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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8 16:50 수정 : 2007.01.18 16:50

한상희/건국대 교수·법학

세상읽기

일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옹호하며, 법률 등 서비스분야가 개방될 경우 “일자리가 곧 늘어날” 것이며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무대로 나가는 계기”가 확보될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그래서 무엇이 나아지는지는 아직까지도 언급이 없다. 성장 촉진, 고용 창출, 국제경쟁력 강화, 외국인투자 증대, 서비스의 질적 향상 등이 정부가 제시한 이유의 전부다. 그리고 이렇게 개방되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제어하고 공공의 선을 구현하기 위하여 존재하여야 할 정부의 ‘보이는 손’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하다.

우리 법률 중 15%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상충할 것이라는 분석은 그 한 예가 된다. 우리 헌법은 국제조약은 별도의 입법이 없어도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하였다. 그래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이 169개의 법률은 일거에 무력화된다. 이 법률들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해관계가 충돌하였고 수많은 논의와 고민과 타협이 이루어졌고 더러는 정치적 갈등까지도 야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의 베일에 숨은 몇 명의 협상대표단은 이런 지난한 입법과정들을 무위로 돌려 버린다. 지난날 우리 정치가 땀 흘려 구축한 공공성의 가치들이 일순간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절차는 환경, 공중보건 등 미래에 실천되어야 할 공공성의 문제를 간접수용 등을 빌미로 무효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 땅에서 우리의 삶과 건강에 관한 것임에도 우리가 그 당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국제중재절차에서 그들의 법으로 판단받아야 하는 기이한 상황이 발생한다. 가장 공적인 수준에서 민의에 따라 규정되어야 할 공공선의 문제가 국제관습법 내지는 미국의 법제에 의하여 판정되어 버리는 것이다.

공기업에 대한 압박은 또다른 예다. 상수도, 통신, 의료, 교육 등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확보함으로써 공공의 생활 배려를 도모하는 공기업들에 시장 원리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상수도가 민영화되면서 수많은 빈민들이 오염된 강물을 마셔야 했던 필리핀의 경험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단순한 무역협정에 그치지 않음은 이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공공성의 종말이라는 충격을 강요한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의 가치와 이념으로 처리하는 것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리고 매사를 글로벌스탠더드로 치장된 미국적 가치에 종속시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이나 여타의 자유무역협정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이질적인, 그럼에도 너무나 강력한 가치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위해 법률시장 개방을 예로 든 대통령의 발언은 그래서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늘어난 일자리를 차지한 우리 젊은 법조인들이 추구하는 법익은 우리의 것이 되기 어렵다. 독일의 예처럼 급속한 개방으로 미국의 대형 로펌이 한국의 법률시장을 점거하고 나설 때, 미국 고용주의 명령을 한국인 변호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해야 할 때, 그래서 법 판단의 준거가 한국적 가치가 아니라 미국적 가치 혹은 ‘전지구적’ 가치로 대체되어 버릴 때, 과연 대통령이 공약하는 ‘미래 선진국가’는 무슨 의미를 가질 것인가?

이제 협정 협상은 막바지로 치닫고 그에 따라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드높아간다. 하지만 이 순간까지도 정부는 우리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그 어떤 실효적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밀주의를 강화하면서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까지 차단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뿐이다. 정녕 이 정부는 스스로 정부이기를 포기하려는 것일까?

한상희/건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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