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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1 17:25 수정 : 2019.08.21 19:08

이종규
디지털부문장

지난해 봄, ‘신문 안 보는 시대, 미디어로 살아남기’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거의 모든 뉴스를 온라인에서 무료로 보는 시대에 언론사는 어떻게 생존할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글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미 한발 늦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비춰보건대, 이제 ‘뉴스 안 보는 시대’를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런 걱정이 기우에 그치면 좋으련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하철만 타보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다. 언론사에서 디지털 분야를 담당하는 처지인지라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뭘 보는지 곁눈질을 자주 하는 편인데 ‘갓튜브의 시대’답게 출근길에도 대세는 역시 유튜브 영상이다. 영화·드라마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적잖이 눈에 띈다. 반면 뉴스를 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뉴스 콘텐츠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다.

뉴스 이탈 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1년부터 2018년 사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337.3분에서 343.7분으로 늘었으나 뉴스 이용 시간은 109.3분에서 80.1분으로 오히려 대폭 줄었다. 미디어 이용에서 뉴스 점유율이 7년 새 32.4%에서 23.3%로 준 셈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젊은층일수록 뉴스를 안 본다는 점이다. 연령대별 비교에서 20대는 미디어를 가장 오래(413.1분) 이용하면서도, 뉴스는 가장 덜(66.2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지금 10대가 20대가 되면 뉴스 이용 시간은 더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

돌이켜보니, 4년 전 사석에서 만난 네이버 고위 임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젊은 사람들이 뉴스를 안 봐서 네이버 내부에도 위기의식이 있다는 얘기였다. 그즈음 동영상을 비롯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뉴스 위주였던 모바일 메뉴를 이용자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위기의식과 무관치 않으리라. 모바일 첫 화면을 뉴스가 아닌 자동차, 쇼핑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주제판으로 설정한 이들도 꽤 많고, 특히 젊은 이용자들은 메인 화면에서 뉴스를 아예 빼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오면서 포털이 뉴스를 버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올드 미디어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시선 뺏기 경쟁’에서 철저히 밀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언론사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 곧 ‘광고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광고 수익 모델은 ‘지불 장벽’(구독료)을 낮춰 다수의 독자를 모은 뒤 그들의 시선을 광고주에게 팔아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시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작동하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 비율(77%)이 가장 높고 언론사 누리집(홈페이지) 이용 비율(5%)은 가장 낮은 나라다.(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

이런 상황에서 대안적인 수익 모델로 떠오른 것이 디지털 뉴스 유료화와 후원이다. 유료화는 돈을 낸 사람만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후원은 기사는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하되 언론사의 저널리즘 가치에 동의하는 이들한테서 금전적 후원을 받는 방식이다. 유료화는 <뉴욕 타임스>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일부 언론에서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지만, 한국처럼 포털 지배력이 강한 나라에서는 시도하기 어렵다. 포털에 공짜 뉴스가 넘치는데 굳이 언론사 누리집에서 돈을 내고 뉴스를 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시도해볼 만한 대안이 후원이다.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보면, 우리나라는 언론사 기부 참여 의사(29%)가 가장 높은 나라다. 문제는 신뢰와 공감이다. 독자의 지갑을 열려면 먼저 독자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디지털 뉴스 리포트>의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은 4년째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언론은 독자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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