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④ 정책금융 지원 ‘부익부’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는 2012년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에스케이에너지에 978억원을 투자했다. 정유 공장을 증설해 섬유 재료 등에 쓰이는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을 갖춘 공장을 만드는 투자에 참여한 것이다. 재계 3위 그룹의 설비 투자에 정책금융 지원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일었으나 ‘신성장동력 산업’이라는 이유가 붙었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신성장동력 산업은 녹색기술·첨단융합·고부가서비스 산업을 포괄한다. 이 공사는 환경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달 중단됐다가 지난 4일 에스케이 쪽이 재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금공은 그해 에스케이를 비롯한 대기업에 7조7067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7조6777억원이었다. 현대제철,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엘지(LG)유플러스, 현대중공업이 각각 2000억~3500억원을 공급받았다.
2009년 10월 설립된 정금공은 지원 규모가 작은 편이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산은)은 지난해 37조6274억원(산업은행 전체의 77.22%)을 대기업에 대출·투자·보증했다. 5년 전인 2009년에 비해 약 14조원이 늘었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은 전체(75조7687억원) 실적의 78.74%인 59조6626억원을 대기업에 빌려주거나 보증해줬다. 5년 사이 20조원가량 증가했다. 정금공도 설립 뒤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세 기관의 2013년 대기업 총 지원액은 104조9677억원이었다. MB때 신용공여 한도 늘려 혜택
지난해 정책금융기관 6곳
대기업 신규지원액 108조4771억
중기 지원은 총액 90조8664억 기업은행 빼곤 정부가 100% 소유
산은·수은·정금공 세 곳 총자산만
국내 은행의 15%…선진국보다 커
동양 등 부실기업 지원에 논란도
공급 실적이 아닌 ‘잔액’을 따질 때 규모는 181조6168억원으로 더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 82조4196억원, 수은 81조9477억원, 정금공 17조2495억원 차례다. 수출·수입 기업에 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경우 지난해 전체 기업들의 이용 실적 203조6802억원의 89.98%인 183조2779억원이 대기업에 의한 것이었다. 무보는 다만 정금공과 더불어 지난 한해 동안 중소기업 신규 실적을 2012년에 비해 30% 넘게 늘려 눈에 띄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이 규정한 중소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중견기업이 해당된다. 중소기업 금융기관인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도 대기업에 2조9401억원을, 중소기업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기술보증기금(기보)도 5693억원을 지난해 신규 지원했다. 대기업 금액이 큰 산은·수은·정금공에 이들 중소기업 주력 금융기관을 합한 6곳의 지난해 대기업 신규 지원액은 108조4771억원으로, 같은 6곳의 중소기업 신규 지원액 합계(90조8664억원)보다 많았다. 이들 기관은 기업은행(정부 지분 57.88%)을 제외하고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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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책금융기관들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투자·보증의 규모가 10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정책금융공사 투자를 받아 공장 증설 공사를 하다 주민 반대로 중단한 뒤 지난 4일 재개 계획을 밝힌 에스케이(SK)인천석유화학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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