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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16 20:36 수정 : 2007.09.16 20:36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세상읽기

이제 신정아씨를 둘러싼 사태는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지경이 되었다. 신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학력위조 문제가 터져 나오더니, 청와대 서열 3위인 최고위공직자의 불법 또는 부당한 처신이 드러났으며, 마침내 <문화일보>는 신씨의 알몸사진을 지면에 실음으로써 선정보도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가 한 사람을 계기로 다 드러났으니, 우리는 신씨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대학 사회는 교수 채용의 문제점을 본의 아니게 드러내준 신씨에게 감사해야 한다. 신씨의 교수임용 당시 동국대 교수들이 신씨의 학력위조와 논문표절을 지적하며 임용에 반대하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추천, 이사 스님들의 변호 덕에 신씨는 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러나 결국 교수 채용 때 교수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외면하고 실력자와의 연고를 중시하는 행태가 드러나고야 말았다. 동국대는 물론 전국의 모든 대학은 자기 대학에 신씨 사건에 준하는 일이 없는지 되돌아보아야 하며, 앞으로 엄정한 교수 채용의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둘째, 청와대는 현행 고위공직자 검증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확인하게 해준 신씨에게 감사해야 한다. 청와대는 최고의 권위, 인력, 정보를 가지고 사람을 빨가벗기듯이 검증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검찰 수사 이전까지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거짓말과 직권남용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직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리고 권력 중심에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엄정하고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권력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유지되는 법이지만,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대통령은 확신에 찬 ‘실언’을 하여 이후 ‘망신’을 당하였고, 참여정부의 검증체계는 도마 위에 올랐다. 내년에 청와대에 입주할 사람들도 이상을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셋째, 언론계는 자신의 ‘진면목’을 보일 기회를 준 신씨에게 감사해야 한다. 문화일보는 “착한 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신문”을 사시(社是)로 하고 있지만, 이번 알몸사진 보도는 ‘황색 찌라시’ 수준이었다. 판매부수나 인터넷 접속 수를 늘리려는 장삿속에 눈이 멀어 사건의 본질과 관계없는 선정성을 부각하는 데 열을 올렸다. 다른 신문의 인터넷판이나 인터넷 포털도 이 사진을 퍼나르며 네티즌의 클릭을 유도했다.

우리 사회의 언론은 모두 ‘정론지’와 사회의 ‘공기’(公器)를 자처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언론이 사건내용과 관계없이 특정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보도를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신씨의 각종 행각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다고 하여, 언론이 그의 알몸사진을 공개할 권한을 갖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신씨에게 감사하자. 신씨는 입신과 출세를 위하여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였다. 그 결과 그는 젊은 나이에 외제차를 타고,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고, 고급 오피스텔에 살게 되었다. 혹여 지금 이 순간 우리 모두 신정아를 꿈꾸고 또는 그의 행로를 따라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설적이지만 신씨는 바로 우리 속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돌이켜 보게 해주었다. 다른 한편 우리는 신씨 알몸사진 보도를 계기로 우리가 ‘관음증’ 환자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보도내용이 전해지자마자 문화일보 홈페이지가 정지되도록 클릭을 해대지 않았는가.


신정아씨는 학연과 인맥의 줄을 붙잡고서 우리 대학, 사회, 국가의 허술한 검증체계를 피해 상승하다가 추락한 사람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을 신씨 개인에게서만 찾고 그 뿌리를 파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제2, 3의 신정아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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