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2.28 11:18
수정 : 2019.03.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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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둘째)이 지난달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셋째)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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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보름에 한번꼴로 청와대서 만나
총리 등 정부·여당 핵심들도 잇단 회동
청와대 “기업활동과 사법절차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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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둘째)이 지난달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셋째)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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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7일 또 청와대를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의 공식 오찬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청와대 방문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청와대 바깥에서 열린 신년인사회까지 합하면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은 올 들어 네 번 만났다. 보름에 한 번 꼴로 얼굴을 맞대고 악수한 셈이다.
급기야 이날 청와대 일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신분이다. 법무부도 이번 (삼일절) 사면 대상에서 부패 정치인, 경제인, 공직자는 배제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대통령 행사나 기업 경제 측면에서 (이 부회장을) 만나는데, (이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인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렇게 답변했다. “경제인의 기업활동은 기업활동이고, 사법적인 절차는 별도의 문제이다. 두 문제를 섞지 말아주시기 바란다.” 경제적 목적의 순수한 만남이니, 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재계 분위기는 꽤 다르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이쯤 되면 절친”이라는 얘기부터 “이런 판국에 (이 부회장이) 다시 감옥에 가는 것도 웃기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보다 문 대통령을 더 자주 만나는 기업인은 없다.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네 번으로 횟수가 같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세 번 만났다. 구광모 엘지(LG) 회장은 두 번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이 그렇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한 두 번 만난 경우도 드물다.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도 앞다퉈 이 부회장을 찾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0일 이 부회장을 만났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여러 여당 의원들과 함께 삼성 공장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재판과 연결짓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3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이 최근 이 부회장 사건을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사건과 묶어 판단하기로 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기업인의 무분별한 만남과 독대였다. 여러 청탁들이 오갔고, 삼성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이를 들어줬다. 다수 문건과 증언 등 증거물이 드러났지만, 박 전 대통령과 삼성 쪽은 여전히 “오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특정 기업에 쏠리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그 대상이 중요한 재판을 앞둔 재벌 총수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법부가 행정부의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오해라고 생각하는 시선은 꽤 오랫동안 남을 수 있다. 지난해 초 ‘문재인 정부가 삼성 경영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의심했던 일부 삼성 직원들은 이제 문재인 정부와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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