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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24 17:22 수정 : 2007.07.24 17:22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세상읽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돼온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결정됐다.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낮은 가격에 제공하여 우리 사회의 법률 복지 수준을 높인다는 사법개혁의 주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이는 마땅히 환영할 일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법률 서비스는 지나치게 비싸 일반 국민들이 편히 이용하기는 매우 힘든 것이었다. 민사소송의 75%와 형사소송의 50% 가량이 변호사 없이 진행되며, 기초자치단체의 반 이상에 해당하는 지역이 소위 ‘무변촌’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 없고 힘없는 약자의 설움과 두려움을 겪어왔을지는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많은 경우 ‘무전유죄, 유전무죄’는 단순한 비아냥거림이 아니라 생생한 현실 고발이었다. 이 문제의 대부분은 변호사 수의 절대 부족 탓이다. 한 통계를 보면, 한국의 법조인 수는 향후 매년 3000명씩 20년을 배출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인구 대비 평균치에 이를 수 있는 정도란다. 법조인 수가 이리 적으니 좋은 법률서비스를 쉽게 구하기란 애당초 어려운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로스쿨 도입의 정당성은 그것으로 충분한 수의 변호사를 배출할 때만이 확보된다.

이 점에서 국가가 로스쿨의 전체 정원을 수량 규제해야 한다는 발상에는 찬성할 수 없다. 물론 우리 헌법이 명시하듯 국가의 시장 조정은 원칙적으로 정당하다. 그러나 그것은 공공복리의 증진이나 경제의 민주화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외계층 등을 보호하기 위함이란 것이다. 그런데 로스쿨 정원을 해마다 1200명이나 2000명 수준으로 묶는다는 것은 현직 변호사 등 기득 법조인들 외에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인지 알 수가 없다. 일반 국민들을 위해서라면 변호사의 수급 문제는 마땅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 국가의 개입은 로스쿨의 인가 요건을 엄격히 하여 법학 교육의 충실화를 담보해주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막상 국가의 개입이 꼭 필요한 부분은 다른 데 있다. 연간 최소 2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로스쿨의 학비 문제다. 이 정도라면 로스쿨은 부잣집 자녀들이 아니면 가기 어려운 곳이 된다. 설령 학자금 대출제도가 있다 할지라도(사법개혁의 한 목적이 법률 복지 수준의 제고라는 점을 상기하면) 그것이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대출금 갚기에 급급한 신임 변호사들은 돈 안 되는 공익보다는 돈 되는 사익을 위해 봉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번 돈 벌기에 길들여진 이들이 나중에 공익 지향으로 바뀐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역시 학비 부담에 찌들지 않고 공부한 공익 지향 변호사를 많이 배출하는 일이다. 방안은 생각하면 나온다. 예컨대, 로스쿨 제도로 사라질 사법연수원 운영비용을 국가장학금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연간 520억원에 이르는 이 비용은 2600명의 학생들에게 매년 2000만원씩을 지급할 수 있는 액수다. 물론 이 장학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것이므로 수혜자는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변호사 자격 취득 후 2년 가량을 ‘공공 변호사’나 ‘법률 복지사’로 의무 근무하며 세입자, 영세 상공인, 비정규직 근로자 등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운 일에 법률 조언 등으로 동참하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 방안의 채택은 학비 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법률 복지 수준의 개선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매년 수천명의 공공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의 음지에 투입될 것이며, 복무기간 길러진 이들의 공익 지향성은 그 후에도 사회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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