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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2.28 18:30 수정 : 2018.02.28 19:07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서 달을 본다면 그 밝음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만 본다면 달은 볼 수 없다. 밝음과 어두움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평창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다. 평화를 가리키는 손가락이자 평화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이다. 북의 선수들이 와서 ‘팀 코리아’로 경기를 벌이고, 예술단이 와서 노래와 춤과 음악으로 축제 분위기를 띄우고, 응원단이 와서 율동과 구호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이 팀을 이루고, 공연자와 관중이 함께 흥을 나누고, 응원단과 관중이 같이 열기를 만드는 모습은 아름다울 수 있는 미래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비록 오늘은 남북으로 갈라져 총구를 겨누고 있지만 ‘모든 쇠붙이들’을 거두어 내고 사람이 만나 만들 수 있는 평화가 이미 거기에 있었다. 패럴림픽 대회에서도 이어지겠지만 우리가 잠깐 본 것은 먹구름 뒤에 여전히 있는 파란 하늘이었다. 평창은 그 푸르름으로 계속 가라는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평화의 미래를 보는 대신 그 손가락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그 손가락을 비난하고 그마저 부러뜨리려고 한다. 예술단 단장 현송월을 ‘꽃 파는 처녀’가 아니라 ‘핵 파는 처녀’라고 폄훼하기도 한다. 예술단을 북 체제의 선전도구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북이 응원단을 파견한 것을 ‘위장평화공세’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들이 한국에 와서 핵을 팔았는지 체제를 선전했는지는 현명한 시민들이 잘 판단할 것이다. 설령 이들이 ‘핵 파는 처녀’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도 ‘핵 파는 처녀’ 수백명이 날아들어 오는 것이 핵미사일 한 기 날아오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일촉즉발의 휴전선을 넘어 총알이나 대포탄을 교환하는 것보다는 사람이 오가는 것이 낫지 않은가. 확성기에 대고 상대방 비난을 하는 것보다는 사람끼리 노래를 나누는 것이 평화로운 것 아닌가. 이렇게 만나서 노래하고 응원하는 사이에 핵 시험, 미사일 시험, 군사도발이 없었다면 평화의 첫걸음 아닌가. 이러한 만남이 평화로운 미래가 가능하다고 속삭여준다면 여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

김영철 부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한국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휴전선 북쪽에 있으면서 ‘폭침’이니 ‘포격’을 지시하는 것보다야 한국의 당국자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하는 것이 훨씬 평화롭지 않은가. 대화는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만남 자체는 평화였으며, 더 진정한 평화를 가리키는 손가락이기도 하다. 실체도 의심스러운 ‘천안함 폭침론’에 ‘김영철 책임론’까지 덧씌워서 그의 방문을 막아선 이들은 이 손가락을 부러뜨리려고 한 것이었을까. 설사 이들이 손가락을 가로막고 드러눕는다고 해도 그 너머에 평화가 있음을 가릴 수는 없다.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만나야 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진리도 막을 수 없다. 달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그 달을 보기 위해 손가락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손가락을 보면서 달이라고 여기는 어리석음을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군사훈련과 동맹은 모두 평화를 위한 도구이다. 이 도구를 목적과 혼동하여 ‘달’로 숭배하기 시작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평화를 위해 이 도구를 적절히 운용할 일이다. 손가락과 달 이야기는 원래 석가여래가 제자 아난에게 한 말에서 유래했다. “손가락을 보면서 그것을 달이라고 여긴다면, 달을 놓치게 될 뿐만 아니라 손가락마저 놓치게 된다. (…) 또 손가락만 놓친 것이 아니라 밝음과 어두움도 놓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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