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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7 18:51 수정 : 2007.05.17 18:51

이윤재 코레이 대표

세상읽기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눈에 띄게 변화한 것 중 하나가 대기업 경영진의 보수다. 이전에는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도 ‘직원의 급여는 많이 인상하고 간부는 적게 올리는’ 하후상박 원칙이 암묵적으로 있었다. 물론 이 원칙은 회장-사장, 임원, 직원의 실질급여가 아닌 명목급여에 주로 적용되었고, 경영진의 경우 지위에 상응하는 각종 수당과 함께 접대비·판공비 등 회사경비 사용 혜택이 주어졌으므로 실제 보수는 훨씬 높았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 경비 사용이 투명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내지는 노력에 따라, 기왕에 경영진이 누렸던 각종 유무형의 혜택을 명목보수에 합산하는 현실화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사회적 공감대가 유지되던 보수 상한선이 무너지고, 여기에 미국식 보상체계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마침내 대기업 경영진의 보수는 거침없는 상승 추세로 들어선다.

지난 4월30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2006년 10대 그룹 67개 계열사 등기임원의 평균 연봉은 7억319만원이었다. 전년보다 순익은 12% 감소되었지만 평균연봉은 7% 올랐다. 회사별 수치를 보면 43억원의 삼성전자를 필두로 20억원이 넘는 곳이 다섯 곳이나 된다. 등기임원 중에 연봉이 보통 5000만원 내외인 사외이사들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상근 경영진, 특히 회장-사장 등 최고경영자가 받는 보수는 위의 평균치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이러한 대기업 경영진의 보수 수준이 적정한지, 또 이처럼 해마다 인상되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 간다. 어떤 이들은 그래봐야 세계적인 거대기업 경영진의 보수와는 아직 비교할 수 없이 적다고 말할 것이다. 경쟁사보다 높은 임금을 주어야 유능한 경영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경영진의 높은 보수가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하려는 의욕을 자극한다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보수가 개인의 능력과 성과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제대로’ 여부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그 ‘제대로’가 경영진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고, 한 기업의 생성, 발전과 오늘의 성과 실현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의 노력과 기여에 ‘제대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다수 외국기업의 관행이라 하더라도, 경영방식과 문화가 다른 우리 기업들이 경영진을 지나치게 우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경영자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도 않고, 사장과 임원은 대부분 그 회사 내부에서 근무하다가 승진하는 내국인이다. 회사 내부에 경영진 보수의 적정성에 대한 치밀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검증장치도 부족하다.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 역시 지배주주와 경영진이 주도하는 보수 결정 과정에는 취약하다. 오히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지적하듯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보이지 않는 악수’가 경영진의 보수를 계속 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경영자의 보수는 개인적 역량에 대한 신뢰의 경제적 표현이다. 과도한 보수를 당연시할 때 그 신뢰는 무너진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개인의 능력을 그 누구보다도 신뢰한 사람이지만, 저서 〈다가올 사회의 경영〉에서 경영진과 직원의 급여 격차가 20 대 1을 넘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날 경영자들이 종업원들은 마구잡이로 해고하면서 자신들은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것은 사회적, 도덕적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사회는 앞으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이윤재 코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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