괴감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카콜라도 조회수 10만쯤 우습게 넘기는데, 우리는 뭐가 문제지? 역시 화끈해야 하나? 그래도 그건 우리의 소명은 아닌데…. 뭐 이런 답이 잘 안 나오는 생각들이다.
끝으로 실망한 건 시청자로서다. 사실 내용에 별 기대는 하지 않았기에, 또 가짜뉴스며 막말이 난무한다는 비판은 이미 많이 나왔기에, 또 하나의 시청 소감을 보태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진행 방식이 진부한 건 아쉽다. 복장만 놓고 봐도 옛날 ‘엠비’를 떠올리게 하는 가죽잠바나 산타 모자 정도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겨레>가 내보낸 퀸 특집 영상만 해도 기자들이 프레디 머큐리 콧수염과 선글라스 정도는 장착하고 나온다. 홍 전 대표라면 더 잘할 수 있을 테다.
wonj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