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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05 22:37 수정 : 2014.02.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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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④ 정책금융 지원 ‘부익부’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는 2012년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에스케이에너지에 978억원을 투자했다. 정유 공장을 증설해 섬유 재료 등에 쓰이는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을 갖춘 공장을 만드는 투자에 참여한 것이다. 재계 3위 그룹의 설비 투자에 정책금융 지원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일었으나 ‘신성장동력 산업’이라는 이유가 붙었다. 이명박 정부 때 도입된 신성장동력 산업은 녹색기술·첨단융합·고부가서비스 산업을 포괄한다. 이 공사는 환경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지난달 중단됐다가 지난 4일 에스케이 쪽이 재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금공은 그해 에스케이를 비롯한 대기업에 7조7067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7조6777억원이었다. 현대제철,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 엘지(LG)유플러스, 현대중공업이 각각 2000억~3500억원을 공급받았다.

2009년 10월 설립된 정금공은 지원 규모가 작은 편이다. 케이디비(KDB)산업은행(산은)은 지난해 37조6274억원(산업은행 전체의 77.22%)을 대기업에 대출·투자·보증했다. 5년 전인 2009년에 비해 약 14조원이 늘었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은 전체(75조7687억원) 실적의 78.74%인 59조6626억원을 대기업에 빌려주거나 보증해줬다. 5년 사이 20조원가량 증가했다. 정금공도 설립 뒤 3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세 기관의 2013년 대기업 총 지원액은 104조9677억원이었다.

MB때 신용공여 한도 늘려 혜택
지난해 정책금융기관 6곳
대기업 신규지원액 108조4771억
중기 지원은 총액 90조8664억

기업은행 빼곤 정부가 100% 소유
산은·수은·정금공 세 곳 총자산만
국내 은행의 15%…선진국보다 커
동양 등 부실기업 지원에 논란도


공급 실적이 아닌 ‘잔액’을 따질 때 규모는 181조6168억원으로 더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 82조4196억원, 수은 81조9477억원, 정금공 17조2495억원 차례다. 수출·수입 기업에 보험 제도를 운영하는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경우 지난해 전체 기업들의 이용 실적 203조6802억원의 89.98%인 183조2779억원이 대기업에 의한 것이었다. 무보는 다만 정금공과 더불어 지난 한해 동안 중소기업 신규 실적을 2012년에 비해 30% 넘게 늘려 눈에 띄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기본법이 규정한 중소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과 중견기업이 해당된다.

중소기업 금융기관인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도 대기업에 2조9401억원을, 중소기업 보증기관인 신용보증기금(신보)·기술보증기금(기보)도 5693억원을 지난해 신규 지원했다. 대기업 금액이 큰 산은·수은·정금공에 이들 중소기업 주력 금융기관을 합한 6곳의 지난해 대기업 신규 지원액은 108조4771억원으로, 같은 6곳의 중소기업 신규 지원액 합계(90조8664억원)보다 많았다. 이들 기관은 기업은행(정부 지분 57.88%)을 제외하고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정책금융기관들의 대기업에 대한 대출·투자·보증의 규모가 10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정책금융공사 투자를 받아 공장 증설 공사를 하다 주민 반대로 중단한 뒤 지난 4일 재개 계획을 밝힌 에스케이(SK)인천석유화학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이들 금융기관의 실적 중 대기업의 비중은 지난 5년 사이 대부분 상승 추세에 있는데 특히 산은(64.38%→77.22%)의 상승폭이 컸다. 이에 대해 산은은 “시중은행이 감당하기 곤란한 장기·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많고 거래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해 졸업함에 따라 대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은이 강조하는 구조적 특성은 ‘국가 기간산업 건설을 위한 자금 마련’과 같은 과거 설립 당시 목표에서 이어져오는 것들이다. ‘개발주의’ 시대의 대기업 밀어주기 프레임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 이러한 태생적 목적과 한계를 고려한다 해도 대기업 집중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세계은행 집계로 전세계적으로 정부 지분이 50% 이상인 은행이 그 나라 은행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기준으로 선진국에선 10% 미만, 개발도상국에선 2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책금융 대출 기관 가운데 대기업 금융의 규모가 큰 산은·수은·정금공 세 곳만 보더라도 총자산이 274조2491억원(산은 2013년 9월 말, 수은·정금공 2012년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 총자산 1882조7787억원(2013년 9월 말 기준)의 14.56%를 차지한다. 선진국 수준에 비해 규모가 큰 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뒤 대기업 정책금융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기업 프렌들리’가 도드라진 이명박 정부 때와 겹치며 더 그러했다. 대표적으로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인정한 경우 수은의 특정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규정보다 특별히 증액해주는 제도가 그 예다. 참여정부 땐 이러한 특별 증액의 사례가 한 건도 없다가 2008년부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기업과 그 계열사를 대상으로 여러 건 발생했다. 2012년 기획재정부는 특정 기업집단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자체를 수은 자기자본의 100분의 50에서 100분의 80으로 늘렸다. 특정 기업에 대출이 쏠려 있다가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은행의 리스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한도를 완화한 것이다.

정책금융은 과거 기업의 생성과 성장 단계는 물론 유동성 지원 등 구조조정 과정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부실 대기업에 긴급 추가 대출을 하거나 출자전환으로 지분을 보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에스티엑스·동양 등의 부실 기업이 있었다. 이들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산은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1조2877억원을 쌓아 1996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은행 리스크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은 채 자금 지원이 과도하게 나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때론 중소기업 금융기관이 이에 동원되기도 한다. 신보는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국내 건설사를 돕기 위한 ‘유동화보증’ 대상을 지난해 2월 중소·중견기업에서 재계 순위 1~10위를 제외한 대기업 계열 건설사로 확대했다. 이어 7월에는 전체 대기업으로 신청 대상을 넓혔다. 이 결과 지난해 7436억원이 신보에서 대기업에 지원됐다. “담보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보증”하는 신보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기획 취재] 대기업으로 흐르는 나랏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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