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22 18:03 수정 : 2019.12.23 02:38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 비호 의혹을 보도한 2016년 2월27일치 <한겨레> 1면.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 한겨레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 비호 의혹을 보도한 2016년 2월27일치 <한겨레> 1면.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 한겨레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해 패소했다.

2016년 6월13일, 임기 첫날을 맞은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 앞으로 수원대학교 교수협의회가 한 통의 공문을 보냈다.

수원대 교협은 공문에서 “이인수 수원대 총장 국정감사 증인 채택 관련, 당시 정세균 당선자(의원)께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을 언론 보도 및 복수의 증언으로 확인”했다며 “어떠한 사유로 이 총장 증인 채택에 반대하시고 부당 개입하셨는지 해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교협은 또 “20일(월)까지 비리 내부 고발로 여섯 명이나 해직된 수원대 교수협의회에 사과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실 관계자는 “정 의원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수원대는 대표적 비리 사학이다. 2014년 교육부 감사에서 33가지의 비리가 적발됐고 이 전 총장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 배임수재,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뇌물공여, 사립학교법 위반 등 40건의 혐의로 고발돼 현재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방상훈 조선일보사 사장과 사돈인 이 전 총장의 뒤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 박영렬 전 수원지검장, 여야 국회의원 등 정·관계를 망라한 인맥이 있는 탓에 일개 대학의 비리가 권력형 게이트로 불리게 됐다. 그 가운데에 정 후보자도 있다.

<한겨레>는 정 후보자가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이 전 총장의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동료 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2014년 11월과 2016년 2월 보도한 바 있다. 2016년 7월, 정 후보자는 국회의장 신분으로 5천만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소송을 한겨레와 소속 기자를 상대로 제기했다. 국회의장이 언론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7월17일 서울중앙지법은 정 후보자가 “허위보도를 통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한겨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겨레 보도를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정 후보자가 항소하지 않아 소송은 한겨레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전 총장은 정 후보자와 고려대 71학번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이 된 정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 <시사저널>은 정 후보자가 2014년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매각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보도했다. 정 후보자는 역시 국회의장 신분으로 시사저널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1·2심 모두 패소했다. 지난 18일 서울고등법원은 송도사옥의 지분을 보유한 사업가 박아무개씨가 높은 가격으로 사옥을 매각하기 위해 정 후보자를 포함해 정치권에 청탁했고 정 후보자가 이를 들어준 사실이 인정된다고 1심과 같이 판결했다.

이러한 소송 결과는,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일삼는 헌정 사상 최초의 국회의장 출신 총리 후보자의 공사 구분이, 장삼이사 수준만도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사학개혁을 줄곧 외쳐온 촛불정부에서 사학비리와 무관하지 않은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마주하는 일도 얄궂기 그지없다.

5선 의원인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으로 승승장구할 때, 이 전 총장에 의해 해직된 수원대 교수들은 이혼 위기에 처하거나 살던 집을 팔고 거리로 나앉았다. 실직한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마트에서 생활비를 벌기도 했다. 교수들은 학교 앞에서 1인시위 도중 교직원들로부터 “×새끼, ××놈”은 물론 “××, 확 그냥 모가지를 따 버릴까”라는 모욕도 당했다(검찰이 교직원들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법원이 기소명령 내림). 해직교수에 대해 고소를 남발하던 수원대는 법원의 전원(6명) 파면 무효 확정 판결이 나자 4명을 복직시켰다. 이 중 한 명은 허위 사실을 빌미로 2018년 6월 재해임됐다.

‘빚 없는 사회’. 2012년 대선 경선에 출마한 정 후보자의 서민 금융 활성화 정책 슬로건이다. 빚 없는 사회는 ‘빚 없는 총리’가 만들 수 있다. 수원대 해직교수들에게 마음의 빚이 없다면 부담을 느껴야 하고, 있다면 청산해야 한다. 3년이 지났다. 정 후보자는 이제라도 해직교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 그것이 사학비리 척결을 내세우는 문재인 정부의 총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통과의례다.

오승훈 ㅣ 전국1팀장

vin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편집국에서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