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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21 17:19 수정 : 2007.06.21 17:19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세상읽기

살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할 때가 있다. 대인관계가 중요한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자 남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을 두게 된다. 그러다 보니 모이면 남의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다른 사람한테 관심을 두고 그 사람을 아는 것은 나름대로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예컨대 어떤 이가 책임감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 사람과 돈거래를 하거나 함께 일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좀더 신중해질 것이다. 어떤 사람의 단점을 아는 것은 직접 그 사람과 접촉할 때 가질 수 있는 손실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 정보는 긍정적 정보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진다.

문제는 이런 뒷이야기가 소문으로 비약되는 경우다. 소문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전달자의 경험과 지식에 근거하여 어떤 부분은 삭제되고 또 덧붙여지기도 하면서 점차 왜곡된다. 이렇게 터무니없이 부풀려지고 왜곡된 소문은 매우 강력하여 소문의 당사자가 반박하더라도 확산을 막기가 어렵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브랜드인 ‘맥도널드’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맥도널드는 1970년대 말, 햄버거 재료로 지렁이를 사용했다는 유언비어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로 말미암아 매출이 급감하자 맥도널드는 지렁이 고기로 햄버거를 만드는 것이 쇠고기로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다섯 배에서 많게는 여덟 배나 더 들기 때문에, 이는 말도 안 된다는 대응 광고를 내 보냈다. 그러나 한번 떨어진 매출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대응 광고가 소비자들로 하여금 ‘지렁이 고기’라는 부정적인 메시지를 다시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악소문의 내용을 해명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결백을 증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며, 혹 상대가 가지고 있을 부정적인 의도에 휘말리게 될 위험이 있다. 맥도널드는 다른 측면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전력투구하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악소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처럼 근거 없는 소문이더라도, 그에 대처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진화심리학에서는 “현대인의 두개골 안에는 석기시대의 마음이 거하고 있다”고 한다. 석기시대 마음으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에 도움이 되었던 행동 패턴이 현재에는 더는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진화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소문을 ‘초콜릿’에 비유하기도 한다. 고칼로리 음식은 에너지의 근원이기 때문에 먹거리가 충분치 못했던 석기시대부터 인류는 초콜릿과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성을 진화시켜 왔다. 칼로리 과잉의 시대인 오늘날에도 이런 경향성은 유지되어 건강이 위협받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일반대중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적고 그 경로가 한정적이었던 과거에는 사람들 사이로 퍼지는 소문은 상당한 정보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정보 홍수 속의 현대사회에서는 소문의 정보 전달 가치가 떨어졌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공식적인 정보보다는 비공식적인 소문에 귀를 기울인다. 더욱이 방대한 정보를 시시각각 쏟아내고 그 파급 속도 역시 엄청나게 빠른 인터넷은 근거가 모호하지만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불확실한 소문도 과거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광범위하게 확산시킬 수 있다.

여전히 정확한 정보보다는 모호한 소문에 귀기울이면서 터무니 없는 말만을 부풀리는 우리 현대인의 마음 안에 아직 머물고 있는 석기시대 유물이 진화하기만을 마냥 기다리기에는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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