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4.15 19:31
수정 : 2007.04.1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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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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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중앙일보>가 14일치 1면 머릿기사로 한 경찰관의 독자투고 내용을 실었다. 자녀 둘을 외국어고와 과학고에 보내고 있다는 이 경찰은 “3불 정책과 평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난한 집 공부 잘하는 자식”이라며 본고사를 보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가난한 집 자식’이 특목고에 들어가기는 평준화 이전 이른바 ‘일류고’ 들어가기보다 훨씬 어려워졌다. 또 3불과 평준화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정책이다. 그럼에도 이 신문은 날로 ‘드물어지는’ 경우를 내세워 특목고 학부모의 요구를 대변하는 주장을 ‘대서특필’한 것이다.
최근 보수언론은 이처럼 연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특목고 등 ‘교육 기득권층’인 일부의 주장을 주요 기사로 다루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해 가면서까지 이슈화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주에도 보수언론들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서를 인용하며 “국책연구기관이 3불 정책과 2008 대입제도를 정면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도한 보고서에는 3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보고서는 오히려 “대학의 입학사정은 내신성적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며 대학별 고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교육개발원은 이들 언론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고, 연구자들은 “(일부 언론이) 전체 맥락과 결론을 무시한 채 사실을 왜곡하거나 일부 내용을 과장해 보도함으로써 중립적인 연구기관과 연구자들을 악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성명까지 냈다.
어떤 교육정책에 대해서든 견해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공정성은 필요하다. 명확한 근거 없이 마치 3불 정책과 평준화가 우리 교육을 망치는 주범인 것처럼 몰아간다면 ‘견해’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기 마련이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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