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5.13 18:10
수정 : 2007.05.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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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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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분열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진영은 여권의 사분오열과 인물 부재 상황에서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고 판단하다 보니,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속에서 당의 규칙보다 후보 진영의 이익이 우선하고, 후자에 따라 전자가 휘둘리는 경향은 강해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당내에 두 개의 당이 있는 셈이다. 정치이념으로는 다 보수라 하지만,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라는 공약에 대한 당내의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정책적 이견도 분명하다. 사실 과거 양 김씨의 분열 예가 보여주듯이, 청와대 입주를 향한 후보의 욕망 앞에선 웬만한 대의는 맥을 못 춘다. 게다가 각 진영에 집권 후의 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관 등의 자리를 예약해놓은 사람들이 수도 없을 터이니 현재 당내의 싸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범여권의 경우 정치노선의 차이, 대선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당선 전망 등을 이유로 각 세력이 제 갈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정동영, 김근태 두 전직 당의장의 탈당 예고와 이를 계기로 한 노무현 대통령과의 막말 언쟁은, ‘100년 정당’을 호언하던 열리우리당의 실패를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범여권은 재집권을 위해서 ‘지역연합’, ‘반한나라연합’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하나같이 흘러간 옛 노래다. 다들 통합신당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그 속내는 그럴싸한 대선 후보를 옹립한 후 각자의 지분을 보장받은 채 하나의 우산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간판 아래에서 해결되지 못했던 정책 혼란이 새로 만들어질 당에서는 사라질지 의문스럽다. ‘4대 개혁입법’ 처리 과정에서의 의견 차이는 여전한데다, 이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이견까지 겹쳤으니 말이다.
정치권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염량세태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노선이고 정책이고 다 팽개치고 유력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행태다.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정치가 허울만 남고, 대선 후보 또는 대통령 중심의 사당정치가 지배할 때 민주주의의 발전은 요원하며, 정치체제는 불안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지만, 향후 정당정치의 안착을 위한 두 가지 꿈을 꾼다. 첫째,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수를 정하는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의 1인 2표제와 달리, 의석 배분은 정당투표 지지율에 따라 하고 지역구 투표는 당선자 순위를 정하는 기능만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회의원이 지역 민원해결사로 전락하는 일은 사라질 것임은 물론, 극좌부터 극우까지 유권자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온전히 국회 구성에 반영할 수 있다.
둘째, 대통령 선거에서는 프랑스식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높은 두 후보를 뽑고, 이들을 대상으로 2주 뒤 결선투표를 벌이는 선거방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일차적으로는 ‘소수파 대통령’이 탄생하여 임기 내내 반대파의 공격에 시달리는 일이 없어진다. 그리고 대선 후보는 분명한 노선을 가진 정당에 기초하여 자신의 이념과 정책을 직접 유권자를 대상으로 선전하고 지지를 획득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1차 투표에서 탈락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정책연합을 통하여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꿈 중 하나만이라도 실현된다면, 색깔이 다른 사람들이 권력을 잡는다는 일념으로 한 정당에 모여서 정치공학에 몰두하고 싸움박질하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어떠한 제도 개편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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