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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4 18:16 수정 : 2007.08.14 18:16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세상읽기

관세무역일반협정(가트)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 체제만을 줄곧 지지해 오던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주의를 외교 기조로 수용한 것은 오부치 게이조 정부(1998∼2000) 시절이다. 동아시아 외환위기로 상당한 간접 피해를 받고 자국의 이익이 동아시아 경제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었는지를 실감한 당시의 일본은 향후 유사사태를 막자면 동아시아의 경제협력 강화가 시급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달러화 의존을 줄이고 역내 금융통화 관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엔화의 국제화 정책, 지역경제 통합 가속화를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확산 정책,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제도화를 위한 ‘아세안+3’(한·중·일) 강화 정책 등을 추진한다. 오부치는 특히 한국과 협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에 필적할 동아시아 지역주의의 발전은 역내 국가 중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가장 발달한 두 나라가 앞장서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자유무역협정의 첫 상대국으로 한국을 지목한 연유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그러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2001∼2006) 들어 일본의 동아시아 중시 기조는 점차 약화된다. 대신 미국 편향정책이 들어선다. 안보영역에서는 동맹을 넘어 일체화 관계를 미국과 형성했고, 경제영역에서도 신자유주의의 파트너 관계를 지향했다. 일본의 핵심 동아시아 정책 목표는 이제 지역주의 발전 그 자체보다는 (미국과 동일하게) 중국 견제로 바뀌었다. 본래 아세안+3 국가들만의 미래 발전 형태로 합의됐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 등이 새로 가입하게 된 것도 일본의 의도가 관철된 결과였다. 일본은 이들 ‘역외’ 대국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지역주의 틀 안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희석시키는 한편, 미국의 간접 영향력을 담보해 놓고자 했다. 이러한 ‘물타기’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중국의 지역주의적 관심은 상당 정도 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나 남아시아 등으로 옮겨갔고, 아세안+3은 더욱 무기력해졌다. 그렇다고 역외국까지 포함된 동아시아 정상회의가 별 유의미한 구실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동아시아 지역주의에 대한 회의론이 대세가 되었다. 이 상황은 고이즈미를 이은 현재의 아베 신조 정부에서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의 동아시아 ‘회귀’ 가능성을 암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7월29일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의 자민당이 오자와 이치로의 민주당한테 대패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당 안팎의 거센 사임 압력에 시달리게 된 반면, 민주당의 오자와 대표는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중의원을 통과한 법률안을 수정 혹은 거부할 수 있는 참의원의 제1당이 된 민주당의 정책 영향력이 급증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더 나아가 민주당이 지금의 여세를 몰아 ‘중의원 해산, 총선 실시’를 압박하여 결국 정권 획득에 성공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본의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아베 내각의 현 지지율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22%, 그리고 자민당 지지율은 ‘붕괴 위기론’이 나올 정도인 17%로까지 떨어진 상태다.(<한겨레> 8월7일치).

오자와는 미국이 아닌 동아시아 중시 외교를 강조해 왔다. 민주당의 정책 공약집에도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나라들과의 신뢰관계 구축이 핵심 내용으로 들어 있다. 거기에는 또한 ‘대등한’ 미-일 관계 수립이 적혀 있다. 오자와와 민주당의 부상은 일본의 ‘미국 중시, 동아시아 경시’ 외교의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일본이 좋은 이웃으로 돌아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맞을 것인가? 광복절인 오늘 동아시아 차원의 새로운 한-일 관계를 그려본다.

최태욱/한림국제대학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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