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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15 18:17 수정 : 2007.11.15 18:17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세상읽기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 건지, 어떤 선물을 고를지와 같은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이 회사에 입사할 것인지, 이 사람과 결혼할 것인지와 같은 중요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린다. 2007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후회로 가득했던 선택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선거행동은 이성적이라기보다 정서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웨스턴이라는 연구자는 미국의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에게 어떤 대뇌 활동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였다. 2004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부시와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 그리고 어느 당에도 속하지 않는 배우 톰 행크스의 모순된 발언 사례들을 들려주었다. 예를 들어 1996년에는 은퇴연령을 높이겠다는 연설을 했는데, 2004년에는 이것과 상반되는 연설을 하는 것을 들려주고 이때 사람들의 뇌 기능을 측정하였다. 그 결과 민주당 지지자든 공화당 지지자든 간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된 연설을 들을 때는 정서 담당 부위, 특히 관용과 용서를 관장하는 부위가 활성화된 반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나 중립적인 대상의 모순된 연설에 대해서는 이성 담당 부위가 활성화되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된 언행에 대해서는 이성보다는 관용의 정서가 작용하여 너그럽게 판단하는 반면, 반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더 논리적이고 꼼꼼하게 그 언행을 분석하여 모순점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다.

또 사람들은 후보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이미지로 판단하기도 한다. 미 프린스턴대학의 심리학자인 토도로프는 최근 연구에서 프린스턴 대학생들에게 사전 정보 없이 2000년부터 2004년 미 상하원 선거에서 라이벌로 출마했던 후보들의 사진을 나란히 1초간 보여준 뒤 누가 더 유능하게 보이는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선택과 실제 선거에서 누가 승리했는지를 비교하였더니, 그 결과 70%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다. 이때 대학생들은 둥근 얼굴과 큰 눈이 특징인 동안의 후보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전문성 있는 얼굴의 후보를 선택하였다. 물론 대학생들의 이러한 선택은 이성이 개입되지 않은 단순한 인상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선택과 실제 선거 결과가 상당히 일치한다는 것은 실제 유권자들도 그저 그 후보가 주는 단편적인 인상이나 느낌에 좌우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사람들은 주어진 자료를 합리적으로 종합하여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가능한 심적 노력을 덜 들이고 절약해서 신속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인지적 구두쇠’이기 때문이다. 선거에서도 인상이나 느낌, 그리고 자신의 편견 등에 의존한다거나, 일단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허용하는 태도를 가지면서 다른 상대에겐 필요 이상의 비판을 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다. 물론 이런 과정은 자동적으로 일어나므로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인간이 이렇게 비합리적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의 판단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가 하는 것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만큼은 후회 없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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