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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택 NH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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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가 2005년 5월 처음 네이버에 도입된 이후 2년이 넘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네이버에 합류하면서 그 불똥이 내게 튈 줄이야. 순위를 조작한다거나 돈벌이를 위해 문제의 검색어를 방치한다는, 양립하기 어려운 비판들이 양쪽 뺨을 때린다.실시간 검색어 정책을 맡고 있는 나는 진실을 안다. 어느 쪽도 아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본질을 놓고서는 사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가끔 ‘신창원’ ‘박연미’ ‘김준형’과 같은 뜬금없는 검색어가 순위에 올라간다. 서비스 운영진은 검색 결과를 보면서 누군가 작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검색어 자체가 비속어이거나 명예훼손, 개인정보가 아닌 한 인위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작전어들은 스팸 필터를 써서 기계적으로 솎아내려고 하는데 2년간의 기술 발전에도 아직 미흡하다.
그래서 사내에서는 그날 검색 결과 내용이 받쳐주지 않는 검색어는 제외하자는 주장이 있다.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도 검색 서비스의 일종이므로 검색 결과값이 없는 검색어는 무의미하다는 관점.
소수가 짬짜미할 수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집계방식에서 기인한다. 수식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 20분이면 20분, 기준시간을 설정해 그 시간 안에 검색창에 ㄱ이라는 검색어가 입력된 횟수를 센다. ② 기준시간 이전에 ㄱ이 몇 번 들어왔는지 센다. ③비교해서 전보다 많이 들어온 비율이 다른 검색어들보다 높으면 순위가 올라간다.
기준시간에 최다 입력된 검색어 차례가 아닌 것이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라고 하면 그런 해석을 낳기 때문에 지난달 말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개명했다. 입력 수로 치면 상위권 검색어들은 항상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와 같은 단어들이다. 변화가 없다.
네이버 검색창에 하루 입력되는 검색어 총합은 1억개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 입력하는 동일한 검색어 수는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여기에 실시간성에 가장 가까운 집계를 위해 네이버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우 짧은 기준시간을 설정하고 있다. 그렇게 단시간에 중복 입력되는 검색어의 수는 더욱 적어서 어렵잖게 치고 올라갈 여지가 있는 것.
‘정오의 희망곡’에 나온 연예인이 “검색어 1위가 소원이에요”라고 말하면 그의 이름이 쭉쭉 올라가고 언론사에서 기자들이나 신방과 학생들에게 특정한 이름을 입력하게 하면 그 이름이 순위에 진입한다. “순위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는 비판보도가 뒤따른다.
그럼에도 현 방식을 유지하는 건 이용자 관심의 흐름을 중계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중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이렇게 실시간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순위표는 나뭇잎과 같다. 관심의 풍향에 민감하게 흔들리는 잎. 그날 검색 결과값이 없어도 바람은 불 수 있다. 1월20일 강원도 평창군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기상청 발표에 앞서 ‘지진’이 1위를 차지했다. 풍향이 자주 바뀌듯 순위에 오를 수는 있지만 내려오기도 쉽다. 그 이전 시간과 비교되기 때문에 같은 검색어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입력해 줘야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검색어 순위가 주로 가벼운 관심을 중계한다는 지적은 받아 마땅하다. 다각도에서 이용자의 관심을 포착하려는 노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최근 미국의 구글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개념이 같은 ‘핫 트렌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낯선 검색어들을 잔뜩 쏟아내 일부 언론과 블로거들의 비아냥을 받고 있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왠지 반갑다. 사회철학자들에게 고민거리 하나 더 안겨준 ‘공범의식’에서일지도 모른다.
홍은택 NH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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