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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7.01 20:42 수정 : 2008.07.01 20:42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세상읽기

대통령이 실종되었다. 심각한 위기에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비전과 방략, 고뇌와 성찰이 보이질 않는다. 지금 대통령처럼 답답한 사람은 없을 것이나 우리는 현실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은 ‘헌법적 제도적 임기보장’에 관계없이 현재 ‘정치·정책적 탄핵’ 상태에 놓여있다. 촛불현장의 ‘이명박 아웃·퇴진·탄핵·하야’ 구호는 외려 소수일지 모른다. 임기 초 10∼20%대의 지지는 민주화 이래 최초임은 물론, 한국 정도의 선진 민주주의 나라에선 유례가 없다. 이러한 ‘정치적 탄핵’ 상태에서 향후 5년 동안 국정을 수행하기란 어렵다. 즉 무능과 실정 때문인 국민탄핵 상태에 비하면 촛불은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둘째는 ‘정책적 탄핵’이다. 곧, 대통령 선택 이유인 대선 핵심공약은 ‘모두’ 철회·중단·악화·역전되었다. 경제 핵심인 ‘7·4·7’은 경제 악화와 민생 암울로, 남북관계 핵심인 ‘비핵·개방 3000’은 남북관계 단절로, 상징 정책인 ‘한반도 대운하’는 철회로, 국제관계 기축인 ‘한-미 동맹 복원’은 미국의 불신 끝에 ‘선 고시-후 서명’ 및 ‘미국 대통령 방한의 철회·연기로’ … 즉, 대통령을 선택한 모든 정책요인의 실종, 이것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이제 정말 이성적 민주적으로 쇠고기 국면을 끝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현 정부는 임기 내내 정치·정책적 탄핵상태에서 국정을 집행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최초 협상의 실패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재협상과 고시를 둘러싼 대통령과 정부의 논리와 행태는 너무 궁색하고 자가당착적이다. ‘국가원수의 합의’인 6·15 공동선언과 10·4 합의는, 재협상은 고사하고 ‘인정’조차 않는다. 반면, 쇠고기 ‘장관급 협정’의 ‘재협상’은 국격을 들어 거부하는데, 이는 심각한 자기부정이자 우리 국가의 국제행위 준칙에 대한 부인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버락 오바마는 단일품목 쇠고기보다 훨씬 포괄적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공언하고 있다. 만약 그가 당선될 경우 우리는 쇠고기 재협상은 제기도 못한 상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바마-민주당의 재협상 요구에 대해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거부=체결실패’라는 ‘한-미 대결=동맹위기’를 감수할 것인가? 정녕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걱정이다. 고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능력과 의지를 불신하여 (내부) 고시 이전에는 (국제) 서명을 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신뢰 표출과 주권 손상의 국제 협상 순서를 요구하였다.(중국은 아예 주권국가의 내정에 간섭, 한-미 동맹을 공개 비난하였다.) 심대한 국격 침해의 원인을 우리 정부가 제공하였기에 정당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점이 국민을 더욱 슬프게 한다.

이제 위기 극복을 위한 대통령 역할의 재조정을 제언하고자 한다. 헌법적 제도적 퇴진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민주주의의 결정적 후퇴를 가져온다. 그러나 출마명분과 정책은 모두 실패하였다. 헌법적 퇴진과 현 상황의 지속, 둘 모두 대통령과 대한민국으로서는 불행이다. 첫째, 대통령의 정치·정책적 후퇴 또는 퇴진이다. 대표성 있는 책임총리를 임명하여 역할분담을 추구하거나, 낭패한 국제·남북·교육 등의 국정분야를 내려놓고 경제 회생과 민생 증진에 집중하는 것이다. 둘째, 통일외교안보, 경제, 노동사회복지, 교육문화, 법률치안 등 영역별 의회(정당)-내각 정책 합의제도를 두어 부문별 정책 결정을 대통령이 수용하는 준대통령제를 실행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 이해와 직결된 사안에 대한 대통령 개인 견해의 과도한 투입·반영을 최소화한다. 자신과 국가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의 절체절명의 숙고를 기대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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