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패밀리사이트

  • 한겨레21
  • 씨네21
  • 이코노미인사이트
회원가입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0.03 17:52 수정 : 2007.10.03 17:52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세상읽기

짝을 찾기 위한 노력과 사랑에 대한 갈망은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지속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사랑의 형태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세간의 화제가 되는 것이 나이 많은 남성과 젊은 여성의 결합이다. 그리스의 대부호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재클린 케네디, 석유재벌 하워드 마셜과 <플레이보이> 모델 안나 니콜 스미스, 얼마 전 타계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그의 개인비서 니콜레타 만토바니 등, 국내외적으로 그 예는 엄청나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이는 이들의 결합이 진정한 사랑과 냉정한 계산 중 무엇 때문인가는 논쟁거리다. 그러나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이런 결합은 당연한 일면이 있다. 인간 생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생존과 재생산을 통한 유전자의 대물림이고 이 부분에서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입장에 있다. 여성은 낳은 아기가 자신의 자식임을 100% 확신할 수 있지만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 남성은 어차피 친자임을 100% 확신하지 못할 바에야 건강한 자녀를 많이 낳음으로써 재생산을 도모하고자 한다. 그래서 남자는 아이를 잘 낳을 수 있는 연령대인 젊은 여성에게 끌린다. 반면 한 해에 한 명의 자식만 가질 수 있는 여성으로서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지위와 재력을 가진 나이 든 남성에게 끌릴 수 있다. 한편 여성은 단기적 관계 후에 자녀와 자신을 방치할지도 모를 남자에게 속지 않도록, 남성의 헌신과 호의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본능을 발달시켜 왔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호의를 베푸는 다수의 남성을 곁에 두고 저울질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면 남성은 상대 여성이 보내는 성적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서 짝짓기 기회를 아깝게 놓치지 않도록, 여성의 작은 관심이나 행동도 자신에게 성적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과대 판단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여성이 어쩌다 보내는 한 번의 눈길도 자신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으로 착각해 감동하고 빠져들기 쉬워진다. 이와 같은 진화적 역사 초기에 발달된 짝찾기 책략은 현대 사회에서도 기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단순한 짝짓기에 그치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가꾸고, 사랑을 가꿀 수 있는 존재다. 단순한 짝짓기를 넘어서, 사랑에는 신체적 끌림의 열정과 같은 뜨거운 요소뿐 아니라 상대와 대화하고 공감함으로써 갖게 되는 이해와 배려, 정서적 지지, 친밀감과 같은 따뜻한 요소와, 그 사랑을 장기적으로 완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이를 방해하는 여러 유혹을 물리치는 책임감과 의지 등 차가운 요소도 필요하다. 시간이 갈수록 열정이 식거나 상대가 가진 재생산적 가치가 퇴색해 버리더라도 두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계속해서 가꾸어 갈 경우 동반자적 사랑으로 발전한다. 동반자적 사랑을 하는 커플의 경우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50대 이후 남자와 여자 사이에 성적 욕구를 일으키는 데에는 신체적 젊음이나 매력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존중과 친밀감, 공동의 대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실 인간의 짝짓기 행위에는 신체뿐 아니라 우리의 ‘뇌’가 관여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더 좋은 유전자, 재생산이 더 용이한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사랑은 이러한 생존 본능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랑의 일면일 뿐 결코 전체는 아니다. 생존 본능도 강력한 동기이고 쾌락을 주지만, 일생의 동반자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하고 존중하는 장기간의 관계 또한 안정감을 주는 생의 버팀목이 된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세상읽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전체

정치

사회

경제

지난주

광고

트위터 실시간글

bjchina123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EuiQKIM RT @qfarmm : [포토]42년 만에 최악 가뭄···위성사진으로 본 소양강댐 http://t.co/BMpS2UjVoq http://t.co/r4OxEINQ1z

LAST_Korea RT @cjkcsek : [사설] ‘어린이 밥그릇’까지 종북 딱지 붙이나 홍준표의 유치한 종북몰이는 자신의 ‘저질 정치인’ 면모만 부각시키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http://t.co/XxOwP51oyK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할머니들도 ‘기껏 1번 찍어줬더니 아그들 밥값 가지고…’ 성토”http://t.co/ukHxPKTNnm[오마이] 홍준표, '해외골프' 뒤 첫 출근길에 비난 펼침막http://t.co/xn…

HillhumIna RT @jmseek21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 http://t.co/whlFjwWSl9

CbalsZotto 보궐선거용 거짓 립서비스~ “ @shreka3880 : ‘세월호 피해자 가족’ 챙기기 나선 새누리당 http://t.co/tfkk6gGEci 세월호 진상조사나 방해나 하자말라”

cess0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http://t.co/RyPp5DzeRr[미디어오늘] 유가족들 우려가 현실이 됐다http://t.co/coAAtDbtRQ

sookpoet RT @badromance65 : 국민 수신료 받는 KBS, ‘일베’ 기자 결국 임용 http://t.co/ds93Rpk4mr1일 정식 임용…KBS 기자협회와 노조 즉각 반발회사 관계자 “법률 검토했으나 임용 취소 힘들어”이러다 친일도 모자라 …

idoritwo RT @parkjj35 : [한겨레] 헌재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리키로http://t.co/UMzV2bA4hY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