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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29 18:20 수정 : 2006.10.29 18:20

세상읽기

북한 핵실험이 벌어진 이후 우리나라 국회가 한 역할로 기억나는 건 ‘춤판’ 소동밖에 없다. ‘어찌 이런 시국에 거기 가서 춤을!’ 하며 언론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던 국방위 소속의원이 알고 보니 바로 얼마 전에 같은 곳에서 열심히 춤을 췄다는 사실이 폭로된다. ‘핵실험 직전이니 괜찮다’는 당사자의 변명에 대해 ‘미사일 발사 후 추는 춤은 괜찮고 핵실험 후에 추는 춤은 안 되느냐’는 반격이 이어진다. 피장파장의 이런 해프닝을 두고 개그맨은 이렇게 외친다. ‘이건 아니잖아!’

정말 이건 아니지 않은가? 오로지 상대방 흠집 내기가 정치의 본업이라고 이해하는 국회의원이 다수인 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를 국회에서 기대하기는 어렵다. 투견이나 투계, 그러니까 대리 싸움으로 사람들 내면의 살의와 공격심리를 대행하는 정도가 현재 우리 국회의 위상으로 보인다. ‘호전적’이라는 지칭에 격렬하게 반발하는 춤판 파문의 한 당사자 송영선 의원에게 되묻는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호전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나요?’

어쩌면 송 의원의 본심은 로널드 레이건으로 상징되는 힘에 의한 평화와 질서를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런 입장, 이른바 ‘매파’라고 불리는 강경파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고 또 정당하다. 동일한 국면에서 매파와 비둘기파 사이 치열한 논리전을 통해 상황 파악은 심화되고 적절한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여론을 이끈다. 지금 ‘니 춤 내 춤’ 따위를 물고 늘어져 시간을 소비할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지 않은가.

서울의 핵피격을 포함한 남북간 전쟁의 피해규모 시뮬레이션은 양극단을 달린다. 서울 중심가의 반경 1킬로미터 이내가 그야말로 녹아 없어지면서 순식간에 62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미국 반핵단체(천연자원보호협회)의 끔찍한 예측이 있는가 하면, 북한의 국내총생산을 훨씬 뛰어넘는 우리 국방비를 전제로 한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후자의 분석대로라면 북한 핵미사일이 우리 상공에 떨어질 가능성은 전무할 만큼 우리 쪽 방어망은 공고하며 단기전으로 북쪽을 완전히 제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마디로 지금 방공용 땅굴을 파고 있어야 하는지 발 뻗고 잠을 자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돈보따리 들고 검단 새도시에 몰리는 인파로 보자면 태평성대인 것 같은데 도무지 이런 식의 태평이 미덥지가 않다. 북핵문제는 단기적으로 보아도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래 10여 년의 곡절을 지녔고, 우리는 포용과 화해, 그리고 원조라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순항하던 포용책이 맞닥뜨린 이 돌부리(혹은 낭떠러지) 앞에서 잽싸게 방향을 수정해야 할지 동족 간에 더 지극하고 내밀한 대화의 장을 찾아가야 할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바로 이럴 때 자나깨나 이 중대한 국사를 고민하고 토론하라고 뽑아놓은 자리가 국회의원이다. 시의원·구의원이 아니니 소속 상임위가 문제가 아니며, 국가의 명운이 걸렸으니 소속당의 이해득실이 우선해서도 안 된다. 핵사태 앞에서 ‘내년 대선을 전쟁론자 대 평화론자의 대결로 몰아가려는 술책’이라는 따위의 그야말로 얄팍한 정략적 주판알에나 몰두하라고 뽑아준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 발언을 한 전직 ‘미래학자’를 포함해 대부분 학식과 식견이 높으며 고급정보를 접하는 국회의원들이여. 정녕 읍소라도 하고 싶다. 부디 고민과 지혜가 담긴 내용 있는 토론을 해 달라. 당신들 소임이 지금처럼 중요한 때가 또 언제 오겠는가.

김갑수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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