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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4 17:39 수정 : 2007.10.05 18:12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10월 3일과 4일 베이징과 평양의 합의는, 스멀스멀 진행돼 온 파열이 한반도 영구평화의 서장으로 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서장을 과연 영구평화의 종장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21세기 초 동북아 최대의 안보위기인 북핵 문제는 이번 베이징 6자 합의와 함께 해결의 도정으로 진입했다. 노무현-김정일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국제문제이자 민족문제인 한국문제는 ‘국제’와 ‘민족’의 결합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증거한다. 따라서 ‘국제’ 차원과 ‘민족’ 차원의 동시 진전이 갖는 의미는 자못 상서롭다.

분단 이후 모두 네 정상이 한반도 문제의 중심인 분계선을 넘어 상대 영토를 방문하였다. 먼저 김일성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8월에 남한 절멸을 위한 최후의 군사독려를 위해 세 번이나 비밀리에 남한을 방문했다. 이승만은 같은 해 10월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서 대규모 군중집회를 통해 북한 절멸과 통일을 외쳤다. 최초의 합의방문은 정확히 50년 후 김대중 때에 이르러서야 가능했다. 그는 최초 남북 정상회담에서 50년 적대를 화해의 미래로 돌리고자 분투하였다. 이번에 노무현은 아예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는바, 그 걸음은 남북과 세계의 누구라도 건널 이후 걸음들의 첫 발자국이 될 것이다. 놀랍게도 그가 간 ‘평화’의 길은 1950년 김일성의 ‘군사’ 경로와 정확히 일치하였다.

김일성에서 노무현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군사에서 평화로, 비밀에서 공개로, 단독에서 합의로, 차량에서 도보로 경계선을 넘는 방법이 완전히 변했음을 목도한다. 그러나 더욱 크게 바뀐 요소는 상대에 대한 우리의 마음이자, 국제사회와 맺는 남북의 관계양식이었다. 후자는 특히 중요하다. 이번 평양선언은, 그동안의 원칙적 선언들과는 달리, 남북관계의 거의 모든 영역과 부문을 양쪽 정상이 ‘직접’ 구체적으로 합의하였다는 의미를 갖는다. 6·15 선언은 정상 간 합의였으되 추상적·원칙적이었고, 반면 남북 기본합의서는 구체적이었으되 정상 간 합의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큰 의미는, 북-미 직접해결을 고수해온 북한의 전략으로 인해 6·15 공동선언에서조차 빠진 평화문제에 대해 남북이 협력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점이다. 한반도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국제적 종전선언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합의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이제 한반도 갈등과 평화문제의 오랜 고정 패턴은 전복되고 있다. 즉 “문제 제공자로서의 한반도-해결 주도자로서의 국제사회”, “갈등 진원으로서의 한반도-평화 압력자로서의 국제사회”라는 관계양식이 역전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국제 주도도 남북 각각도 아닌, 남북 공동 이니셔티브의 평화비전, 이 상큼한 뒤집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제야 우리는 “협력은 남북” 축, “평화는 국제” 축으로 양분돼 왔던 한반도 문제의 오랜 물길을 통합해 낸 것이다. 남북은 비로소 ‘남북관계’를 넘어 ‘한반도 문제 전반’에 걸친 협력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전쟁에도 ‘불구하고’, 남북 대결에도 ‘불구하고’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이룬 세계적 성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 접합구조를 뒤집어, 남북 모두 평화 ‘때문에’ 민주주의와 삶의 질이 향상되고, 민주주의 ‘때문에’ 평화와 번영이 증진되며, 높아진 삶의 질 ‘때문에’ 다시 민주주의와 평화가 강화되는 21세기 한국형 세계 발전모델, 한국형 3자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하자. 그리하여 세계에 평화화-민주화-복지화의 3변 발전 동학을 자랑하자. 이것이야말로 세계에 기여할 ‘글로벌 한국’이고 ‘선진한국’ 모델이 될 것이다. 압축 산업화, 압축 민주화에 이어 이제 한반도 영구평화를 위한 가슴 벅찬 상상력을 압축해 보자.

박명림/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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