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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1 18:09 수정 : 2007.01.21 18:09

김갑수/문화평론가

세상읽기

내년 2월24일까지 한 해 넘게 남은 행사를 앞두고 좀 성급하다 싶게 벌어지고 있는 대선 경마보도가 온당한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신문·방송들이야 어차피 이윤논리에 지배받는 기업체니 그런 매력적인 상품을 도외시할 수 없을 테지만, 나 같은 사인까지 관심에 편승하는 까닭은 왜일까. 곰곰 생각해 본즉 내게 찾아온 궁금증은 누가 될까 이전의 다른 문제에 있었다. 그러니 이 글이 호들갑의 확대 재생산에 기여하는 잡설이 되지 않기 위해 누군가 답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는 심정으로 쓴다.

건국 뒤 우리 사회가 이루어낸 가장 괄목할 만한 성취로 경제성장을 꼽는 것은 지당 마땅한 듯한데 그 다음 순위에 올려놓을 메뉴는 무얼까. 나는 1987년 이래 네 차례에 걸친 대통령 직접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러낸 사실을 꼽고 싶다. 정말이지 우리 사회는 매번 대선을 치르면서 뽀빠이가 시금치 먹은 듯 부쩍부쩍 체력을 키워왔다.

다 아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 보자면, 87년 선거를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결해 냈다. 유보도 제약도 없이 단숨에. 그때 많은 사람들이 죽 쒀서 물 먹었다고 애통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물은 아닌 셈이다. 그 다음 ‘학실히’ 대통령 김영삼을 뽑는 과정은 악성의 특권질서를 철폐하는 시민적 거사가 이루어진 셈이다. 모든 직장에서 학교까지 무소불위로 뻗쳐 있던 군벌의 손아귀를 단숨에 떨쳐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총성 한방 터지지 않았다. 그 다음 차례로 디제이 선거는 ‘진보’와 ‘전라도’라는 우리 사회 내부의 막힌 구멍이 뚫리는 과정이 되었고, 그 다음의 노무현 선거는 일본식 장로사회로 고착되는 듯한 지배질서에 전면적인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과연 우리나라가 좋아졌냐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지만, 앞서 언급한 후진국형 적폐들이 해소되지 못한 상황은 떠올리기도 끔찍하다. 네 차례 대선으로 한국사회는 분명히 크게 성장했고 옳은 길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문제는 다가오는 대선이다. 진즉에 예비 후보자들의 발걸음은 분주하고 그 동정 보도는 흘러넘치는데 정작 왜 출마하는지 무엇을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예비 후보자들의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 어차피 그들은 선거과정에서 이 지상에 낙원을 건설하겠다는 정견 보따리를 쏟아놓을 테니 조급증을 부릴 필요가 전혀 없다. 그보다는 이전 선거처럼 대선 후보들이 중심과제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전사회적 의제가 시민사회 영역 안에서 뜨겁게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차기 대선 쟁점은 말할 것도 없이 경제문제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경기불황에서 기인한 경제현안이 대선 비용의 값어치 노릇을 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는 계산속이 든다. 각 부문이 기형아처럼 불균형 성장을 해온 한국 사회가 또 한 차례 점프를 할 만한 거액의 청구서를 내밀어야 그 값어치를 다하는 것 아니겠는가. 쉽게 말해 왜 새로운 대선을 치러야 하는지, 무엇을 얻기 위한 선거인지가 아리송하다는 뜻이다. 과연 대한민국은 국가 과제가 무엇인지 막연할 정도로 선진화되어 버린 것일까.

앞으로 한 해 남짓, 이제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 선거가 임박해 쏟아지는 구호들은 귀 기울일 게 못된다. 링이 마련되지 않은 지금 이 시점이라면 대통령 지망자들의 철학과 지향점이 극명하게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언론과 대학, 각종 사회단체들이여. 지금 총론을 다시 논하자. 우리가 또 넘어서야 할 큰 산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내는 작업을 하자.

김갑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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