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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4 18:44 수정 : 2007.10.14 18:44

홍은택/NHN이사

세상읽기

사회적 의제는 그동안 정보를 생산하거나 전달하는 엘리트들이 설정해 왔다.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직업적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의 몫인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엘리트들이 매번 옳은 방향을 제시할 수도 없고, 또 그들 사이에도 의제가 같은 게 아니어서 사회에는 항상 상이한 의제들이 대립하고 충돌한다.

이들의 차이를 비웃듯 과거 정보의 수용자들이 새로운 의제를 들고 나온다. 인터넷이 가능하게 한 변화다. 2002년 기존 언론이 조명하지 않았던,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숨진 사건이 그 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만큼의 의제로 등장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인터넷이 생활화한 이후에는 의제 설정권이 이용자들에게 넘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손수제작물(UCC)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도한 해석도 나온다.

실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통해 이용자들이 집합적으로 관심을 보이면 언론사에서는 왜 어떤 검색어가 상위에 올랐는지를 보도하곤 한다. 이것은 언론사에서 국민의 관심사를 미리 가정해 사실들을 추려내고 가공해 보도하는 과정의 역류다. 무엇이 기삿거리인지 이용자가 직접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개방과 참여, 공유의 가치로 설명되는 웹 2.0 개념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의제 설정권의 민주화로 본다. 개방과 참여와 공유 그 자체로 웹 2.0이 완성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의 생산 과정은 모든 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고, 그렇게 생산된 결과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다. 하지만 공유과정에서 경쟁과 선택, 자기복제라는 진화의 새로운 과정이 일어난다. 지금은 정보가 넘치는 시대이다 보니 물리적으로 소수가 정보를 소화해 의제를 가려주기 어렵다. 이용자들이 집합적으로 참여해 골라줘야 하고, 그렇게 선택된 의제에 맞는 정보가 복제과정을 통해 웹에 확산된다.

개방·참여·경쟁·선택·자기복제의 다섯 가지의 과정이 왜곡 없이 일어날 때 웹 2.0의 정신이 구현될 수 있다. 그러나 쉽지 않다. 모든 사람들에게 열렸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생산하는 게 아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소수가 의제를 던지고 결정하면서 다수가 이를 수용하는 불균형 구조가 된다.

내가 운영을 맡고 있는 네이버뉴스의 경우 이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은 댓글이다. 얼마 전까지 하루에 댓글을 쓰는 사람은 5만명이고 하루 댓글 15만 가지가 올라왔다. 그리고 150만명이 댓글을 읽었다. 겉으로 보면 많은 수인 것 같지만 하루 네이버뉴스 이용자가 500만명인 점을 고려할 때 그 중 1%가 쓰는 댓글을 150만명이 보는 구조였다.

사회적 참여의지가 강한 1%가 사회적 의제설정을 주도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다. 만약 150만명이 1%가 던지는 메시지를 가려줄 수 있다면.

그러나 실상을 보면 지난 여름 뜨겁게 달궜던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건에서 댓글 공간은 ‘자발적으로 사지에 들어간’ 한국인 인질을 비난하는 의견들이 대세를 이뤘고, 인질의 생명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침묵의 소용돌이가 목격됐다. 독일의 학자 노엘레 노이만은 사람들은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자 현상적으로 나타난 다수의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은 피력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것을 침묵의 소용돌이 현상으로 표현했다. 전통적인 대중매체가 설정하는 의제 설정권을 분석하면서 나온 이 현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댓글 공간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다수의 침묵을 깨뜨려야 한다. 다수가 정보의 선택과정이라도 최소한 참여하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웹 2.0시대 인터넷 서비스의 방향인 것 같다.

홍은택/NHN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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