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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07 18:51 수정 : 2007.10.07 18:51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세상읽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 이후 심화되고 있는 ‘세대간 불균형’을 분석한 우석훈·박권일 공저 <88만원 세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저자들은 현재의 20대 중 95%는 월 88만원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어렵게 살게 되고 5%만이 안정된 직장을 구하게 될 것임을 예견하고, 이 95%의 20대가 가정에서 만날 50대 부모도 퇴직이나 정리해고 직전 상태라는 점을 냉정히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 엘지전자는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제휴하여 ‘프라다 폰’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는데, 우연찮게 그 가격은 88만원이었다. 삼성전자도 조르조 아르마니와 제휴를 맺고 곧 고가의 ‘아르마니 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타인의 한달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자신의 편의품을 위해 가볍게 쓸 수 있는 재력을 가진 계급이 우리 사회에 다수 존재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새삼스런 현상이 아니다. 나는 ‘프라다 폰’의 생산자나 구입자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나라의 ‘사회귀족층’이 부정이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호사(豪奢)를 부리는 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거나, 오프라 윈프리나 앤절리나 졸리처럼 자발적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을 선도한다면 그 ‘프라다 폰’에 금도금을 하고 다이아몬드를 박더라도 박수를 칠 준비가 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문제는 노동하는 사람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더욱 낮은 임금으로 노동을 살 수 있고, 해고는 더욱 쉽게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는 복음(福音)일 것이다.

그러나 ‘95 대 5의 사회’는 일하는 사람에게 숨 막히는 불안, 좌절과 고통을 반복하여 안겨다 준다. 경제 규모는 계속 커지고 주가는 오르는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고용은 불안해지는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버젓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 정규직과 똑같은 시간을 동일한 강도로 일하고도 임금은 반 토막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통합을 기대하는 것은 몽상에 불과하다.

현재 자칭 ‘경제대통령’ 후보가 여럿 대권을 향해 뛰고 있지만, 유권자는 이들의 경제관을 냉정히 따져보아야 한다. 선성장·후분배나 대규모 토목공사의 시행이라는 개발독재시대의 전략은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기업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촉진도 필요하지만, 규제완화가 기업의 고삐 풀린 이윤추구로만 연결된다면 승자 독식의 법칙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느냐와 무관하게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일도 많다.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랜드 사태’와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는 법 개정에, 정부는 행정지도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노력을 보이는 기업에는 세제혜택 등 강한 인센티브를 주는 동시에, 퇴직 이후 재교육과 재취업 길이 열리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단체도 사업장 단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끌어안는 조처를 강구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할 때 대공장 노조 소속원은 이미 ‘강자’가 아닌가.

현재 구직자나 직장인들은 ‘프라다 폰’ 구입을 꿈꾸지 않는다. 불시에 닥치는 해고의 공포 없이 자신의 노동에 걸맞은 임금을 받는 꿈을 꾸고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 일터는 주지 않고 무능하고 경쟁력이 없다고 조롱하는 자는 누구이며, 이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비전, 계획과 실력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조국/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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