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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9.12 18:42 수정 : 2006.09.12 18:42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세상읽기

지난 7일 연설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은 더 안전해졌다”며 지난 5년간 대테러 전쟁의 성과를 자찬했다. 얼마 전까지는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한 것으로 기억된다. 삼엄한 ‘본토방위’ 덕분에 미국은 다소 안전해졌는지 모르지만, “테러 없애기 전쟁”의 결과로 세계가 더 불안하고 위험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슬그머니 인정한 것 같기도 하다.

테러를 없애려는 전쟁이 세계적으로 테러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역설은 미국 스스로 여러 가지 수치로 증명한다. 국무부 연차보고서 ‘각국의 테러: 2005년’(2006년 4월7일 발간)을 보면 2005년에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테러는 1만1111건에 이른다. 2003년의 208건, 2004년의 3168건에 견주면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한 증가세다. 2005년의 경우 전체의 약 30%인 3500여건이 이라크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테러의 세계적인 확산 경향을 충분히 보여준다.

테러 피해자도 급증하고 있다. 2003년에 4271명이었던 사상자 수는 2004년에는 9300명, 2005년에는 4만명에 이른다. 이 중 사망자는 2003년에 625명, 2004년에 1907명, 2005년에는 1만4602명을 기록했다. 2005년의 테러 희생자 1만4602명 중 이라크가 7450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유엔의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 테러로 목숨을 잃은 이라크인은 3438명이나 된다.

대테러 전쟁 과정에서 미군의 피해도 올해 들어 9·11 테러 희생자 수를 넘어섰다. 2003년 3월의 이라크 전쟁 개시 이래 지금까지 미군의 전사자는 2671명(9월11일 현재)이다. 이 중 초기 주요 전투 과정의 전사자는 140명으로 전체의 5%에도 못미친다. 대부분이 이라크전 ‘승리 선언’(2003년 5월1일) 이후의 전사자다.

영국을 포함한 다국적군 전체의 전사자는 2904명으로, 여기에 아프간 전쟁 전사자 475명(이 중 미군 336명)을 더하면 9·11 테러 희생자 총수 3030명(이 중 세계무역센터 희생자가 2801명)을 훨씬 웃돈다. 물론 최대 희생자는 이라크 민간인들이다. 이라크 전쟁의 민간희생자를 조사하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 ‘이라크 보디 카운트’는 전쟁과 테러로 말미암은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 수를 최대 4만6318명, 최소 4만1650명으로 집계한다.

미국의 전비 부담도 엄청난 수준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비는 현재 매달 100억달러에 이른다. 이라크 전비는 2003년에 480억달러, 2004년에 590억달러, 2005년에 810억달러로 오히려 늘어났으며, 2006년에는 합계 9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이 1964~72년 베트남에 퍼부은 매년 평균 전비 610억달러(현재 화폐가치로 환산)를 이미 넘어섰다.

2007년도 미국 국방예산은 약 4400억달러이지만 에너지부 예산에 포함된 핵병기 관련 예산 약 220억달러와 별도회계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비를 모두 합하면 미국의 군사지출은 약 6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숫자를 기록하게 된다. 그런데도 대테러 전쟁의 최전선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은 오히려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네오콘의 이론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최근 저서 〈기로에 선 미국: 네오콘 이후〉에서 자성적으로 지적하고 있듯이 전쟁(군사력)이라는 수단으로 테러에 대처한다는 ‘부시 독트린’의 파탄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의 불안정을 보완할 지역협력의 틀이 시급한 지금 상호불신이 더욱 깊어만 가는 동북아시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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