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디터 대통령이 발언하고 나서야 조금 정리가 됐다. 검찰 개혁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방송>에 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은 지금까지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당사자(대상자)이고, 이제는 ‘셀프 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검찰이 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도 지난 3일 “검찰의 수사 관행과 권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도록 재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통령과 장관까지 모두 나서 발언하는 이유는 법무부 외청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 때문이다. 문 총장은 국외 출장 중인 지난 1일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특정한 기관에(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러나 문 총장의 반발은 적절치 않다. 먼저 그는 법무부 외청장이다. 따라서 행정부 안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될 때는 얼마든지 검찰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행정부에서 정책이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더욱이 그 정책이 행정부를 넘어 국가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국회에서 다수 의견으로 합의됐다면 더 말할 것이 없다. 그것이 행정부의 외청장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집단 책임’ 원칙이다. 만약 그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면 사표를 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다. 또 문 총장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검찰 개혁’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 문 총장의 주장과 달리 이번 개혁의 핵심은 통제받지 않는 ‘경찰의 수사권이나 정보권’에 대한 것이 아니다. 통제받지 않는 ‘검찰의 다중 권력’에 대한 것이다. 다중 권력의 해악은 노무현, 정연주, 피디(PD)수첩, 미네르바, 김학의 사건 등 수사에서 남김없이 드러났다. 문 총장의 주장이 궤변임은 그의 주장을 검찰에 적용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 검찰의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 기소권은 어떤 기관의 ‘통제’를 받는가? (어떤 기관의 사전 통제도 받지 않는다.) 2. 수사기관인 경찰과 수사·기소 기관인 검찰 사이엔 어떤 ‘균형’이 있는가? (균형은 없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지휘한다.) 3. 검찰의 권한은 어떤 ‘민주주의 원리’에서 나왔나? (검찰의 권한은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 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법시험과 행정권이라는 ‘관료제 원리’에서 나왔다.) 행정부의 일개 외청장이 행정부 전체와 국회의 결정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오만함은 어디서 나왔나? 첫째, 1987년 이후 경찰과 군, 정보기관을 통제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에 따라 너무 많은 권력이 검찰로 넘어갔다. 둘째, 검찰 개혁 의지가 강했던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적폐 청산’의 수단으로 검찰을 활용하다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이번 국가 폭력 기관(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기관) 개혁의 핵심은 이중 권한을 해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찰의 수사권, 경찰의 정보권,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이 대표적 이중 권한이다. 나아가 하나의 권한이라도 너무 크거나 세다면 쪼개는 것이 시민에게 안전하다. 이를테면 검찰의 기소권은 공수처, 시민(기소배심, 재정신청)으로, 경찰의 수사권은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국가정보원의 정보권은 국내정보원과 국외정보원으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또 이 기관들이 서로를 감시,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를 수사, 기소하지 않는 낯 두꺼운 검찰이나 경찰은 바로 사라질 것이다. 부디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이번에 반드시 검찰의 다중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 이번에 검찰을 개혁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도 얼마든지 검찰의 보복 수사를 당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시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도 다시 짓밟힐 수 있다. 그리고 문 총장을 당장 해임하기 바란다. 다신 이런 외람된 외청장이 나와선 안 된다. 이번에 새로 임명하는 법무부 외청장은 검찰 외부에서 찾길 바란다. che@hani.co.kr
칼럼 |
[편집국에서] 바보야, 문제는 ‘검찰’ 개혁이야 / 김규원 |
전국에디터 대통령이 발언하고 나서야 조금 정리가 됐다. 검찰 개혁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한국방송>에 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은 지금까지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혁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검찰은 개혁의 당사자(대상자)이고, 이제는 ‘셀프 개혁’으로는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검찰이 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도 지난 3일 “검찰의 수사 관행과 권한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맞도록 재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대통령과 장관까지 모두 나서 발언하는 이유는 법무부 외청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의 반발 때문이다. 문 총장은 국외 출장 중인 지난 1일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특정한 기관에(경찰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그러나 문 총장의 반발은 적절치 않다. 먼저 그는 법무부 외청장이다. 따라서 행정부 안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논의될 때는 얼마든지 검찰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행정부에서 정책이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더욱이 그 정책이 행정부를 넘어 국가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국회에서 다수 의견으로 합의됐다면 더 말할 것이 없다. 그것이 행정부의 외청장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집단 책임’ 원칙이다. 만약 그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면 사표를 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도리에 맞는다. 또 문 총장은 이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검찰 개혁’이라는 명백한 사실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 문 총장의 주장과 달리 이번 개혁의 핵심은 통제받지 않는 ‘경찰의 수사권이나 정보권’에 대한 것이 아니다. 통제받지 않는 ‘검찰의 다중 권력’에 대한 것이다. 다중 권력의 해악은 노무현, 정연주, 피디(PD)수첩, 미네르바, 김학의 사건 등 수사에서 남김없이 드러났다. 문 총장의 주장이 궤변임은 그의 주장을 검찰에 적용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 검찰의 수사권과 영장 청구권, 기소권은 어떤 기관의 ‘통제’를 받는가? (어떤 기관의 사전 통제도 받지 않는다.) 2. 수사기관인 경찰과 수사·기소 기관인 검찰 사이엔 어떤 ‘균형’이 있는가? (균형은 없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지휘한다.) 3. 검찰의 권한은 어떤 ‘민주주의 원리’에서 나왔나? (검찰의 권한은 선거와 같은 ‘민주주의 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사법시험과 행정권이라는 ‘관료제 원리’에서 나왔다.) 행정부의 일개 외청장이 행정부 전체와 국회의 결정에 따르지 못하겠다는 오만함은 어디서 나왔나? 첫째, 1987년 이후 경찰과 군, 정보기관을 통제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에 따라 너무 많은 권력이 검찰로 넘어갔다. 둘째, 검찰 개혁 의지가 강했던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적폐 청산’의 수단으로 검찰을 활용하다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이번 국가 폭력 기관(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기관) 개혁의 핵심은 이중 권한을 해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검찰의 수사권, 경찰의 정보권, 국가정보원의 수사권이 대표적 이중 권한이다. 나아가 하나의 권한이라도 너무 크거나 세다면 쪼개는 것이 시민에게 안전하다. 이를테면 검찰의 기소권은 공수처, 시민(기소배심, 재정신청)으로, 경찰의 수사권은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국가정보원의 정보권은 국내정보원과 국외정보원으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 또 이 기관들이 서로를 감시,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를 수사, 기소하지 않는 낯 두꺼운 검찰이나 경찰은 바로 사라질 것이다. 부디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이번에 반드시 검찰의 다중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 이번에 검찰을 개혁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도 얼마든지 검찰의 보복 수사를 당할 수 있다. 그와 함께 시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도 다시 짓밟힐 수 있다. 그리고 문 총장을 당장 해임하기 바란다. 다신 이런 외람된 외청장이 나와선 안 된다. 이번에 새로 임명하는 법무부 외청장은 검찰 외부에서 찾길 바란다.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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