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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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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6월 항쟁 20돌을 맞는 오늘 한국 사회의 몇몇 양상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바람직한 공동체를 위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첫째, 민주화가 연대와 통합이 아닌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해체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급인 3위임에도 소득격차, 자살률, 노동시간, 교육격차, 저출산율은 오이시디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복지비용(국내총생산 대비 8.6%, 2005년)은 오이시디 평균(20.9%, 2001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것이 좌파지향-분배중시라 비판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다.
둘째, 정당·언론·종교·사회단체 등 시민의사 수렴을 통해 국민통합을 추구해야 할 중간기제들이 거꾸로 시민들 개인보다 더 파당적인 행태를 보이며 갈등 증폭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집단의 역수렴 현상 또는 갈등조장 역할인 것이다.
셋째, 정치적 이념적 공격이 공적 룰과 양식을 훨씬 넘어 사적 경멸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공방은 한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동일 정체성마저 부정하며 상대 배제의 추구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역대결을 넘어 정책과 이념경쟁 구도로 전이하면 선진적 갈등해소에 성공할 것이라는 이상은, 외려 친북좌파-수구꼴통이라는 벌거벗은 증오의 표출로 귀결되었다.
넷째, 공적 권위구조가 갖는 중심성과 공공성의 해체다. 민주정부들은 자주 사적 영역의 특정 분파·언론·이익집단과의 공방 속에 공적 국가와 사적 집단의 양자대결 구도로 들어가곤 한다. 시민들이 공적 가치와 사적 이익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는 것이다. 민주선거로 인한 민주정부의 정당성은 최종 결정권한과 책임을 갖는 공공성과 중심성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점은 장차 한국민주주의의 큰 위협요소로 나타날 것이다.
해법은 의외로 단순한 데 있는지 모른다. 부분주의와 공화주의의 결합이 그것이다. 부분주의란 존재와 성취의 상호 인정과 배당에서 출발한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대화는 거기에서 비롯된다. 일례로 세계 7대 기술선진국, 종합국력 세계 17위, 10대 경제 및 무역대국, 정보화 세계 강국, 3000억 달러 수출, 2만 달러 국민소득, 외환보유고 2400억 달러로 세계 5위 …. 민주화 이후에도 지속된 ‘한국의 기적’은 과연 어느 요인에 의한 것인가? 이승만과 박정희 시기의 국가건설과 수호, 100억 달러 수출-1000달러 소득은 대통령의 리더십 때문이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시기의 군부퇴출, 환란극복, 2만 달러 달성은 시장의 업적인가, 또는 그 반대인가? 성공과 실패 요인에 대해 리더십과 구조에 대한 부분적·균형적 배당을 추구할 때 오늘 우리의 상호 부정과 파괴의 길항구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공적 민주의식을 갖는 시민적 공화주의의 구축이다. 오늘날 부동산과 사교육 문제는 개인과 시장의 절제 없는 욕망 표출의 산물이다. 자본주의적 개인과 시장구조가 공적 가치공준 없이 만날 때의 정책실패·사회실패인 것이다. 그것은 시장적 개인, 시장주의와 결합된 자유주의의 실패이기도 하다. 자유주의와 시장의 실패를 민주주의는 공화적 가치를 통해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공공성과 시민성을 회복하는 민주적 공화주의에 현 위기의 출구가 존재한다. 그것은 근대 이래 한국 사회의 사회적 합의이자 최초 건국정신이요 헌법 원리이기도 하다. 시장적, 자유주의적 존재를 넘어 시민적, 공화주의적 하부구조를 구축할 때 우리가 이룬 품격 있는 사회 모습은 경제 성공보다 더 크게 우리와 세계를 감동시킬 것이다.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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