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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07 18:35 수정 : 2018.02.07 19:31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시민건강증진연구소 소장

망설이다 12월 말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바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유는 위원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명쾌하지 않아서다. 내 공부 분야인 보건도 위원회 활동과 무관하지는 않지만, 주로 인구, 출산, 고령화를 세부적으로 다루는 곳이 아니었던가. 난임시술 지원이나 기초연금 액수 같은 것을 논의할 참이면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위원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위원회가 세운 기본방향 때문이다. 위원회 누리집에는 새 정책방향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개인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고, 저출산 정책은 “출산율, 출생아 수를 목표로 하는 정책에서 탈피해 미래를 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한다. 고령화 대책은 아직 올라와 있지 않지만, 방향을 맞춘다면 이 또한 현상이 아니라 구조에 집중할 것이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방향에서는 나도 약간은 할 말과 역할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해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체는 이런 것이다. 저출산과 취약한 고령사회는 구조, 즉 어떤 근본 문제들의 결과이지 이 자체가 문제거나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 대증요법이 아니라 그 구조를 바꾸어야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라는 현상이 달라진다는 것. 백 퍼센트 찬성한다.

구조는 곧 삶의 조건이자 결정요인을 뜻한다. 왜 결혼을 피하고 출산하지 않으며,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노인이 이렇게 많은가?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일하며 늙는 그 모든 조건과 환경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해 생긴 결과다. 애를 낳고 기를 자신, 이럴 거면 왜 키웠느냐는 소리를 듣지 않을 자신, 품위 있게 나이 들 자신이 없는 사회. 좋은 삶을 억압하는 구조를 바로잡지 않고는 10년 후에도 고령화가 원인이고 저출산이 문제라는 소리만 되풀이할 것이다.

방향은 흔쾌하되 정부와 위원회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말이 쉬워 개혁이지, 구조 바꾸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한 가지 근본 구조가 불평등이라고 생각한다. 소득, 교육, 고용과 노동, 건강, 주거, 지역 등 한두 가지가 아닌데다, 구조 바꾸기는 한 걸음조차 나가기 어렵다. 아직 논란을 끝내지 못한, 아니 끝내 후퇴할 조짐마저 보이는 최저임금 인상. 그 구조가 얼마나 견고한가.

구조 인식이 충분히 뿌리에 닿지 못한 듯싶어 그것도 걱정스럽다. 새 정부가 말하는 구조가 출산을 피하는 구조, 예를 들어 보육 환경을 뜻하는 정도면 갈 길이 멀다. 새로운 패러다임은 저출산의 구조를 넘어 더 넓게 삶의 질을 결정하는 구조에 이르러야 한다. 아이 키우는 부담을 줄이려고 공보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보육이 권리이기 때문에 그러자는 것이다. 보육 부담은 그 구조의 자연스러운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혹시 무슨 ‘성과’를 빨리 내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구조 개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덧붙인다.

‘어떻게?’에 대한 답이 분명하지 않아 희망이 ‘조건부’가 되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는 말로만 시끄럽지, 현재를 거스를 정도로 절박한 사람이 드물다. 예컨대 대기업이 무엇이 아쉬워 먼저 나설까? 좋은 정책만으로는 모자라니 변화를 압박할 동력이 있어야 한다. 위원회가 작게라도 새로운 힘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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