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6 17:24
수정 : 2007.01.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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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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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정권 출발 석 달을 막 지난 아베 정권이 삐그덕거리고 있다.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 급락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작년 말에 일제히 벌인 주요 전국지 조사에서 아베 신조 총리 지지율은 각기 47%(아사히), 46%(마이니치), 56%(요미우리), 51%(일본경제)로, 70%에 가까웠던 취임 당시와 견주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아베 총리는 이미지 선행형의 정치가로, 머잖아 거품이 빠질 것으로 애초부터 예상되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 하락 폭이 예상보다 크고 빠르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와 자민당 쪽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한다. 고이즈미 개혁으로 자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율 획득이 총리한테는 큰 역할이 되고 있다. 아베 내각이 압도적 지지 속에서 탄생된 것도 이런 ‘선거의 얼굴’로서의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12월 말에 벌인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 올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 자민당(40%)과 민주당(38%)이 오차 범위 안에서 백중세를 보이고 있다. 정당 지지율이 자민당 31%, 민주당이 17%인 점을 고려하면, 아베 정권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구도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할 경우 아베 내각은 단명 정권으로 끝날 확률이 매우 높다.
물론 야당인 민주당도 문제가 많다. 오자와 대표의 건강 불안뿐만 아니라, 이익집단의 동원에 의존하는 오자와 대표의 낡은 자민당적 정치 수법도 대중적 지지 확대에는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약체화가 아베 정권의 존속과 연명을 도와주는 구도다.
아베 정권의 지지율 하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것은 ‘총리 리더십의 부재’다. 지난 석 달 남짓 일련의 안건과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아베 총리 관저의 대응이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은 사실이다. 우정개혁 반대파의 자민당 복귀 등 개혁에 역행하는 내용 자체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관료와 자민당을 충분히 장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불안정한 모습이 여론에 실망을 안겨준 부분이 적지 않다.
지지율 저하를 재촉한 것은 혼마 세제조사 회장, 사다 행정개혁담당 대신 등 각료급 인사들의 잇따른 추문이다. 주요 각료의 각종 추문이 현재에도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 자체가 아베 정권 약체화의 ‘결과’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언론에 대한 내부의 정보 제공이 이들 스캔들의 계기가 되고 있는 사정을 보면 가히 짐작도 된다. 자민당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일종의 권력투쟁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야마자키 전 자민당 부총재가 방북했다. 지난해부터 북의 ‘초청’으로 계획된 것이기는 하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의 3차 방북 가능성과 관련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 자신의 의향은 확실하지 않지만, 주변에서는 ‘의욕’을 시사하고 있다고 한다. 아베 총리 관저에서는 경계감과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지만, 북-미 접촉, 미국의 정책 동향 여하에 따라서는 대북 강경노선을 걷는 아베로서도 어려운 상황과 선택에 직면하게 된다.
‘북풍’ 힘을 입어 등장한 정치가 아베다. 앞으로 수개월간 어떠한 ‘북풍’이 부는지에 따라 아베 정권의 향방이 크게 좌우되게 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선거의 계절 속에서 ‘북풍’이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원/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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