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6.07 18:38 수정 : 2007.06.07 18:38

이윤재 코레이 대표

세상읽기

자기 실현적 예언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현상에는 이 말이 잘 적용된다. 예를 들어, 경기가 나빠진다는 예측이 나오면 그에 대응하려고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고, 기업도 투자를 연기하고 경비를 절감한다. 그러면 정말로 경기가 나빠진다. 예측이 결과를 맞힌 것이 아니라, 예측이 적극적으로 결과를 만들거나, 적어도 작용한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나 언론은 경제심리를 좌우하는 언어 사용에 정확하고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 정책에는 신뢰가 따르지 않고, 언론이 즐겨 사용하는 언설들은 ‘객관’과 정확성보다, 조급한 엘리트주의와 여론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앞선다. 문제는, 그런 언어일수록 식자들의 입을 통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세상에 전파되고,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도전받지 않는 지위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반기업 정서’가 바로 그런 말이다. 많은 언론은 투자가 부진할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이 말을 등장시켜 왔고, 지금도 여전하다. “기업은 국내에서 투자하고 싶고, 고용도 늘리고 싶고,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잘하려고 애쓰는데, ‘반기업 정서’가 너무 심하니 누가 그런 상황을 참아가며 사업을 벌이고 투자하겠느냐”는 게 그들의 취지다. 이는 마치 일반 국민이 경제발전의 토대이자 생산과 고용의 주체인 기업을 부정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언론의 이러한 ‘반기업 정서’ 부각시키기에 국민은 긴장한다. 자칫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원흉의 혐의를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기 아닌 남들이 그런 정서를 가졌을 것으로 지레짐작한다. 그러다 보니 ‘반기업 정서’는 과연 그것이 있는지, 있다면 누구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것인지, 기업과 경제 전반에 어떠한 실질적 영향을 주는지 아무도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이미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우리’의 정서로 자리잡아 버렸다. 게다가 대한민국 언론들이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면, 그 사실을 의심할 만한 양심과 양식이 없는 외국 언론이 한국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보도하고, 우리 언론은 다시 외국 언론도 한국의 ‘반기업 정서’를 지적했다고 대서특필한다.

지난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기업 정서’에 관한 의문점들을 비교적 소상하게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한겨레〉 5월30일치 22면)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기업 일반에 대체로 호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 중소기업인, 전문경영인에게 강한 호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기업에 대한 반감은 주로 재벌과 재벌총수의 불법·탈법 행위와 부도덕한 경영, 정경유착과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 오너 및 대주주의 독단 등과 방만한 경영을 하는 공기업의 경우에 생긴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아마 미국이나 일본 국민에게 조사해도 똑같은 호감과 반감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우리나 그들이나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은 기업의 잘못된 ‘행위’이지 ‘기업’ 그 자체가 아닌 것이다.

나아가 재벌회사가 ‘반기업 정서’ 때문에 피해를 본 구체적 증거가 있을까. 오히려 선명한 것은 재벌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한결같은 애정이다. 그들은 재벌의 불법과 전횡이 알려질 때마다 절망하지만, 행여 정부가 재벌의 국제적 위상을 손상시킬까 앞장서 걱정한다. 재벌 총수가 구속되면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고, 비리가 발견된 재벌회사의 물건이라도, 외국에서는 그토록 흔한 불매운동 한번 없이 계속 그들의 제품을 사주는 사람들이 우리 국민인 것이다.

이윤재 코레이 대표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