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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0.31 17:37 수정 : 2006.10.31 17:37

세상읽기

추가 핵실험까지 강행할 듯하던 북한이 미국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엄포만 내놓고는 주춤하다. 그리고 하원뿐만 아니라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하리란 전망도 나오는 7일의 미국 중간선거를 지켜보고 있다. 최근 발효된 ‘2007년도 국방수권법’에 따라 12월 중순까지 백악관이 대북정책 조정관을 임명하면 다시 90일 안에 대북조정관이 대북정책 보고서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내년 봄에 나올 보고서를 바탕으로 백악관의 대북정책을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는지도 모르겠다.

공화당에 유리하게 조정된 하원 선거구나 실제 투표 참가율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처럼 쉽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번 선거는 기록상 일단 민주당에게 유리하다. 남북전쟁 이후만 보면, 이라크 전쟁 중에 치르는 이번 선거는 전시 중간선거로는 여섯 번째인데, 지난 다섯 번의 전시 선거에서 대통령의 당은 모조리 참패했다. 남북전쟁 중 링컨의 공화당(1862년), 1차대전 중 윌슨의 민주당(1918년), 2차대전 중 루스벨트의 민주당(1942년), 한국전쟁 중 트루먼의 민주당(1950년), 그리고 월남전 중 존슨의 민주당(1966년)은 모두 참패했다. 또 재선 대통령의 임기 6년 차에 치르는 중간선거에 적용되는 ‘6년차의 기절’ 징크스까지 덤으로 얹혔다.

만약 공화당이 완패하면 쟁점이 된 이라크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합동 연구팀이 제시할 ‘플랜 비(B)’, 곧 수니파·시아파·쿠르드족으로 이라크를 분할한 뒤 단계별로 미군을 철수시키는 안을 놓고 민주당 의회가 백악관과 힘겨루기를 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민주당의 승세가 오하이오주나 인디애나주처럼 공화당 성향인 중서부에서 공화당 지지율이 하락한 탓이므로, 보수적 지지 기반을 의식하는 중서부의 민주당 의원들이 외교정책의 급진적인 변화 요구에 가세하기는 어렵다. 특히 지금의 공화당 외교는 ‘미국의 힘으로 세계의 폭정을 종식시킨다’는 20세기 미국 민주당의 오랜 전통을 잠깐 빌린 것인데,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주당 매파의 ‘힘의 외교’ 전통을 되찾아야 한다면서 강력한 안보정책을 내건 ‘트루먼 국가안보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선거 이후 미국 민주당의 이라크 정책마저도 지금과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또 미국에서는 외교가 선거 승패를 가른 적은 있어도 선거 결과가 외교를 바꾼 적은 없다. 설사 민주당 의회가 들어선다 해도, 선거 쟁점도 아닌 대북정책의 자동 변화는 더욱 기대난망이다. 대화 요구야 물론 커지겠지만 그것은 ‘핵 보유국 북한’을 인정하고 대화하라는 말이 아니다. 게다가 백악관은 대북정책조정관도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나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 같은 협상파보다는 면피용 인사로 자리를 때울 공산이 높다. 백악관이 라이스 국무장관의 입을 빌려 “북한의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한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해도 제재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 것도, 북한의 핵 포기만이 대화 조건이라는 원칙은 양보 못한다는 미국의 마지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급할수록 길게 보는 것이 지혜다. 언론은 공화당이 패배하면 미국 대북정책이 바뀔 가능성을 지레 점치지만, 미국의 전통과 생리로 볼 때 공화당이 패배한다고 대북정책이 바로 변할 수는 없다. 북한의 조건 없는 핵 포기 신호만이 그나마 민주당 의회가 백악관의 대북정책 수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한반도 핵 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평양에서 워싱턴이 거부할 수 없는 신호를 보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용립/경성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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