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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30 17:35 수정 : 2007.08.30 18:00

이윤재/코레이 대표

세상읽기

정부의 의지로 언론을 개혁할 수 있을까. 정부가 언론의 행동에 개입하려 할 경우 아무리 순수한 의도로 접근하더라도, 상대방은 이를 ‘언론의 자유’ 문제로 손쉽게 환원시키기 때문에, 충분한 명분과 지지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정권마다 언론과 대립하기보다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정권의 실효성을 지키려 했고 그러다 보니 언론 개혁은 더욱 어려워졌다.

앞선 정권들과 달리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계속해서 수구매체들과 대결해 왔다. 그들의 변화가 정권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참담하다. 수구언론은 한층 공고해졌고, 오히려 상당수 사람들은 참여정부가 정책실패를 지나치게 언론의 책임으로 돌렸다고 믿는다. 이는 현정부가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했음을 의미한다. 그들이 얼마나 노회한지, 그들에 대한 기득권층의 신뢰와 지지가 얼마나 맹목적이고 강력한지, 그들에게 동조함으로써 심리적으로나마 주류가 되고 싶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대형 언론사에서 사주와 소속 기자들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이 정부는 미처 모르면서 덤벼든 셈이다. 결국 참여정부 초기보다 언론은 더욱 정치권력화되고, 이제 어느 정권이건 언론개혁을 거론하기는 한결 힘들 것이다.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정부와 언론의 모습은 이런 우리 언론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 방안의 뼈대는 중앙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기자들의 정부 사무실 무단출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언론환경을 어떻든 수용해야 하는 정부 나름의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최근 엄청나게 늘어난 언론매체와 기자들을 과거 소수의 매체와 기자만 있던 시절처럼 각 부처 기자실로 흡수할 도리가 없고, 그 많은 기자들이 자유롭게 정부 사무실을 출입하며 취재하도록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리적 한계 상황에 대처하면서 기성 매체와 신흥 매체 모두에게 동등하게 취재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인 것이다. 따라서 정당한 취재를 제약할 요소들이 예상된다면 그 부분을 고치고 보완하면 될 사안이지, 언론사들의 주장처럼 본질적인 ‘언론의 자유’를 걸고 정부와 대립할 사안은 아닌 것이다. 취재제한 소지가 있는 부분의 수정·보완에 대한 정부의 태도도 개방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 방안을 모든 부처에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사건수사나 인권보호 등 분야별 특수성에 따라 예외를 두려는 움직임은 유연한 자세의 증거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안을 계속 국민의 ‘알 권리’ 차원으로 규정하며 반대하는 기성 매체들의 태도는 의아하다. 거대 수구매체들이 복잡한 정치적 계산 아래 보도하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봐 왔기에, 이번에도 사안의 쟁점을 과장하며 힘을 과시하는 모습은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매사에 다양하게 의견이 갈리던 기성의 전통 매체, 특히 수구성향이 아닌 신문과 방송까지도 유독 이 방안에서는 연대하여 반대에 가담하고 있다. 그래서 기성 매체를 접하는 사람들에겐 반대의 목소리만 들리지 ‘반대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알 권리’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기성 매체들은 자신들이 배타적으로 누려오던 ‘진정한’ 언론이라는 특권의식과 편의를 포기하고 소규모 매체, 신흥 매체와 동일한 조건 아래 취재하게 된다. 혹시 취재편의와 특권의식, 이것이 표면상 내세우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 더 중요한 반대이유가 아닐까 걱정스럽다.

이윤재/코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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